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보게 된 한 영상. 싱어게인으로 유명해진 이승윤이라는 가수가 김연자 님의 '아모르 파티'를 편곡하여 그만의 색깔로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방송 '싱어게인'도, 가수 '이승윤'도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생소한 가수였다(요즘 트렌드를 못 따라가는 것인가 생각했지만 사실 크게 관심이 없는 게 정확한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오로지 가사에 집중하며 새롭게 해석한 아모르파티가 노래도 노래였지만 제목부터가 유명한 작가에게서 쓰인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패널 중에 한 명이 파티 이름인 줄 알았다고 말했던 것처럼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노래방에서 분위기 띄우기엔 안성맞춤이었고, 알코올 한 잔 들어가면 엉덩이를 붙일 수 없는 마력을 지녔건만...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 -니체-
이렇게나 깊은 뜻이 있는 말일 줄이야...(뭔가 앞으로 경건하게 불러야 할 것만 같다)
이 영상을 보기 전날엔 짝꿍과 대화를 하는 도중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토크 타임슬립(막 지어낸 단어다)을 당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내가 술술 뱉어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지난날의 내 인생은 운명을 사랑하지 않았던 아니, 사랑할 줄 몰라서 사랑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한 조에 5명. 언제나 늘 짝꿍이 없는 구석으로 내몰렸고, 장난치는 그들의 짓궂은 행동들은 웃음을 가장한 따돌림이었다. 자신감, 자존감 모두 제로에 어느덧 청소년기를 맞이하자, 급기야 어느 날부터 스스로 내 뺨을 사정없이 내려치기도 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못나보였다.
스스로에게 한 번을 칭찬해주지 않고 항상 자책의 나락으로 몸을 던졌다.
불행 중 다행인지 고등학교 땐 관악합주부에 입부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장르도 불분명했다.
하지만 차례차례 입부하는 친구들과 악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동안 지금까지도 만나는 친구들을 모두 고등학생 때 만났다. 전통 있는 관악합주부에 소속된 까닭인지 불량학생들의 터치는 없었다. 다만 핫한 전통(학년별로 기강이 해이해지면 선배들은 볼기짝에 방망이질을 해주셨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지만 우린 더욱 돈독해졌다.
하지만 좀처럼 체득되지 않는 리듬감 때문에 고등학교 3년간 악기에, 음악에 열등감은 여전히 남긴 채로 졸업을 맞이했었다.
10대 시절의 나에게서 '아모르 파티'의 흔적은 없지만 지금은 좌우명이 된 이 말은 계속 되새김질을 했던 것 같다.
「겨울은 반드시 봄이 된다.」
아직도 이 말은 현재 진행형이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고 고민하는 것은 좋은 습관일 수 있겠지만 은연중엔 이런 내 모습을 보면 항상 겨울에서 못 벗어날 것만 같다. 정말 봄이 올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사는 동안 수많은 봄을 이미 보고 경험했던 것 같다. 특히 봄 핀 벚꽃을 보고 있으면 안 되던 힐링이 절로 되면서 그 순간만큼은 내 안의 못난이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 이렇게 보니 봄은 내면적 파워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 주듯이 나를 단 1초라도 사랑하게 되는 때는 꼭 오는 것 같다. 나만 그런가?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 손으로 와
전지적 요단강 시점인지 모르겠지만 저승엔 빈손으로 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사다. 왜 빈손으로 오는가 싶었는데 다음 소절에 이렇게 이야기해주신다.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인생에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지 모르겠다. 인생을 돌아보고, 현재를 직관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글쓰기를 통해 가능해졌다. 운명은 정해져 있지만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속에서 나를 찾아가고 나를 사랑하게 되는 노랫말대로 한 편의 소설 같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직장 사람들과 즐거운 자리에서는 언제나 외치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니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항상 운명을 사랑하자고 고래고래 외쳤던 나는 함께하고 있던 사람들과 그 순간을 사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