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ashu Robot, 공장을 바꾸는 현실적인 방법

by 드라이트리

화슈 로봇의 창업 이야기


화슈 로봇(Huashu Robot, 华数机器人)은 전형적인 스타트업 서사에서 출발한 기업이 아니라, 중국 제조업의 제어 기술 계보 위에서 태어난 산업용 로봇 회사입니다. 이 기업의 뿌리는 중국을 대표하는 수치제어(CNC) 시스템 기업인 화중수치제어(Huazhong CNC)에 있습니다. 화중수치제어는 1990년대부터 항공·방산·중공업용 CNC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며 중국 공작기계 산업의 ‘외산 의존 탈피’라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해 온 기업으로, 정밀 다축 제어와 실시간 연산, 궤적 계획 등 로봇 제어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는 기술을 오랫동안 축적해 왔습니다. 2000년대 후반 중국 제조업이 자동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산업용 로봇 수요가 급증했지만, 로봇의 핵심인 컨트롤러와 서보 시스템은 여전히 일본과 유럽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내부적으로 큰 문제의식으로 작용했습니다.


https://en.hsrobotics.cn/


이때 화중수치제어 내부에서 도출된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공작기계를 제어할 수 있다면, 로봇도 제어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CNC와 산업용 로봇은 모두 다축을 동시에 정밀하게 제어하고,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오차를 보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공통분모가 매우 큽니다. 이에 따라 화중수치제어는 CNC에서 축적한 제어 알고리즘과 실시간 운영체제 기술을 로봇으로 확장하기 위해 로봇 전담 자회사를 설립했고, 이것이 2010년대 초반 출범한 화슈 로봇입니다. 출범 초기부터 화슈 로봇은 외형 디자인이나 단기적인 가격 경쟁보다 컨트롤러, 서보 드라이브, 서보 모터 등 로봇의 3대 핵심 부품을 자체 기술로 내재화하는 데 전략적 우선순위를 두었습니다. 외산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개발 속도는 빨라질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립형 로봇 회사’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 정책과 맞물리며 더욱 힘을 얻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산업용 로봇을 단순 보급 대상이 아니라 핵심 부품 국산화가 필수적인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면서, 이미 제어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던 화슈 로봇은 구조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됩니다. 이후 화슈 로봇은 대학과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제어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CNC–로봇–스마트팩토리를 하나의 제어 체계로 묶는 통합 전략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펙 어워드를 반복 수상하며 ‘기술 기반 국산 로봇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굳혔고, 화슈 로봇의 창업 스토리는 곧 “로봇의 핵심은 기계가 아니라 제어이며, 제어를 장악하지 못하면 산업 주도권도 가질 수 없다.”는 철학으로 요약됩니다.


화슈 로봇의 산업용 로봇 제품군


화슈 로봇은 중국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보기 드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다수의 중국 로봇 기업이 특정 공정이나 단일 제품군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화슈 로봇은 로봇 본체부터 핵심 부품, 제어 소프트웨어, 공정 솔루션까지를 하나의 체계로 묶은 ‘완결형 제조 자동화 기업’을 지향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히 로봇을 판매하는 회사라기보다, 고객의 생산 공정을 직접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기술 기업에 가깝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성격은 제품 라인업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화슈 로봇은 6개 시리즈, 50여 종이 넘는 산업용 로봇 모델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정 산업에 종속되지 않는 범용성과 동시에 공정 특화형 구조를 함께 추구합니다. 대표적인 BR 시리즈는 화슈 로봇의 기술적 개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이중 회전 구조를 통해 좁은 작업 공간에서도 고속·고정밀 동작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생산 라인이 고밀도로 구성되는 중국 전자·부품 산업의 현실적인 요구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JR 시리즈로 대표되는 6축 산업용 로봇은 화슈 로봇의 주력 제품군으로, 조립·핸들링·가공 등 다양한 공정에 투입됩니다. 이 제품군의 강점은 절대적인 성능 수치보다도 컨트롤러와 서보 시스템이 로봇 구조에 깊이 통합되어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동일한 하드웨어에서도 공정 특성에 맞춘 동작 튜닝과 반복 정밀도 최적화가 가능해집니다. SR 시리즈 SCARA 로봇 역시 3C 산업을 겨냥해 고속 픽앤플레이스 작업에 특화되어 있으며, 대량 생산 환경에서의 안정성과 유지보수 효율을 중시하는 설계 철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화슈 로봇이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서는 지점은 적용 산업의 폭에서도 확인됩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중심의 3C 산업, 냉장고·에어컨 등 가전 제조 라인, 자동차 및 부품 산업은 물론, 신발과 의류 같은 전통 제조업까지 폭넓게 커버합니다. 특히 신발 산업에서의 3D 비전 기반 접착 공정 자동화는 화슈 로봇이 ‘최첨단 산업’뿐 아니라 노동집약적 전통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중국 내수 산업 구조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구조를 관통하는 전략이 화슈 로봇이 강조하는 PCLC 전략입니다. 제품(Product)과 핵심 부품(Component)을 자체 기술로 통제하고, 이를 클라우드 플랫폼과 스마트 팩토리 제어 솔루션으로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로봇 한 대의 성능이 아니라, 로봇이 공정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떻게 관리·최적화되는가에 있습니다. 실제로 화슈 로봇은 로봇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정 변경이나 생산량 조정에 대응할 수 있는 산업용 클라우드 플랫폼을 함께 제공합니다.


