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는 날은 마음에 쓰였다

오늘은 쓰지 않아도 괜찮다

by 아메리 키노

글을 쓰지 않는 날이 있다.
의욕이 없어서라기보다
그날은 그냥,
아무 문장도 나오지 않는 그런 날이다.

쓰지 않는 하루로 마감할 때면
하루를 헛되이 보낸 것 같았고,
남기지 않으면
그날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간절하게 썼다.

안갯속에서 더듬어가듯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면서
문장을 붙잡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모든 날이
문장이 될 필요는 없다는 걸.

쓰지 않는 날에도
하루는 분명히 지나갔다.
숨을 쉬고,
생각하고,
어디론가 다녀왔고,
누군가의 말을 들었다.

그날은 다만
문장보다 몸에 더 가까웠을 뿐이다.

오히려 그런 날들이
다음 문장을 준비시킨다.
감정이 바닥을 치고
조용히 가라앉을 때,
그 위에 말들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다.

글을 쓰는 일은
매일 생산하는 일이 아니라
계속 돌아오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쓰지 않는 날을
조금 더 믿기로 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니까.

오늘은 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활자와 가까워지는 그날이

다시 천천히 시작된다.



이 매거진은
잘 써내는 기록이 아니라
계속 써보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