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대표주자
중국 로봇업계를 이야기할 때 빠지기 어려운 이름, UBTech(유비테크). 흔히 “중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라고 비교하지만 이 회사의 결은 조금 달라요. 처음부터 ‘휴머노이드’를 정면으로 붙잡고, 집–상업–공장을 잇는 풀 라인업을 차곡차곡 늘려온 타입. 본사는 선전, 창업자는 저우젠(周剑)이고 2012년에 출발했습니다. 초창기엔 교육용・가정용 로봇으로 이름을 알렸고, 지금은 산업용 휴머노이드로 무게중심을 확 옮긴 상태죠.
UBTech의 출발은 귀여운 Alpha(알파), Jimu(지무) 같은 소형 로봇이었어요. 조립하고 코딩하고 움직임을 배워보는 키트형 제품군으로, “로봇이 일상이 되는 그림”을 먼저 교육 시장에서 풀었습니다(지무는 전용 앱 생태계까지 갖췄죠). 이때의 메시지는 분명했어요. 로봇과 친해지는 경험을 대중화하자.
이어 Cruzr(크루저) 같은 서비스 로봇도 선보입니다. 매장/호텔 리셉션, 안내, 간단 상담—사람 앞에서 ‘말 걸고 길 안내하는’ 역할을 시범적으로 수행하죠. 상업 청소/배송 로봇까지 묶인 서비스 라인업은, 휴머노이드로 가기 전 “현실 과제부터 하나씩” 풀어가는 트랙이었습니다.
UBTech의 야심은 처음부터 명확했습니다. 단순히 귀여운 교육용 로봇이나 안내 로봇을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람처럼 걷고, 보고, 집어서 작업하는 로봇”을 현실에 내놓겠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상징적인 존재가 바로 Walker입니다. CES 무대에서 두 발로 걷고, 팔과 손으로 사물을 다루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며 UBTech는 “우린 휴머노이드다”라는 메시지를 각인시켰습니다.
이후 이 기술을 산업 현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Walker S(그리고 S1)이라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합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키워드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 전신 제어(whole-body control)로 상반신과 하반신, 팔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동기화하는 능력. 둘째, 시각 기반 내비게이션을 통한 환경 인식과 동적 경로 계획. 셋째, 대형 언어모델(LLM) 연동을 통한 지능 강화입니다. 한마디로 “보고–이해하고–움직이는” 전 과정을 하나로 묶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대형 언어모델과의 결합입니다. UBTech는 Baidu의 ERNIE(원신)를 Walker S에 접목시켜, 자연어 이해에서 과업 계획과 실행으로 이어지는 루프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상자를 저 라인으로 옮겨줘”라는 음성 지시를 로봇이 단계별 행동으로 해석해 실제로 수행하는 것이죠. 휴머노이드의 ‘뇌’를 외부 AI로 증강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계 팔을 넘어서 사람과 대화하며 일할 수 있는 로봇으로 발전하려는 UBTech의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이런 로봇이 실제로 공장에서 무엇을 할까요? 중국의 여러 자동차 기업들이 Walker S를 파일럿으로 들여와 품질 검사와 보조 작업을 맡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안전벨트 점검, 도어락 테스트, 헤드라이트 커버 확인, 오일 주입, 라벨 부착과 같은 반복성 높은 작업들입니다. 기존 산업용 로봇(고정식 혹은 6축 로봇암)으로 커버하기 애매했던, 이른바 “사람형 작업” 구간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는 시도입니다. 이미 여러 영상과 보도가 나오고 있어, 단순히 전시회에서 눈길을 끄는 쇼케이스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 투입 단계로 톤이 전환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UBTech는 2024년 1월 홍콩 증시 메인보드 상장에 성공하면서 “HKEX 첫 휴머노이드 로봇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일찍이 베팅했던 텐센트는 지금도 최대 기관주주로 남아 있으며, 상장 이후에도 신주 발행을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과 양산 체제를 동시에 강화하는 모습은, 기술–현장–자본의 3박자를 맞추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 회사의 강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풀스택 라인업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교육용, 서비스용, 산업용 로봇으로 이어지는 제품 사다리를 통해 기술이 축적되고, 앞선 경험이 산업용 모델에도 재활용됩니다. 둘째, AI 결합 속도가 빠릅니다. 외부 LLM을 연동해 “말귀를 알아듣는 로봇”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셋째, 현장 파일럿 경험입니다. 자동차 라인의 정밀 반복 작업은 휴머노이드가 가치를 증명하기 가장 좋은 공간입니다. 사람 손이 필요하지만 계속 사람을 투입하기엔 비효율적인 공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약점과 과제도 뚜렷합니다. 무엇보다도 비용, 내구성, 안전성의 삼중고가 존재합니다. 배터리 지속시간, 감속기와 관절의 내구성, 넘어짐이나 협동 상황에서의 안전 확보 등은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입니다. 또한 인간 수준의 손동작, 촉각 기반 정밀 작업은 여전히 먼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가 2023년 ‘로봇+’ 정책과 휴머노이드 가이드라인을 내며 산업 적용을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 레이스에서 지속가능한 단가 구조를 먼저 만들어내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UBTech는 “집–상업–공장”을 관통하는 휴머노이드 로드맵을 가장 집요하게 실행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IPO를 통해 총알을 장전했고, AI와 휴머노이드의 결합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장 파일럿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동차와 전자 조립 라인에서 휴머노이드가 표준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둘째, 부품 내재화와 소프트웨어 반복 판매를 통해 얼마나 빨리 단가를 낮출 수 있을지입니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는 순간, UBTech의 휴머노이드는 진짜 보급의 길로 들어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