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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이트리 Jul 20. 2023

[서평] 기술 발전이 저절로 사회에 풍요를 부를까?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의 신간을 보고 느낀점

시작하면서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이 '23년 5월에 갓 출간한 새 책 권력과 진보(Power and Progress: Our Thousand-Year Struggle Over Technology and Prosperity)에 대한 약간의 후기와 책의 주요 내용 에 대한 간단한 내 생각을 전하고자 한다. (다소 급하게 작성하여 날 것의 워딩이 많고, 다소 매끄럽지 못할 수 있다.)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는 내가 2014-2015년 정치학 석사과정 시절 비교정치경제(CPE) 수업 때 그의 책과 논문을 여럿 읽었기에 익숙한 저자이다. 참고로 아세모글루의 Economic Origins of Dictatorship and Democracy은 많은 통찰과 영감을 주는 상당히 좋은 책인데, 독재/권위주의 정부와 민주주의 정부가 서로 어떻게 경제자원 배분에 관한 정치적인 선택을 하는지 잘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아세모글루는 political regime에 따른 분배/재분배 정책 접근 차이와 이에 따른 inequality effect 차이에 대한 다수의 연구도 진행하였다. 예전에는 에쓰모글루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요새는 아세모글루로 쓰는 모양이다. 이 글에서는 요즘 표기에 맞춰서 쓰겠다. 참고로 아세모글루는 터키계 미국인으로 현재 MIT에서 12명만 있는 석좌교수 중 하나로 경제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이라는 책으로 유명한데, 정책을 펼치려 해도 정치제도(institution) 기반이 약하면 어떻게 정부가 실패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번 저서 권력과 진보에서는 "기술이 발전하면 우리 사회가 진보하고 번영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책이다. 근대(modern)에 산업혁명 이후 양적 성장을 통해 유럽 주요지역의 전반적인 경제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푸코식의 관점에서 다소 비판적으로 바라보자면 '판옵티콘'이라는 상징적 사례와 같이 효율적인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자, 그러면 일론과 같은 빅테크의 그루들이 말하는 밝은 미래가 과연 저절로 올 것인가? 그건 아니다. 아세모글루가 진행한 그간의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바와 같이, 이 저서에서도 의식있는 시민들이 모여 정치 문화와 제도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사회적인 합의와 규범을 방향성있게 찾아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고 하는 점이 상당히 인상깊었고, 대체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기술 발전이 사회 번영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이 책에서 다룬 지난 천년 간의 기술과 진보를 둘러싼 긴 역사 속에서 인상적인 두 장면은 다음과 같다.
   

산업혁명 시기 노동자들의 노조(union) 결성과 활동들


 페이스북 등 SNS로 인한 정치적 양극화 확대 (예: 미얀마 로링야족 학살 사건과 페이스북을 통한 혐오 조장의 안좋은 방향으로의 시너지 효과) 이후 시민들이 느낀 데이터권의 중요성과 SNS 중독에 대한 약간(?)의 자각/반성


이책에서는 말미에 여러 해결책을 (이전의 아세모글루 저서들에서와 같이) 제시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1) 노동자 조직화와 2) 국가도 시장도 아닌 제3영역인 시민사회(civic society)의 성숙(시민단체 등 견제 활동 강화를 통한 목소리 내기)가 그것이다.

나는 현재 시점에서는 노조보다는 시민사회 역할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미 advanced countries에서는 제조보다는 서비스영역의 경제활동이 더 GDP에 미치는 비중이 커서, 파편화된 서비스직의 노조 결성이 쉽지 않다. 그리고 지난 200년 이상 시간동안 노조는 자본가 반대라는 맑시즘적인 구호 외에 새로운 대안을 21세기에 던지진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빅테크 견제를 위한 정책도 고민하였다. 하나씩 살펴보면서 내 의견을 붙여보겠다.

  

탄소세와 같이 빅테크 모니터링에 대한 규제(역으로 인간 규범 가치를 잘 지킨 경우 (탄소 크래딧과 같이) 시장 인센티브 제공)(여기서는 어떤 규범에 대한 규정이나 어떻게 탄소세도 지금 강제성을 못만드는 마당에, 이를 어떻게 구속력있게 만들지는 비어있어 개인적으로는 의문이다.)


빅테크 기업의 분할 강제(그러나 이는 사기업을 쪼갤 근거가 약하고, 계열사로 쪼개도 결국 한국 재벌 그룹과 같이 지주사 중심으로 align하게 될것이라고 본 작성자는 생각한다.)


조세개혁(이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에는 과세가 철저한 반면 자본에는 관대한 경향이 있다.)(결국 테크세를 추가로 걷어서, 기본소득 내지는 부의 분배(distribution)을 통한 최소한의 평등(equality)에 대한 보전(reward)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 작성자는 생각한다. 과세 범위는 미국기준 현 법인세 21%에 4%정도를 기술세로 S&P 500 등 시장에서 시총 가치가 높은 주요 빅테크를 대상으로 하여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공화당을 어떻게 설득하여 나아갈지는 민주당에서 고민할 부분인데, 개인적으로는 IRA때처럼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들에게 credit을 따로 챙겨주는 식으로 타협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자 재교육에 투자(이것은 당연히 사회와 기업에서 해야한다. 교육만이 인적 자본을 높여, 부를 일굴 수 있는, 경제학에서 검증된 방법이다. 기술에 따른 변화가 크고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할때, 인간이 대신 무엇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낼지 고민해야 한다. 이 때, 오히려 인본주의(humanism)을 위한 교양 교육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정부의 리더십(이거는 별로 기대하긴 힘들다.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은 본인들이 엘리트로서 산업/기술 정책을 이끈다고 생각하지만, 대개의 역사에서 그것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market에 맡기는게 제일 좋고, 정부는 최대한 방해 안 하는게 좋다고 본다. 오히려 입법부(의원) 차원에서 기업들이 너무 인간 기본권에 대해 선넘어서 설치지 못하게, 규범적 가이드라인으로 규제하는 것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기반으로 꼭 입법 완료가 필요한 분야라고 본다. 샘 알트먼도 말로는 전세계 돌면서 AI를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기업에 맞기는건 고양이 목에 생선 달기와 같아서, 이는 간접민주주의에서 일반 시민의 대표인 입법부에서 의회 의원들이 진행해야할 부분이다.


