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사막, 만수르의 나라 UAE 알아보기
중동(Middle East)는 어느 지역인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중동이란 단어는 유럽 관점에서 근대에 사용하던 단어이다. 해석과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아라비아반도와 페르시아만 일대부터 동지중해를 아우르는 서아시아 지역 그리고 북아프리카 지역까지 아우르는 넓은 지역이다. 이곳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비롯하여 이라크와 이집트 등 다양한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는 지역이다.
중동 지역이 한국과는 지리적 거리가 어느정도 있다보니 우리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막과 석유, 걸프전과 이라크전쟁, 이슬람 문화 등과 같이 미디어를 통해 접한 것이 많다. 이 지역은 상당히 더운 기후와 사막 모래로 인해 척박한 환경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상당한 부를 구축한 국가들도 많이 있다. 한국은 1970~80년대부터 이 지역에서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많은 인프라 및 건축물 건설을 진행해았고, 중동지역에서 국내 원유 수입량의 60% 이상이 넘는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다.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어떤 나라인가?
아랍에미리트(UAE)도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해있으며, 주변국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오만 등이 있고, 페르시아만 건너에는 이란과도 인접해 있다. UAE는 수도인 아부다비와 경제도시인 두바이를 비롯한 7개 토호국이 모여 1971년 영국 보호령에서 벗어나 독립하였다.
아부다비는 가장 큰 토호국으로, UAE 국토 면적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UAE 석유 생산량의 대부분도 아부다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UAE는 1950~60년대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상당히 빈곤한 경제상황을 이어갔으며, 국토 대부분이 고운 모래로 이뤄진 사막 지대라 상당히 생활하기에 척박한 지역이고, 진주 채취와 대추야자 재배에 의존하였다.
UAE는 인구가 1000만명이 넘으며, 아부다비와 두바이에 각각 300만명 가량씩 거주하고 있다. 두 도시는 차량으로 1시간30분에서 2시간 정도면 편도로 이동할 수 있다. 인구 구성은 80% 이상이 외국인이고, 이중 1/3 가량이 인도와 파키스탄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다. UAE은 아랍국가로 이슬람이 주 종교이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이 수니파가 주를 이루고 있다.
두바이는 어떤 곳인가?
두바이는 UAE를 대표하는 경제도시이다. 높은 고층빌딩들로 둘러쌓인 스카이라인이 인상적이다. 부르즈 칼리파는 2010년 개장한 828m인 현재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이다. 에메레이트항공이 두바이에 기반을 둔 중동 최대 규모의 항공사이다. 두바이국제공항(DXB)은 미국 애틀란타와 중국 베이징과 더불어 세계 3대 공항 중 하나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는 8천만명 이상의 이용객이 두바이국제공항을 거쳐갔다. 두바이는 현재 관광과 금융, 부동산 산업을 통한 경제 구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두바이가 현재의 모습을 처음부터 갖춘 것은 아니었다. 구글에 'Dubai 1980'으로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사진을 볼 수 있다. 허허벌판인 사막에 길하나와 건물 몇개가 전부였다.
석유가 많이 나는 아부다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두바이는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두바이는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 그리고 개방적인 정부 정책을 통해 여러 인적, 물적 자원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재 두바이의 경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5%를 넘지 않는다. 지정학적으로 아라비아반도의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두바이는 유럽과 인도, 아프리카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비행기로 가깝게 이동할 수 있다. 유럽과 중동의 자본이 만나는 거점으로서 두바이는 현재 자리해있다. 두바이는 항만 개발을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팜 주메이라와 부르즈 칼리파 등 굵직한 건설 프로젝트 등을 통해 관광과 부동산, 금융 경제를 크게 육성하였다. 두바이에서 나는 석유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두바이유는 국제 석유 거래에 있어 하나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두바이의 부동산 및 관광 경기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 등 여러 위기들이 있었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아부다비의 자본 투자에 의존하게 되어 부르즈 칼리파의 지분도 넘기는 등 여러 부침이 있었으나, 여전히 중동 지역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자리하고 있다. 물론, 현재 아부다비와 카타르 등 여러 도시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역시 빈 살만 집권 이후 중동에서 비즈니스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오고 있다.
UAE는 왜 스타트업을 육성하려고 하는가?
UAE는 그동안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중심으로 여러 경제활동을 해왔다. UAE의 경제규모는 중동에서 4위 수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스라엘 다음이다. 1인당 GDP는 47,000 USD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부는 대부분 석유에서 온 것이다. 현재 UAE 수출의 45%는 석유이다.
물론, 현재 인류가 석유 없이 살아가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고, 석유 채굴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석유가 언젠가는 고갈할 것이고, 최근 ESG와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등 다양한 비즈니스 트렌드 속에서 석유와 같은 전통적인 화석연료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또한 UAE가 직면한 다른 현실의 장면 중 하나이다.
