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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학동아 탐험대학 Apr 18. 2021

가지를 새로 뻗게 되었다

이동원 탐험대원/직접 설계한 실험을 위해 매일 밤 기록한 화학분야 탐험가

    사실 중학생 때 까진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한 대학을 나와 적당한 회사나 다녀야겠다고 생각하며 나의 진로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는데,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선생님들께서 입시와 코로나와 4차 산업 등으로 변할 미래에 대해서 말씀해 주셔서 비로소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우선은 어렸을 때 꿈꿨던 약사를 목표로 정했고 약학 공부를 해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아직 고1인 내가 지금부터라도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조사해보니 ‘화학’ 과목이 가장 눈에 들어왔고 막연하기만 했던 진로에 처음으로 관심이 생겼다. 

    탐험대학에선 자유롭게 주제를 정하는 ‘스스로 탐험’이라는 과정이 있다. 이번에야 말로 내가 관심 있는 화학과 관련된 탐구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주제를 탐색하기 위해 학교 과학 선생님과 주변 산을 올랐는데 평소엔 못 봤던 적송 한 그루를 발견했다. 같이 산에 올라간 선생님께서 적송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시긴 했지만 나는 살면서 처음 본 적송이 단순히 신기하다는 감정 하나만으로 계속 기억에 맴돌아 호기심이 생겼고, 탐험 주제를 적송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이트를 찾아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되는 대로 검색하다가 적송에 관한 화학 반응 중 ‘타감작용’이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됐다. 타감작용이란 식물이 특정한 화학 물질을 내뿜으면서 자신 주변 식물들을 죽게 하는 작용이라고 한다. 타감작용을 통해 적송은 생장에 필요한 양분이나 빛을 더욱 끌어 모으게 되는 것이다. 나무가 직접 다른 식물들의 생장을 막는다니.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에 나는 타감작용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계획했다. 


11일차 강낭콩 실험군의 모습. (왼쪽 하단부터 시계방향)물, 추출액 희석액, 추출액 100%를 뿌린 모습이다.

    실험은 강낭콩과 무, 고수의 씨앗에 각각 물과 적송 추출액을 따로 주면서 얼마나 자라는지 성장 속도와 정도를 비교하기로 했는데 만만치가 않았다. 우선 고수는 아무리 기다려도 자라지 않았다. 조사해보니 고수가 자라는데 필요한 시간이 너무 길어 실험을 하기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험 대상으로 부적합했던 것이다. 강낭콩과 무는 싹이 났지만 친구들과 예상한 가설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무는 오히려 적송 추출액을 먹은 경우가 많이 자랐다. 직접 실험을 해보니 적송의 타감작용이 모든 식물에 잘 적용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는 것 같다. 타감작용을 활용해 농약 대신 친환경적으로 농작물 해충을 퇴치할 수 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스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대단한 것 같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눈앞에 일만 집중하며 살던 내가 이제는 스스로 탐구하고 결과를 얻어서 그 결과를 가지고 앞으로의 세상과 새로운 영역에 가지를 뻗어가는 활동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화학에 대한 막연했던 관심 스스로 탐험을 통해 구체화되기 시작됐다. 특히 매일 밤이 재미있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실험결과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밤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실험결과를 기록하고 어제 달라진 점을 비교하며 일지를 작성하는 순간은 내가 정말 제대로 탐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서 수행평가와 시험공부를 병행하면서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타감작용이 일어나는 방식, 구체적인 화학 물질, 타감작용을 일으키는 또 다른 식물들 등 궁금한 게 많이 생겼고 덕분에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가장 값진 깨달음은 바로 비료 외에 타감작용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어떤 분야일지 자발적으로 생각해 본 것이다. 실험 결과를 얻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와 연결하여 또 다시 새로운 의문을 품고 다시 탐구에 도전하는 마음을 배운 것 같다. 마치 하나의 나뭇가지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새로 뻗어 나가는 것 같이 실험의 결과를 여러 학문이나 현상에 연결하는 탐구정신을 배우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이동원 대원이 매일 밤 관찰하고 기록한 실험은 

온라인 탐험 페스티벌 특별관에서 전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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