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발도상국 기업은 더 비싼 값을 치를까(M&A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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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수·합병은 재무적 계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 기업이 선진국 기업을 인수할 때는, 순수한 시너지를 넘어 국가의 체면과 위신이 얽힙니다. 그 순간 거래 가격은 단순한 현재가치 계산을 넘어 사회적 상징의 값이 덧붙습니다. 소개할 연구는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경영자 개인의 오만으로 설명되던 과지불 논의를 국가적 자부심이라는 집단 심리로 확장해, 프리미엄의 구조적 상승을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연구 배경과 문제의식
1990년대 말 글로벌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신흥시장 기업의 급부상을 이끌었습니다. 이들 기업은 기술 확보, 브랜드 인지도 상승, 글로벌 경영 시스템 흡수 등을 목적으로 선진국 자산을 적극적으로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일부 거래에서는 합리적 가치평가로 설명하기 어려운 높은 프리미엄이 관찰됩니다. 기존 문헌은 경영자 허브리스나 정보 비대칭으로 이를 해석했지만, 국기와 국호가 기사 제목에 오르고 국가 지도자가 축사를 보내는 순간, 그 프리미엄은 기업의 것이면서 동시에 국가의 것이 됩니다. 연구의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발도상국 기업은 선진국 기업을 인수할 때 체계적으로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는가? 그리고 그 효과는 언론과 정치가 강조하는 국가적 자부심의 프레이밍과 연결되는가?
이론적 틀
연구는 사회적 정체성 이론을 경제적 의사결정에 접목합니다. 개인이 집단의 위상을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하듯, 기업의 해외 인수도 국가적 위신의 대리전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이때 경영자는 주주가치 극대화의 대리인이면서 동시에 국가적 자부심의 대리인이 됩니다. 그 결과 합리적 가치평가보다 상징적 가치가 앞서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요약하면 다음의 메커니즘입니다. 국가 위신과 명예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압력이 경영자의 인지적 편향을 자극하고, 이는 과감한 승리 선택과 프리미엄의 상향으로 귀결됩니다.
가설
H1 개발도상국 기업은 선진국 기업을 인수할 때 평균적으로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H2 언론과 정치 담론에서 국가적 자부심 프레이밍이 두드러질수록 프리미엄이 추가로 상승한다.
H3 이러한 효과는 선진국 타깃에서만 강하게 나타나며, 개발도상국 간 거래에서는 약화되거나 사라진다.
데이터와 표본
분석기간은 1990–2007년이며, 대규모 국제 M&A 모집단에서 선진국 타깃을 개발도상국 인수자가 사는 코어 표본 295건을 구성했습니다. 데이터 소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SDC Platinum의 거래 정보, IMF/World Bank의 거버넌스·거시경제 지표, Factiva의 뉴스 텍스트입니다. 개발도상국 분류는 국제 기준을 따랐고, 포괄적 모집단 통계와 코어 분석 표본을 분리해 보고했습니다.
핵심 변수 정의
인수 프리미엄은 공시 4주 전 주가 대비 제시가 기준으로 측정해 이상치의 영향을 줄였고, 해석 용이성과 분포 안정화를 위해 log(100×Premium)로 변환했습니다. 국가적 자부심 변수는 거래 공시 전후 6개월의 뉴스 기사에서 국가 명예, 위신, 정치적 가담 등 키워드를 수동 코딩해 이분 더미로 구성했습니다. 통제 변수는 거래 규모(로그 자산), 수익성, 취득지분 비율, 경쟁입찰 여부, 적대적·우호적 거래, 현금·주식 결제 방식, 산업 및 연도 고정효과, 그리고 제도적 환경을 포착하는 반(反)디렉터 권리 지수와 문화적 거리 지표를 포함했습니다.
추정 모형과 식별
종속변수는 log(100×Premium)이며, 개발도상국 인수자 더미와 국가적 자부심 더미를 핵심 설명변수로 두고, 광범위한 통제와 연도·산업(그리고 필요 시 국가) 고정효과를 결합한 회귀를 추정했습니다. 표준오차는 Huber–White 강건 표준오차를 사용했고, 다중 거래가 동일 인수기업에서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기업 단위로 클러스터링했습니다. 극단치 민감도는 상하위 1% 윈저라이징으로 완화해 결과의 견고성을 확인했습니다. 종속변수를 로그화한 것은 이상치에 덜 민감하면서 계수의 경제적 크기를 직관적으로 해석하기 위함입니다.
핵심 결과
첫째, 개발도상국 기업은 선진국 타깃 인수에서 평균 약 16%포인트의 추가 프리미엄을 지불했습니다. 다수의 모형 사양과 통제, 고정효과 조합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
둘째, 국가적 자부심이 강조된 거래에서는 프리미엄이 추가로 상승했습니다. 언론 보도량과 내용 코딩을 활용한 대체 측정치로도 방향성과 유의성이 유지돼, 특정 코더의 주관에 의존한 결과가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셋째, 이러한 과지불은 선진국 타깃에서만 관찰됐습니다. 같은 개발도상국 간의 거래에서는 차이가 약화되거나 사라졌습니다. 이는 상징성이 강하게 작동하는 맥락이 선진국 자산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추가 발견
(거버넌스 프리미엄) 피인수국의 주주권 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즉 법·제도 환경이 튼튼할수록 프리미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했습니다. 반(反)디렉터 권리 지수가 1표준편차 높아질 때 3–5%포인트 수준의 추가 프리미엄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투명한 자산과 엄격한 소유권이 시장에서 높은 값을 부르는 현상과 일치합니다.