통신품의법 230조 철폐(메타나 트위터는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보다 기업가치가 훨씬 크지만 언론이 아닌 SNS라는 이유로 여러 규제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보강 내지는 수정은 필요해 보인다.)(이는 뭐 전술적으로는 미국 내에서 고려할 부분이다. 아무래도 아세모글루가 MIT에 있는 미국 교수다보니 쓴 말이기도 하고, 빅테크 대부분이 미국에서 활동을 하다보니 쓴 말인 것 같다.),


디지털광고세(당연히 이것도 아마존 같은 플랫폼 사업자를 정치권에서 옥죌때 쓰기 좋은 카드이다. 다만 어떻게 얼마나 조세를 거둘지에 대한 부분과 그 돈으로 기금을 만들어서 어떤 활동(예: 인본주의 연구에 투자 또는 기술에 대한 사회적담론을 논의하는 기구에 투자)에 쓸지를 논의해야 한다.)


부유세(이건 inequality를 잡고, wealth를 사회적으로 distribution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한다. 특히, 상속세도 100억 이상 부자들에게는 강하게(50% 이상 taxation) 물려야 한다. 버핏이나 빌이 이 얘기를 괜히 하는게 아니다. 지금 현재의  inequality 수준은 더이상 대를 이어 사회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기 수준이다. 경각심이 필요하다.)


재분배와 사회안전망 강화, 최저임금, 학계개혁 역시 아세모글루가 그간 말해왔고, 꼭 필요한 당연한 이야기다. 이러한 3가지 정책 조치들 없이는 사회 불균형과 불평등을 잡을수가 없다. 학계개혁도 마찬가지로 지식인들의 비양심적 행태를 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 논의를 건전하게 하기 위해 생태계 정화가 필수적이다.


이 중 가장 하나 필요한 걸 고르라면, 조세개혁을 통한 빅테크 대상 추가 과세이다. 직접적인 세금부과를 통한 분배(distribution)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재분배(re-distribution)까지 기다리기엔 지금 불평등을 잡을 시간이 없다.


[생각해볼 주제]
사회 주도권을 둘러싼 삼국지 : 정치권력(정부/의회) vs 기술(빅테크) vs 시민사회(시민단체)

1. 본 책의 주장에 대해 나는 5점 만점에 4점 정도만 주고 싶다. 그 이유는, 그럼 그동안 하나의 유기체로서 빅테크 기업들은 손놓고 있냐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시민사회에서 규제를 하면, 빅테크들은 빠져나가기 위해 선제적으로 규제가 생기기전에 와르륵 기술개발 후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하거나, 아니면 기술발전이 세상에 이롭다는 아이언맨 풍의 이야기를 마케팅으로 풀 것이다. 정 안되면 무언가 법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구석을 찾거나, 더한 경우에는 해당 국가에서 서비스 안한다고 반(half)협박(?)을 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고 싶다. 나는 현재는 빅테크가 더 폼(분위기나 기세)이 좋은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물론 압도적 힘은 의회와 정부의 정치권력에서 나오지만)

2. 사회의 성찰과 자각없이 가만히 기술을 내버려두면, 세상은 디스토피아로 갈 확률이 높다. 아마 빅테크가 경제를 독과점할 것이고, 사람들이 사는 삶의 모습은 넷플릭스 드라마인 블랙미러 에피소드들처럼 어두워질 것이다. 자, 그렇다면, 한국 사회 단위에서 여러 테크 분야 또는 서비스들에 대한 공론장을 어떻게 관주도가 아닌 시민사회 단위에서 만들어 갈 것인가? (지금 AI, 유전자가위,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서비스(긱 노동자) 등 다양한 기술 영역에서 인간 삶의 존엄성이 위협(?)받을 가능성들 이조금씩 피어나고 있다.)


[결론] 기술에 대한 사회 구성원인 시민들의 지각과 개안이 필수적이다.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3가지가 바로 지정학적 위기와 AI 전쟁, 기후 위기이다. 기술은 이제 더 이상 한가한 교양이 아니다. 기술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히 침투해있고, 향후 3~10년 내에 AI와 유전자가위, 자율주행, 로봇 등의 각 세부 분야에서 인간의 삶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시민 개개인이 기술에 대해 많은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이것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과 사회적 수용성, 규범, 합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민사회의 공론장에서 보다 활발하게 논의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정신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세계를 통해 빅테크들이 새로운 비즈니스와 경제적 성과를 이룬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개발과 서비스에 있어 빅테크의 기업가치와 사회적 영향력은 지대하며, 시장에 대한 독과점 우려 역시 높다. 우리가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저숙력 노동자와 자산이 적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보와 기회, 그리고 부(wealth)의 불균형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명과 암을 명확히 파악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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