이처럼 화슈 로봇은 ‘휴머노이드 경쟁’이나 단기적인 기술 유행보다는, 중국 제조업 현장에서 실제로 요구되는 자동화 수준과 비용 구조, 그리고 유지 가능한 기술 내재화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기업입니다. 로봇을 하나의 완성품이 아니라 제조 시스템의 구성 요소로 바라보는 관점이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으며, 이것이 화슈 로봇을 중국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독자적인 위치에 올려놓은 핵심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지위와 평가


화슈 로봇은 모기업인 화중수치제어(Huazhong CNC) 산하 자회사로 출범한 기업으로, 일반적인 벤처 투자 기반 로봇 스타트업과는 다른 성장 궤적을 보여 왔습니다. 화슈 로봇의 성장은 외부 자본 유치보다는 모기업 내부 자원과 그룹 차원의 자본력, 그리고 장기간 축적된 연구개발 인프라에 기반한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합니다. 실제로 화중수치제어는 중국 CNC 및 자동화 산업의 핵심 기업 중 하나로, R&D 자금과 생산 설비, 엔지니어링 인력을 그룹 차원에서 공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화슈 로봇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기술 축적과 제품 고도화를 이어온 것으로 평가됩니다. 일본의 산업기계 유통사인 평화공업(平和工業) 측 자료에서도 화슈 로봇은 ‘그룹 기반 기술 내재화 모델’을 대표하는 중국 로봇 기업으로 언급된 바 있습니다.


시장 평가 측면에서 보면, 화슈 로봇은 중국 로봇 업계 내에서 국산 산업용 로봇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특히 6축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의 존재감과 함께, 로봇 본체뿐 아니라 컨트롤러·서보 시스템 등 핵심 컴포넌트를 자체적으로 개발·통합할 수 있는 역량이 강점으로 반복적으로 강조됩니다. 충칭 지역 로봇 산업 전문가들 역시 화슈 로봇을 '중국 로봇 산업에서 제어 기술과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갖춘 드문 기업'으로 평가하며, 단순 조립형 로봇 업체와는 구분되는 기술 계층에 속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중국 지방정부와 산업 펀드가 주도하는 로봇 산업 육성 정책 속에서도 확인됩니다. 중국 각 지역은 로봇과 스마트 제조를 전략 산업으로 설정하고 대규모 산업 펀드를 조성해 왔는데, 광둥성 포산(佛山)을 비롯한 주요 제조 거점에서는 수백억 위안 규모의 로봇 산업 펀드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화슈 로봇이 핵심 기업군 중 하나로 거론된 사례가 있습니다. 광둥성 포산을 중심으로 한 중국 남부 로봇 산업 클러스터가 있어, 화슈 로봇과 같은 국산 기술 기반 기업들이 지방정부의 산업 전략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성장하고 있습니다.


포산시.png 광저우시 서쪽에 위치한 포산시 (출처 : 구글맵)


아울러 중국 로봇 산업을 분석한 국제 연구 보고서들에서도 화슈 로봇은 유망한 제조 로봇 기업으로 꾸준히 포함되고 있습니다. 미·중 산업 협력과 기술 경쟁을 다루는 IGCC(Institute on Global Conflict and Cooperation) 관련 보고서에서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동화 및 디지털 제조 전환 정책과 결합해 화슈 로봇과 같은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기술 경쟁력과 시장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종합하면 화슈 로봇은 단기적인 기업가치 숫자보다는, 그룹 기반의 안정적인 성장 구조와 정책·산업 환경 속에서 축적된 기술 신뢰도를 통해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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