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발행 글의 주제로 '짝꿍'이라고 정했을 때, 고민할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사랑을 주제로 한 글쓰기는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쓰기도 전부터 굉장히 쑥스럽기도 하고 막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저도 어쩔 수 없는 주책바가지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는데 말이죠.
아! 이 '~말이죠'라는 맺음말부터가 그녀의 말투에서 저의 말투로 넘어오게 된 기묘한 녀석입니다. 조금만 주책 떨자면 출처는 확실한 녀석인데 언제부터 사용하게 됐는지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저의 입에 달라붙어서 짝꿍과 '~말이죠'하며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살짝 TMI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좋아하는 인물, 물건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별별 에피소드들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와요.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글은 자칭 '자제력을 강화하는 글쓰기 훈련'이 되겠군요. 하핫!
사랑, 연애라는 '단어'와 '경험'과 '이야기'자체를 비유하자면 '아름답고 두근두근거리는 설렘의 어드벤처 롤러코스터'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다시 시작하기엔 처음 놀이기구 탈 때처럼 왠지 두렵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면 이젠 즐겁고 재미있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글로 남기는 것에 너무 들떠있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쓰는 지금, 마음을 가다듬고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소중함을 담아내 보겠습니다.
사랑을 시작하기까지
스푼라디오 프로필 사진
라디오 플랫폼 '스푼 라디오'의 간헐적(?) DJ로 활동하던 때에 프로필 사진으로 위 사진을 걸고 진행했었습니다. 잘생김보단 친근함으로 다가가려 했던 전략이었지만 오히려 많은 유저들의 숫자보다 더욱 소중한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무엇이 제가 운영하는 방송으로 이끌었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들었지만 이상형에 가까웠던 프로필 사진의 영향이 컸다고 했습니다. 이후의 다양한 목소리도 크게 한몫했었고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 평범한 사진 한 장이, 즐거운 비대면 놀이터였던 라디오 플랫폼이 제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꿔놓은 것 같습니다.
비대면 만남이 자연스러워졌던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 표어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는 문장 그대로 부산에 사는 청취자 '모리'와 광주에 사는 DJ '키노'는 그렇게 어느 '곳'이 아니라 어느 '플랫폼'에서 만났습니다.
글을 쓰기까지
그림액자같은 창문 밖 그림같은 풍경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첫 만남이 성사되긴 했지만 그 만남은 또 한 번의 연이 되어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2021년 2월, 우리는 정식으로 교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모리'의 집에서 찍은 창문 밖 사진입니다. 부산 사람이라면 익숙하시겠지만 광주 사람 '키노'는 마치 한 폭의 액자 속 그림을 감상하듯 처음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광주에선 저런 풍경을 볼 수 없었으니까요. 오밀조밀 모여있는 집들의 풍경은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특유의 신선함이 가득 넘쳤습니다.
이런 그림 같은 풍경 아래 소소하게 침대 머리맡 수납장에 있는 다양한 그림책과 에세이, 산문집, 사진첩들이 보입니다.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데요. '모리'는 작은 도서관 사서 선생님입니다.
어린이 북아트 강사 '사서 모리'쓰앵님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모리'를 본 적은 없지만 사진을 볼 때면 프로페셔널함에 다시 한번 반하곤 한답니다. 일하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은 더욱 푹 빠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이 없었기에 '사서 선생님 모리'는 뭔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책을 선물하고 책을 읽어주고 책을 추천해주고 마음의 양식을 쌓으면서 책 읽는 재미를 일깨워주었습니다. 마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 선생님의 이미지가 제 마음을 너무 평안하게 해 줍니다.
그렇게 다양한 책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글쓰기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글부터 나름대로의 생각을 줄줄이 나열한 글 등 정말 부족한 글이었지만 네이버 블로그에서 자유롭게 일기를 쓰는 '모리'와 함께 잠시 동안 블로그 글쓰기를 하다 카카오 브런치까지 연계가 되었던 것입니다.
부족한 글인데도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숨은 공신분들 중에 '모리'도 있었습니다. 책을 가까이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글쓰기는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껌딱지 같은 생활양식이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들을 지속하기 까지
민주공원 왕겹벚꽃 핫플레이스에서 핫하게 손잡고
'사는 곳도 가까웠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현실은 아직 가까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의 표어처럼 200km가 넘는 물리적 거리에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종이 한 장도 아까워 더욱 가까이했습니다.더구나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은 지금까지도 해본 적 없습니다. 만나게 되면서 깊이깊이 다짐했던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많이 들어봤을 법한 문장인데 이 문장이 매일매일 생각의 회로에 '새로고침' 역할을 200일이 넘도록 잘 해내고 있습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
마주보고 있는 발을 찍고 있어요
상대를 생각하는 진지한 마음이, '절대'잃지 않겠다는 간절함이 더욱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그 근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같이 즐기고 고민할 수 있는 비대면 활동은 잠시 중단이 되더라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간헐적 일상 라디오 진행이나 카카오 음 mm책 읽기, 썸원 커플 다이어리(매일 도착하는 커플 질문에 답변을 다는 플랫폼), 같이 쓰는 세줄 일기, 비트윈 사진첩 제작 및 공유, 카카오 채널 '아메리 키노'제작(로고는 '모리'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이프랜드(ifland, 메타버스 플랫폼)등 모든 것을 다해낼 수 없지만 심리적 간극은 이 넓어질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심플하지만 귀여운 카카오채널 로고
'모리'와 가까워지기 위한 모든 일상들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던 건 변함없는 사실입니다.새로운 일들에 도전하는 것, 그 도전을 함께 해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는 것, 마음만큼은 항상 늘 그 사람 옆에 있는 것은 혼자서는 쉽지 않지만 '사랑하고 소중한 단 한 사람'이라도 옆에 있으면 천천히 진행되더라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에너지가 되어 줍니다.
'모리' 안의 '나무'로 살기까지
'모리'는 그녀가 사랑으로 키웠던 고양이 이름이기도 하고 일본어로는 '수풀, 삼림'이라는 뜻처럼 '숲'이라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럼 '키노'는 '나무'를 뜻하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사실 이 예명이자 필명인 '키노'는 단순히 학창 시절 아무 뜻 없이 제 뜻대로 정해본 온라인상 닉네임이었습니다.
아직 보지 못했지만 영화 <레토>에서 다룬 실존인물이자 90년대 러시아(구 소련) 전설적인 록커 빅토르 최는 밴드명을 '키노'라고 지었던 건 최근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핫! 운명이란 이런 걸까요? '키노 나무'라는 나무도 있었나 봅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데 시의적절한 인터넷 검색이 찬스가 되는 상황입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지만 스토리라인은 새로운 방향으로파도타기를 시도해봅니다.
전체를 잘 보지 못하는 천성은 목표를 하나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정말 잘하지만 지속과 끝맺음을 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더라도 지금껏 이렇게까지 지속할 수 있었던 건 '키노'라는 나무가 '모리'라는 전체를 볼 수 있는 숲에서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좁은 시야에서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굉장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숲이 가진 특별한 호기심과 영양가가 충분한 관심이 위로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하는 나무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그린벨트가 되었습니다.그래서 요즘 기후변화에 관심이 크게 쏠리고 있는 건 '모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넘어가도 되는 여담도 해봅니다(자제력이 강화된 걸까요?).
아름다운 숲의 미소가 나무도 웃음꽃이 핍니다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그 어떤 화폐로도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사랑을 드디어 만났습니다.
서로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내일, 그다음 내일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당장의 눈에 보여야 할 변화가 없어도, 결과물이 없어도 초조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을 지켜보고 수정하고 하나하나 채워가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