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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합성의 혁신, 트위스트바이오사이언스의 길

실리콘 칩 위에서 탄생한 합성생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by 드라이트리

2013년, 에밀리 르프루스트(Emily Leproust) 박사는 두 명의 공동창업자와 함께 트위스트바이오사이언스(Twist Bioscience)를 설립했습니다. 그는 화학자로서 오랫동안 DNA 연구와 산업 응용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으며, 기존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합성 기술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르프루스트 박사는 단순히 연구자의 길을 걷는 것에서 벗어나, 생명공학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업가적 도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회사는 “DNA를 읽는 시대에서 DNA를 쓰는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비전을 품고 출발했습니다.


트위스트바이오사이언스의 가장 큰 혁신은 DNA 합성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한 데 있습니다. 기존 합성은 플라스틱 웰을 이용해 비교적 큰 용량의 시약으로 진행되었으나, 트위스트는 실리콘 칩 위에 초미세 나노웰을 수천, 수만 개 단위로 배열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 기술은 DNA 합성을 ‘병렬적’으로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동일한 시간과 비용으로 훨씬 많은 수의 DNA를 합성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시약 사용량 감소를 통한 원가 절감과 합성 정확도 향상도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마치 반도체 산업이 트랜지스터의 집적도를 높여 발전해온 것과 유사한 혁신입니다.


창업 이후 트위스트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설립 2년 만에 합성 DNA를 대규모로 공급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2018년에는 나스닥에 상장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후 매출은 해마다 성장하여 2023년에는 2억 달러가 넘는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미국 오리건주에 ‘Factory of the Future’를 세워 연구자가 주문한 유전자를 5일 만에 출고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려왔습니다.


트위스트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 경쟁력은 단순히 생산량 증가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회사는 DNA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응용 분야를 동시에 확장했습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시약과 컨트롤, 항체 라이브러리 제작과 신약 개발,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진단용 합성 RNA 컨트롤, 그리고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는 DNA 데이터 저장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력의 기반은 무엇보다도 높은 진입장벽입니다. 실리콘 칩 기반 합성 공정은 초기 연구개발 투자가 막대하고, 특허 포트폴리오가 견고하여 후발주자의 모방이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신속성과 품질에서 구축한 신뢰는 연구자와 기업 고객을 장기간 묶어두는 ‘고객 락인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트위스트바이오사이언스는 DNA 합성을 “반도체화”한 기업입니다. 대량 생산, 저비용, 고정확도라는 세 가지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며, 합성생물학의 핵심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스토리는 단순한 스타트업 성공담을 넘어, 생명공학이 어떻게 산업과 사회 전반을 혁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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