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기술을 산업으로, 유전자 치료의 선두주자
크리스퍼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는 2013년에 설립된 스위스 기반 바이오텍 기업입니다. 창업에는 크리스퍼-캐스9 기술의 공동 발견자 중 한 명인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 교수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실험실을 넘어 실제 환자의 치료에 적용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회사를 세웠습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이후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연구개발을 확대하며, 학문적 발견을 산업적 혁신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창업 배경에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획기적 기술,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가 있었습니다. 이 기술은 세포 속 DNA를 마치 가위처럼 정밀하게 자르고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습니다. 이전까지의 유전자 교정 기술은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크리스퍼는 단순하고 정확하며 적용 범위가 넓어 생명과학 전반에 혁신을 불러왔습니다. 샤르팡티에는 이 발견을 인류 건강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고자 했고, 그 의지가 크리스퍼테라퓨틱스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하며 빠른 성장을 이뤘습니다. 대표적인 파트너십으로는 Vertex Pharmaceuticals와의 공동개발이 있습니다. 두 회사는 희귀혈액질환인 겸상적혈구병(SCD)과 베타지중해빈혈(β-thalassemia)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치료제 Casgevy(엑사셀, exa-cel)를 공동 개발했습니다. 이 치료제는 2023년 영국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세계 최초의 크리스퍼 기반 치료제로 승인되며, 생명과학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환자의 유전자 자체를 교정해 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와는 완전히 다른 혁신을 보여주었습니다.
회사의 기술 경쟁력은 단순한 유전자 편집을 넘어, 정밀성과 안전성 확보에 있습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오프타겟(off-target) 효과를 최소화하는 기술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환자 맞춤형 치료로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면역항암제, 유전질환 치료제, 재생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크리스퍼 기술을 적용하며 파이프라인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제품을 넘어 ‘유전자 치료의 산업화’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학문적 발견을 기업가정신과 결합시킨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노벨상에 빛나는 과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고, 제약사와 협력하며 임상과 상용화까지 이어간 여정은 바이오 혁신의 전형으로 꼽힙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의 스토리는 “미래 의학은 유전자를 직접 다루는 방식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현실로 증명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가위로 병의 원인을 잘라내고 고쳐 쓰는 시대, 그 최전선에서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인류 건강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