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다시 피어난 로봇 거인
산업용 로봇을 떠올리면 떠오르는 이름 중 하나, 쿠카(KUKA). 용접과 조립 라인에서 팔을 흔드는 주황색 로봇은 이제 전 세계 공장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독일 태생의 기업이 지금은 중국 ‘광둥 칠검객’의 일원으로 불린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쿠카는 1898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설립된, 세계적인 산업용 로봇·자동화 장비 제조사입니다. 특히 1970년대 세계 최초의 전기 구동식 6축 산업용 로봇 FAMULUS를 개발하면서 글로벌 리더 자리에 올랐습니다. 주요 제품은 자동차 산업에서 쓰이는 용접·도장 로봇, 전자제품 생산 라인의 조립 로봇, 그리고 물류 자동화 시스템 등입니다.
처음에는 아세틸렌 조명·용접 기계 회사로 출발했지만, 20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로봇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독일의 정밀공학과 제조 전통 위에서 성장한 쿠카는 ‘자동차 왕국’ 독일에서 필수적 파트너로 자리 잡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며, 미국·유럽은 물론 아시아 시장까지 발을 넓혔습니다.
중국 메이디(Midea) 인수 – 2016년, 중국 가전 대기업 메이디 그룹이 쿠카의 지분 94.55%를 인수하며 사실상 중국 자회사로 편입되었습니다. 이 인수는 당시 독일·EU 안보 논란까지 불러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쿠카는 자금과 시장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중국 내 생산 확대 – 메이디 인수 이후, 쿠카는 광둥성 등지에 생산 기지를 확충했습니다. 이는 ‘중국제조 2025’ 정책과 맞물려, 중국의 산업 자동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산업 다변화 – 최근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전자, 물류, 헬스케어 분야에도 로봇을 공급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쿠카의 여정은 “산업 로봇의 글로벌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독일의 정밀공학 DNA에, 중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과 자본이 더해졌습니다. 이제 쿠카는 ‘메이드 인 차이나’와 ‘저먼 엔지니어링’이 공존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과연 쿠카는 독일 기업일까요, 아니면 중국 기업일까요?” 이 질문이야말로 글로벌화 시대 제조업의 운명을 보여주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