병렬 컴퓨팅에서 3D 공간까지, 신흥 세력의 부상
“컴퓨터 한 대로는 감당이 안 되니, 수십·수백 개의 코어를 동시에 돌리면 어떨까?”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발상에서 출발한 회사가 있습니다. 항저우의 매니코어 테크(Manycore Tech). 병렬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3D 설계 플랫폼과 AI 렌더링 시장까지 파고든 신흥 스타트업입니다.
매니코어는 2011년, 미국 UIUC(일리노이 대학교 어배너-섐페인) 출신 3명의 창업자가 항저우에서 설립한 회사입니다. 처음에는 병렬 컴퓨팅과 GPU 가상화 기술로 출발했지만, 곧바로 실내 디자인이라는 생활 밀착형 시장에 눈을 돌렸습니다.
대표 플랫폼 쿠지아오(酷家乐, Kujiale)는 온라인 3D 인테리어 설계 서비스로, 중국에서는 아파트 리모델링할 때 ‘필수 앱’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글로벌 서비스로는 쿠홈(Coohom)을 운영하며, 미국·유럽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도 고객층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창업자들은 원래 슈퍼컴퓨터와 GPU 병렬 연산을 연구하던 엔지니어들이었습니다. “이 강력한 연산 능력을 단순히 과학 계산에만 쓰는 건 아깝다. 실생활에도 활용할 길이 있다”는 문제의식이 회사를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클릭 몇 번으로 집안을 3D로 꾸며볼 수 있는 플랫폼. 일반인도 전문가처럼 설계를 해볼 수 있게 한 것이죠.
스페이셜버스(SpatialVerse) – 2024년에는 AI 기반 3D 공간정보 플랫폼 ‘스페이셜버스’를 공개했습니다. 메타버스와 건축 설계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평가됩니다.
IPO 준비 – 2025년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예비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평가액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 SaaS 기업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습니다.
AI와의 결합 –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3D 모델링을 결합해, 인테리어 설계가 아닌 가상 쇼룸, e커머스 공간, 심지어 도시 계획 모델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매니코어의 궤적은 흥미롭습니다. 슈퍼컴퓨터 기술자들이 선택한 시장이 다름 아닌 ‘인테리어’였고, 그 결과 생활과 산업을 잇는 플랫폼이 탄생했습니다. 이제 이들은 메타버스와 AI의 물결을 타고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려 합니다.
“앞으로 집을 꾸미는 일이, 건축 설계가, 도시 계획이 모두 AI 병렬 컴퓨팅 위에서 돌아간다면?” 독자 여러분은 어떤 세상을 상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