(문화적 거리) 다양한 문화 거리 측정치를 넣어도 인수 프리미엄과의 일관된 통계적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국기·국호가 전면에 등장하는 상징적 거래의 과지불은 단순한 문화적 차이로 설명되기 어렵고, 국가적 자부심이라는 독립 요인의 작동을 시사합니다.
강건성 검증
데이터 전반의 분포 특성을 보정하기 위해 상하위 1% 윈저라이징을 적용했고, 결과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국가적 자부심 측정의 내재적 주관성을 완화하기 위해 팀별 평균 보도량, 산업·시기별 통제 보정 등 대체 지표를 사용한 분석에서도 국가적 자부심 더미의 계수는 양(+)의 방향으로 유지되었습니다. 거래 특성(경쟁입찰, 적대성, 결제 방식)과 기업 특성, 산업·연도 고정효과, 그리고 국가 고정효과를 결합한 다양한 사양에서도 결론은 일관됐습니다.
사례 맥락
연구 표본 외의 사례지만, 2008년 인도의 타타가 재규어·랜드로버를 인수한 사건은 이 논지의 직관을 도와줍니다. 당시 인도 언론은 “제국주의 시대의 역사적 상흔을 씻는 상징적 사건”으로 서사를 부여했고, 정치권은 국가적 자부심의 승리로 프레임을 강화했습니다. 연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프리미엄이 재무적 합리성보다 상징적 가치로 견인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해석과 함의
이 연구는 국제 M&A 프리미엄을 개인의 편향에서 집단의 정서로 초점을 확장합니다. 경영자는 시장과 주주의 대리인이지만, 일국의 자부심이 결부되는 순간 사회적 명예의 대리인이기도 합니다. 언론과 정치의 스포트라이트는 경영자의 인지적 기준을 변화시켜 승리의 상징을 택하도록 유인하고, 그 대가가 프리미엄의 과지불로 나타납니다.
실무적 제언
(이사회·투자자 관점) 국가적 위신이 강조되는 거래는 가치 훼손 위험이 큽니다. 사전 가치평가 기준을 엄격히 고정하고, PR·정치 일정을 거래 일정과 분리해 검토해야 합니다. 프리미엄 상한선, 시너지 현금화 가능성, 통합 난이도, 실패 시 옵션(철회·분할·동반매각)을 사전에 체크리스트로 제도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책당국 관점) 국격 제고와 산업정책 목표가 결합될 때, 독립적인 비용·편익 평가가 필요합니다. 국익 프레임은 정치적으로 매력적이지만, 공적 자본이 관여된 거래에서 프리미엄 과지불은 장기적으로 국민경제에 손실을 남깁니다.
(경영진 관점) 상징성만 치중한 거래는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통합 설계 없는 인수는 위험하고, 시너지를 실현할 운영 설계(속도, 자율성, 문화 충격 관리)가 성공의 핵심입니다. 또한 협상 과정에서 상대국 정치·언론의 서사에 휩쓸리지 않도록, 가치평가와 거래조건 협상팀을 분리하고 교차 검증해야 합니다.
한계와 향후 과제
첫째, 국가적 자부심 변수는 뉴스 코딩에 기초해 일정 부분 주관성이 남습니다. 기계학습 기반의 자동 코딩과 다국어 코퍼스 확장은 유효한 보완책입니다.
둘째, 효과의 강도는 산업·국가·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08년 이후 규제·금융 여건 변화가 컸던 만큼, 최신 표본으로 동학을 재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국가적 자부심, 정치적 압력, 국가자본주의적 동원의 분리 식별이 필요합니다. 세 요인이 독립적으로 또는 상호작용하며 의사결정에 미치는 경로를 정밀하게 분해하는 연구가 뒤따라야 합니다.
토론을 위한 질문
국가적 상징성과 브랜드·네트워크 가치가 장기적으로 전환된다면, 단기적 과지불의 정당화 기준은 어디에 둘 수 있는가?
자국 기업의 대형 해외 인수에서 국가적 자부심 프리미엄은 어떤 경로로 의사결정에 스며드는가?
(예: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 달러),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47억 달러) 등 가격·맥락 비교)
거버넌스 프리미엄과 자부심 프리미엄을 실무적으로 어떻게 구분·관리할 것인가. 이사회 차원의 체크리스트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논문 출처
Hope, O.-K., Thomas, W., & Vyas, D. (2011). The cost of pride: Why do firms from developing countries bid higher?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42(1), 128–151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57/jibs.2010.5
<최근 연구 사례>
2023년 연구에서는 아시아 기업, 특히 중국 국영기업(SOE)이 비아시아 기업보다 크로스보더 M&A에서 훨씬 높은 프리미엄(일일 기준 약 36.7%, 4주 기준 약 43.2%)을 지불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정치적·전략적 동기가 이 현상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됩니다.
출처
García-Gómez, Conrado Diego; Farinha, Jorge; Demir, Ender; Diez Esteban, José Maria. M&A Premiums: Why Do Asian SOEs Bid Higher? The Role of Economic, Political and Cultural Factors. SSRN, 27 September 2023. Available at SS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