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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이트리 May 15. 2023

Startup Nation, Born to Global

이스라엘을 통해 살펴보는 창업대국, 스케일업의 길

왜 이스라엘인가?


이스라엘은 인구 약 930만명의 작은 나라이다. 면적은 한국의 1/5 수준이다. 유대인들은 디아스포라(diaspora)를 통해 오랫동안 유럽을 떠돌다가 마침내 1948년 자신들의 고향에 정착하여 이스라엘을 건국하였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뿌리깊은 아랍권 국가와의 분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직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가자지구에서 로켓포를 발사하면,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으로 막고 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2017년 한 유니콘 회사가 인텔(Intel)에 인수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바로 모빌아이(Mobileye)이다. 인수가만 17조원 이상이었다. 모빌아이는 1999년 히브리대학교 교수인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가 창업하여, 카메라 기반의 ADAS(첨단운전보조시스템)을 통해 주행 자동화 보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이스라엘은 7천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어 인구 대비 스타트업 수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이스라엘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수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구글과 인텔 등 글로벌 대기업 400개 이상이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작은 나라는 어떻게 스타트업으로 기술경쟁력과 부를 이루게 되었을까? 창업대국을 일궈낸 이스라엘의 창업지원과 기술사업화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이스라엘 스타트업 및 기술사업화의 간략한 역사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한 나라이다. 북부 일부의 비옥한 토지를 제외하면, 남부는 척박한 지역이 많고, 국토 절반 이상이 건조하거나 사막지대로 되어 있어 농업이 쉽지 않으며, 물부족 국가이다. 척박한 주변 환경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우수한 인력이었다.


이스라엘은 인구가 930만명 정도로 내수로 먹고 살기엔 어려움이 있다. 아울러 대기업도 많지 않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부터 해외 투자를 통한 해외 진출(born to global)을 꿈꿨다. 유럽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을 살려 유럽과도 소통을 많이 하였고, 실리콘밸리가 활성화 된 이후에는 미국으로도 많은 진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전세계에 걸쳐 촘촘하게 뻗어있는 유대인 네트워크가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금융투자계까지 다양한 곳에서 유대인들은 서로를 돕고 있다.


이스라엘의 창업생태계는 처음에는 미국 모델을 통해 발전하였다. 1977년 설립된 이스라엘-미국 산업연구개발재단(BIRD, Israel-US Binational Industrial Research and Development)을 통해 총개발비의 20∼50%를 지원하였고, R&D 이후 상업화까지 포괄한 지원을 통해 생명공학, 보안 등 성공사례 창출하기에 이르른다. 이후 이스라엘 협동 네트워크(ICON, Israel Collaboration Network)를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의 투자 생태계를 연결하고,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해외투자 유치 생태계를 구축하였다.


1991년 소련이 몰락하면서 동구권에서 100만명의 하이테크 유대인 인력들이 대거 이스라엘에 정착한다. 이스라엘 정부에서는 이들을 활용하여 경제성장과 기술확보, 일자리 확보의 계기로 삼고자 하였다. 요즈마 펀드를 통해 1993~1998년 동안 첨단기술 분야 초기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투자(민간 주도의 선투자 후 정부가 매칭 투자)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다양한 양자 및 다자 R&D 협력을 위해 이스라엘 혁신청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인도 등과 양자 R&D 협력을 진행하고, EU EUREKA 프로그램과 EU 프레임워크 프로그램(FP)을 통한 다자 R&D 협력 참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기술사업화가 강한 이유?


아울러 이스라엘의 스타트업과 기술사업화 생태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군에서 개발한 원천기술들을 기반으로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공계 대학 교수와 석·박사 출신 연구원 창업 및 기술이전을 통한 창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와이즈만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의 예다(YEDA)와 테크니온공대 T3(Technion Technology Transfer), 히브리대 이쑴(Yissum) 등 이스라엘 기술이전사무소(TTO, Technology Transfer Office)는 매년 4천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수익 거두고 있으며, 수익의 40%는 연구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활성화된 기술사업화 모델을 통한 수익 창출 구조가 자리잡혀 있다.


테크니온공대는 이스라엘의 주요 공대 중 하나인데, T3는 테크니온공대의 기술이전 전담센터로 특허출원부터 임상실험, 상업화까지 전문적인 기술개발, 기술이전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테크니온 공대에서는 R&D 재단(TRDF; Technion R&D foundation)을 통해서 초기(Seed)∼시리즈A(Series A) 단계에 있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군사, 유전공학 등 기술 분야 R&D를 지원하고, 테크니온 투자 기회 펀드(TIOF; Technion Investment Oppertunity Fund)를 통해 시리즈A(Series A)∼시리즈B(Series B) 단계에 있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투자 지원하고 있다.


와이즈만연구소는 1934년 설립되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와 더불어 기초과학 분야의 5대 연구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은 특히 기술이전을 통한 기술사업화로 유명하다. 이미 1959년부터 예다라는 기술사업화 조직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후에 상업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와이즈만연구소에서 예다를 통해 기술이전한 기술로 만든 제품과 서비스는 기술 로열티 수익으로 이어져, 와이즈만 학생들은 학비를 내지 않고 월급을 받으며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의 창의성과 순수성을 지킬 수 있다.


이스라엘은 자체적인 예산을 통해 독립적으로 R&D를 수행하고, 시장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화 지원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스라엘이 GDP 대비 R&D 비중이 5.4%로 세계 1위 수준이고, 한국이 4.8%로 세계 2위이다. 하지만 공공 R&D 비중이 한국은 높아서 20.7% 수준이고, 이스라엘은 절반인 9.6%이다. 한국의 기술상용화 성공비율이 10% 미만일 때, 이스라엘은 30% 이상이다. 한국에도 산학연 협력 기술지주회사가 80개사가 활동 중이나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창립 역사가 길지 않고, 아직 기술이전 수익 규모가 작다. 앞으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 연구자 창업과 기술사업화의 선순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



한국이 배울 점은?


CBInsight의 2023년 'The complete list of unicorn companies' 자료 기준으로 이스라엘은 유니콘이 25개사로 세계 7위 수준이며, 한국은 10위 수준이다. 이스라엘에는 2023년 1월 기준으로 127개의 엑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터가 운영 중이고, 2021년 기준으로 70개의 해외 벤처캐피탈 지사를 포함한 205개의 벤처캐피털이 있으며, 2022년 12월 기준으로 522개의 벤처캐피탈 펀드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도 372개의 엑셀러레이터가 있지만 2010년부터 시작되어 아직 역사가 짧은 편이다.


한국 역시 양적으로 그동안 많은 확대가 있었으며, 이제 질적 성장이 요구되는 때이다. 이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스케일업이 가능한 딥테크(deep-tech)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엑셀러레이팅이 필요하다. 아울러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정책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혁신청은 2018년부터 창업비자(Innovation Visa program; Visas for foreign high-tech experts incentive program)를 통해 해외 전문인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기술사업화를 위한 전문인력과 경험을 축적하는 시간을 통해 성공사례와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해외 투자 펀드들에게 좋은 스타트업을 많이 연결하여 투자유치 사례들을 만들어 내며, 기술창업자가 R&D에 집중하고 전문적으로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엑싯(exit; M&A, IPO 등) 사례를 풍부하게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미국 교수 창업의 23.5%가 엑싯에 성공함).


이제 한국은 ICT 첨단기술을 주도하는 국가가 되었다. 앞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서, 한국이 주도하는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가 확대되어, 한국이 창업대국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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