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위브(CoreWeave), AI 인프라 전쟁의 최전선에 서다
AI 인프라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부상한 기업 중 하나가 CoreWeave입니다. 이 회사의 정체성은 명확합니다. 범용 클라우드가 아니라 GPU에 모든 것을 건 ‘AI 전용 클라우드’입니다. 암호화폐 채굴에서 출발해 생성형 AI 붐의 핵심 인프라로 변모한 코어위브의 경로는, AI 시대 자본과 기술이 어떻게 재배치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코어위브의 출발점은 2017년 뉴저지의 한 차고입니다. 금융·에너지 선물 거래 업계에서 일하던 마이클 인트레이터(CEO), 브라이언 벤투로(CTO), 브래닌 맥비(CSO) 세 사람은 ‘아틀란틱 크립토(Atlantic Crypto)’라는 이름으로 암호화폐 채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초기 전략은 단순했습니다. 이더리움 등 GPU 기반 채굴을 위해 대량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확보하고, 이를 최대 효율로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전력, 냉각, 네트워크를 포함한 GPU 집약형 데이터센터 운영 능력을 자연스럽게 축적하게 됩니다.
전환점은 암호화폐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이었습니다. 채굴 수익의 불안정성을 경험한 이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자산의 본질이 ‘코인’이 아니라 대규모 GPU 인프라 그 자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2019년 사명을 코어위브(CoreWeave)로 바꾸고, VFX 렌더링과 머신러닝을 위한 GPU 전용 클라우드로 피봇합니다.
결정적 기회는 2022년 말, ChatGPT를 기점으로 한 생성형 AI 붐이었습니다. 이미 수만 개의 엔비디아 GPU와 전용 인프라를 확보해 둔 코어위브는 단기간에 AI 학습과 추론에 즉시 투입 가능한 ‘희소 자원’을 보유한 기업으로 부상합니다. 시장의 수요가 폭발하던 순간, 코어위브는 준비되어 있던 셈입니다.
코어위브의 핵심 사업은 GPUaaS입니다.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 구글과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와 동일한 범위를 겨냥하지 않습니다. 대신 초대형 언어모델(LLM) 학습·추론이라는 특정 워크로드에 모든 자원을 집중합니다.
가장 중요한 축은 엔비디아와의 밀접한 관계입니다. 코어위브는 최신 GPU(H100, B200 등)를 우선적으로 공급받는 소수 파트너 중 하나이며, NVIDIA는 코어위브의 지분을 보유한 전략적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공급 계약을 넘어, 엔비디아 AI 생태계의 외연을 확장하는 인프라 파트너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기술적으로 코어위브는 고대역폭 네트워크, 저지연 인터커넥트, 랙 스케일 GPU 구성 등 HPC와 AI 학습에 특화된 설계를 제공합니다. 범용 클라우드 대비 빠른 자원 할당과 비용 효율성이 강점으로 평가됩니다.
주요 고객 또한 상징적입니다. Microsoft는 자체 데이터센터 용량이 부족할 때 코어위브의 GPU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으며, OpenAI와도 대규모 클라우드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코어위브가 단순 보조 공급자가 아니라, AI 핵심 플레이어들의 실질적 연산 파트너임을 보여줍니다.
코어위브를 둘러싼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긍정적 시각에서 코어위브는 ‘네오클라우드(Neocloud)’의 대표 주자입니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7~8배 성장한 약 19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AI 인프라 수요가 얼마나 급격히 집중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엔비디아 중심의 AI 생태계에서 코어위브는 연산 자원을 실물처럼 배분하는 새로운 유틸리티 기업으로 평가받습니다. 2025년 상장 전후로 거론된 기업가치는 한때 35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반면 리스크 요인도 분명합니다. 첫째는 엔비디아 의존도입니다. GPU 공급 정책이나 가격 구조가 바뀔 경우, 코어위브의 사업 모델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둘째는 재무 구조입니다.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대규모 차입을 감수하고 있으며, 외형 성장 대비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입니다. 셋째는 장기 경쟁 구도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이 자체 AI 칩과 인프라를 강화할수록 코어위브의 상대적 위치가 흔들릴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코어위브는 2025년 3월 NASDAQ에 상장(티커: CRWV)했습니다. 상장 이후 주가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시가총액이 600억 달러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실적 평가라기보다, AI 인프라를 둘러싼 장기적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코어위브의 이야기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AI 경쟁의 본질은 모델이 아니라 연산과 전력,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인프라에 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 채굴기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AI 시대에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공장’을 소유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이 베팅이 지속 가능한 지배력으로 이어질지는, 이제 인프라 전쟁의 다음 국면에서 판가름 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