그리고 UAE는 석유와 대추야자를 빼고는 나머지 대부분의 물적, 인적 자원을 수입하고 있다. UAE는 독특한 나라이다. 2020년 7월, 아랍어로 희망이란 뜻의 아말이란 화성탐사선을 발사하여 2021년 2월 화성 궤도에 안착하였다. 하지만, 식량과 가전제품과 같은 생필품은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UAE는 경제부(Ministry of Economy)를 중심으로 경제 구조 다각화와 기술력 강화, 중동의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지위 유지를 위해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전략을 취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UAE는 기업가 국가(Entrepreneurial Nation)라는 어젠다를 통해 2031년까지 10개의 유니콘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https://theentrepreneurialnation.com/?lang=en
UAE는 투자 펀드 규모에 있어서는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막대한 규모의 국부펀드를 가지고 있다. UAE는 아부다비 투자청을 통해 850조원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세계 3위 규모의 국부펀드를 보유하고 있고, 두바이 투자청을 통해 395조원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세계 10위 규모의 국부펀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무바달라를 통해 320조원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세계 13위 규모의 국부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1월, 한국 대통령 국빈방문을 계기로 한국 기업에 40조원 규모의 투자를 공약했고, 2023년 5월 한국에 UAE 국부펀드 기관 4곳이 농업과 에너지 분야 등에 관심을 갖고 한국기업 40여곳과 만나고 한국의 금융투자사들을 접촉하기도 했다.
2022년 기준으로 UAE에는 약 55.8만개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있는데, 이를 2030년까지 100만개로 확대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20년에 UAE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63.5%는 석유와 관계된 비즈니스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UAE의 탈석유화 전략과 UAE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은 결을 같이하고 있다.
UAE는 법인세가 9%로 인근의 카타르 10%, 쿠웨이트와 오만 15%, 사우디 2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두바이의 경우에는 법인 설립 절차를 간소화하여 외국인 기업가 유치에 적극적이다.
UAE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Hub71
허브71(Hub 71)은 아부다비 ADGM 15층에 위치한 UAE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AC)이다. 허브71은 UAE 경제개발부와 UAE의 국부펀드 중 하나인 무바달라(Mubadala), 아부다비 국제금융센터를 운영하 ADGM(Abu Dhabi Global Market) 등에서 출자하여 설립하였고, UAE 내 딥테크(Deep Tech)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설립한 엑셀러레이터이다.
허브71은 위워크(WeWork)를 통해 BI센터와 같은 역할을 통해 스타트업들에게 보육공간을 제공하고, 투자와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UAE 내 테크 스타트업 육성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엑셀러레이터로서 허브71은 pre-Seed 이후부터 Series C 이전 단계의 Seed~Series B 단계의 초기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 1월 기준으로 21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45개국에서 온 UAE 스타트업들로 구성되어 있고, 주로 핀테크, 헬스테크, 에듀테크, 모빌리티 등의 기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치면서: UAE가 주는 시사점
한국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들은 상당히 촘촘하게 구성되어 Pre-Seed부터 Series A~B 단계까지 잘 안착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고, UAE는 VC 펀드 구성이 상당히 잘 되있어 다양한 기업들에 투자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UAE은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을 아울러 영업을 할 수 있는 지역으로, 현지 AC와 VC들 모두 UAE를 거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다양한 국가들과 비즈니스 연계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UAE는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교두보를 위해 연락사무소 개소 등을 고려할 수 있는 지역이다.
모빌리티와 관련해서는 아부다비, 두바이와 같은 대도시의 인프라 관리를 위해 도시 모니터링을 위한 디지털 트윈 활용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고, 항구 컨테이너 트럭에 대한 자율주행 적용과 로보 택시 운행 등을 통해 자율주행을 물류와 관광에 활용할 방법들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 UAE 차원에서 가시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아직 없다.
다만, 두바이 항만쪽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발표된 내용은 있다. 두바이에 있는 제벨 알리 항구(Jebel Ali Port)는 세계에서 물동량이 9번째로 많은 항구로, 두바이 포츠 월드(Dubai Ports World)에서 관리하는 항구이다. 여기에서도 2020년 항만 컨테이너 운송에 있어 물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자율주행 차량 도입을 할 계획을 발표하였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공식 발표된 진행사항은 없는 상황이다.
아직 우리에게 중동은 많이 낯선 지역이지만,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기업들에 중동의 여러 펀드들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 수입에 곤혹을 치렀던 터라 식량안보와 스마트팜 등 애그테크와 해양담수화, 에너지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다만, 전기차 시장에 있어 테슬라 차량 보급이 두바이 일부 부유층과 프리미엄 택시에 소수 보급되어 있고, UAE 내 전기차는 총 4,000대 남짓한 수준으로 UAE 전체 차량의 1% 수준이다. 다만, 최근 2023년 5월, UAE 에너지부 장관은 향후 2030년까지 EV 차량대수를 현재의 10배 수준인 42,000대 이상으로 보급을 늘리고, 이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향후 한국의 좋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중동 등 해외시장 진출과 스케일업을 이뤄나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