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봅니다, 함께 사는 인생을

부족해 보여도 늘 바라보고 있습니다

by 아메리 키노

'남동생'이란 이름의 재해석

형제는 말 그대로 형과 그 남동생을 일컫는 말입니다. 옛말로 '아우'라고도 합니다. 태어나서 동생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서는 호칭이라기 보단 말 안 듣는 동생 녀석에게 "아오~아우~~!!"하고 내뱉었던 감탄사 같은 속터짐사(?)였던 것 같습니다.


조용하기만 했던 사춘기 시절, 동생에게 소리치면 분노 표출을 하게 됐던 건 한 대만 있었던 컴퓨터 때문이었습니다. 여름방학 땐 1시간씩 돌아가면서 18시간 이상 했던 게임중독의 대표적 사례를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형이라는 권위를 내세운답시고 약속한 1시간을 넘게 하고 있으면 가만히 있지 않았던 동생. 결국 서로 바락바락 소리 지르며 컴퓨터 앞에 앉으려고 설전을 벌이기 일쑤였습니다.


지금은 컴퓨터엔 관심도 없는 쓸데없이 할 일 많은 형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의 남(男) 동생은 세월이 흘러 남(覽, 볼 람/남) 동생이 되었습니다. 순간순간을 함께하며 성장했던 어린 시절의 우리였다면 지금은 형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바라보는 존재가 되어 똑바로 해야 할 일들을 충고하고 바로잡아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생각한 대로 다부지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엄연히 사회생활을 하며 조직에서 자리 잡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생은 어렸을 적 철부지의 모습은 탈피한 듯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제 눈엔 동생은 저와 다른 면이 항상 비치는데 어떨 땐 비슷한 면도 보입니다. 아주 조금이지만요.


그저 다른 이들처럼 바라보는 남동생의 틀에 벗어나 저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 함께(同동)사는 인생()을 정리하고 싶어 졌습니다. 지난 과거에서도 먼 미래에도 이렇게 동생에 대해서 쓸 수 있는 날은 없었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기에 지금이라도 군대 갔을 때, 타지 생활 몇 개월 제외하고 30년 넘게 함께하고 있는 동생을 바라보는 시선의 몇 자를 남겨보려 합니다.


비수 꽂는 남자

현실을 직시하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형을 위해(?) 비수 같은 팩트 폭행을 필터링 없이 날려주는 고슴도치 같은 저의 최측근입니다.

이상향을 고집하는 저와 달리 현실주의적인 동생은 형이 못마땅하게 보입니다. 생각하는 것이 너무 달라서 컴퓨터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생각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MBTI가 유행이잖아요. 이 성격유형검사를 권했을 때 반응만 보더라도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나를 알 수 있다고? 뭐지?'라는 생각과 함께 바로 테스트를 시작하는 저와 달리 동생은 '지금은 별로 안 궁금한데? 내가 하고 싶을 때 할게'라는 자세를 취하더라고요.


반대로 차에 관심이 많고 운전하는 동생은 형에게 차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려고 합니다.

"차를 볼 땐 어디를 고쳤느냐가 중요한데..."

"말해줘도 잘 몰라~사긴 사야 하는데 관심이 안 간 단말이지"

"형, 아는 것도 없이 어떻게 차를 살려고 하는데?"

"......"

일상에 필요해도 관심 없는 것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서 그래도 있어야 할 텐데 하며 고민하는 형의 모습은 필요하면 어떻게든 배우고 실천하는 동생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동생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감성적이고 이상적인 성향으로 성장한 저로서는 동생의 말 한마디가 어떨 땐 정신을 차리게 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뿅망치가 될 때가 있고, 어떨 땐 심장 깊숙이 파고드는 비수의 상처가 될 때도 있습니다. 정말 싫은데도 현실을 도피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그 순간엔 동생에게 부끄럽기도, 주눅 들기도 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제가 현실적인 문제를 인지하지 못할 때마다 한마디 거들어주는 동생이 못마땅(?)할 때도 있지만, 결국 저에게 필요한 한마디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음 따뜻한 남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여력이 되는 한 끝까지 함께하는 행동과 마음이 푸근한 2살 터울의 노래를 좋아하는 청년입니다.

저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아, 저를 제외한 이유는 유일하게 함께하는 저녁시간엔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저도 그런 시간을 즐기기도 하고, 아무에게도 터치받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대신 집 밖에선 참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오는 것 같습니다. 어떨 때는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하고 오기도 합니다. 정말 유익한 대화였다고 가끔씩 느꼈던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좋은 사람들과 보내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명절엔 어렸을 적만 해도 친척동생들과 놀아주는 역할을 제가 해주었는데 지금은 동생들과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드는 중심 역할을 동생이 해주고 있습니다. 친척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역할은 20대 때까지는 제가 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제 이야기가 '라테는 말이야'처럼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사실 꼰대같이 들린다는 이야기도 남동생의 팩트체크로 인해 이후로는 많이 자중하고 있습니다. 대신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현실 공감해주는 역할을 동생이 하고 있습니다. 저를 대신하고 있다기보단 남동생의 색깔에 맞게 친척동생들을 챙겨주는 것이 맞겠죠.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소중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따뜻한 녀석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언젠가 동생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인생에 무엇을 남기고 싶냐?
나는 책을 남기고 싶은데
나는 내 노래를 남기고 싶어

음악과 노래를 좋아하는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노래 중에서도 록발라드와 헤비메탈을 주로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래실력도 나날이 늘어갑니다. 듣기만 해서 실력이 느는 건 아니지만 어느 사이엔가 성량도 풍부해지고 감정을 실어 노래합니다. 아마도 오락실 노래방에서 실력을 쌓아갔겠죠.

자신의 인생에 남기고 싶은 것이 있는 동생이 왠지 기특합니다. 고등학교 땐 관악부, 군대에선 군악대를 거쳐온 동생으로서는 음악이란 뭔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기 같은 장르인 것 같습니다.


냉혹한 현실처럼 차가운 사람이 되지 않았습니다.

현실감각이 동생에게 있어 다행입니다.

따뜻한 마음씨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믿음이 갑니다.

자신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자신을 노래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