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알아주지 않아도 써내려 가는 날
나만 인정하는 날이 있다.
누군가 알아주길 기대하지 않고,
굳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은 날.
그런 날에는
잘 해냈다는 말이 필요 없다.
그저 오늘도 평소처럼 살았다는 사실이면 충분하다.
글을 쓰면서도 비슷한 순간을 자주 만난다.
열심히 썼다고 생각한 문장이
아무 반응 없이 지나가고,
조용히 묻히는 날들.
처음엔 서운했다.
왜 아무도 보지 않을까,
이 문장은 의미 없었던 걸까.
하지만 하루, 이틀, 삼일...
매일같이 문장들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 기록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것.
적어도 나는
이 하루를 통과했다는 증거를
남겼다는 사실.
인정은 때로
밖에서 오지 않는다.
스스로에게서 먼저 온다.
그제야 사람의 정마저 느낀다.
오늘도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그냥 흘려보냈을 순간들.
잠깐 멈춰 서서
문장으로 붙잡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하루는 달라진다.
아무도 손뼉 치지 않는 무대에서
혼자 고개를 끄덕이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날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다 가끔
누군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이 문장, 좋네요.”
나의 기록 위에 남긴 짧은 기록.
그럴 때면 알게 된다.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고,
기록은 언제나
자기 속도로 도착한다는 걸.
오늘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를
나는 적는다.
이 매거진은
잘 써내는 기록이 아니라
계속 써보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