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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 키노 Oct 27. 2021

글며드는 글 쓰는 일상

대단하진 않아도 의미는 깊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매일 글을 발행한다는 념으로 호기롭게 도전했다. 작가가 되기 전부터 서랍에 쟁여두었던 글부터 차례차례 발행하기 시작했지만 4번째, 5번째 발행 글을 쓰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빠르게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때부터 안 하기로 했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일종의 나만의 패턴을 발견했다. 아니 글 쓰는 모든 분들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심적으로 '평안'해지는 시기에 마치 저장해놓은 글 보따리를 펼쳐놓듯이 순식간에 주르륵 써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그럴 때 쓴 내용은 생각보다 잘 읽혔던 것 같다. 발행 글 중에 [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짝꿍과 나눴던 일상 속에 몰랐던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었다. '꼭 남겨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꾹꾹 남겨갔던 글이었다.

반면, 현생의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 때 쓴 [살고 싶어서 포기했습니다]는 과거생의 직장생활이 더욱 힘들었던 그 심정을 직설적으로 써 내려갔던 작품이 되었다. 누군가를 향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해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힘들고 괴로움 자체만으로도 글을 써야만 하는 절실함을 만들었던 것 같다.


여유와 괴로움이 가득 찰 때만 쓰는 글이라면 왠지 달갑지는 않다. 쉽게 찾아오는 괴로움은 글을 쓸 힘조차 나지 않게 무기력하게 만들기 일쑤였고, 가끔씩 찾아오는 여유는 하고 싶은 다른 것을 찾아 헤매거나 게으르게 만들었다. 매일 어떤 글이든 남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매일 글을 나눌 누군가도 없이, 며칠을 못가 흐릿해지는 목적의식을 잡을 결정적인 무언가가 없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영상 플랫폼을 드나드는 시간도 늘어날 때쯤이었다.


카카오 음 mm에서 테라스 카페를 운영하시고 브런치에서도 작가로도 활동하시는 Daniel님을 통해 가볍게 글 쓰는 단톡방에 들어간 것은 9월 말일의 어느 날이었다. 평일인 5일 동안 남겨주시는 글 주제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전부인데 '부담 없이 글쓰기를 할 수 있겠다' 싶어 도전할 수 있었다.

첫 시작. 쓰고나니 유치한 것도 같고, 부족해보이기도 했지만 단톡방 이름그대로 가볍게 남기기 시작했다.

mm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글을 쓴다는 것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20명 남짓의 사람들과 글을 나누는 즐거움에서 여유가 생기고 오늘 주제에 맞는 글을 쓰려고 시간을 쪼개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여유를 어떻게든 만들었다.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창작하는 여유를 만들기도 하고, 일하는 틈틈이 자리에 앉아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기 전에 졸린 눈으로 어떻게든 써 내려갔다.

많이 힘들었다. 글을 써야하는 건가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드러내놓고 나니 그 힘듦의 무게는 알게 모르게 덜어져갔다.

괴로운 마음이 진정이 안 되는 주간이 있었다. 아무리 떨쳐내려고 해도 하루, 이틀이 지나도 컨디션은 회복되지 않았다. 그런 속에서 좋은 글들보단 답답한 마음을 녹여낸 글들을 올리기도 했었다. 분위기를 흐리는 건 아닌가 싶어 양해를 구하는 톡을 보냈는데 오히려 위로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나를 위한 글쓰기인지 남을 위한 글쓰기인지에 따라 글의 목적도 색깔도 달라지겠지만 저는 다니엘 님이 한 줄이라도 좋으니 글을 가볍게 쓰고 생각을 나누자는 취지로 이곳을 열어주셨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지극히 저로부터 출발하는 글쓰기가 아니면 잘 써지지 않아요. 그런데 좋은 영향을 주고자 글을 쓰시는 분들의 글들을 읽으며 저도 조금씩 더 다양한 출발점의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키노 님의 생각을 들으니 너무 반갑고 위로가 되네요. 그러나 여전히 이곳의 글이 꼭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할 필요는 없겠죠? 같이 즐겁게 써요. 하루하루가 이렇게 모이면 거대한 기록이 될 테니까요.... 키노 님의 글을 읽는걸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눈꽃님 감사합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이라는 부담은 내려두세요. 나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나와 마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Daniel님 감사합니다!>

두 분 외에도 말없이 글쓰기를 함께하시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함께 글을 쓰시는 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쓰는 삶이 마냥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결실을 맺게되는 기나긴 삶 속에 하나하나의 수확이 아닐까.

제목 그대로 요즘 나는 글며들었다.

인생에 스며들고, 생각에 스며들고, 감정에 스며들어 온전히 나의 것으로 표출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이토록 '평안'한 것이었을까.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에 스며들어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고달픈 현생이 발목을 잡아도, 자신을 다 놔버릴 정도로 포기하고 싶어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던 무언가에 스며들어 있다면 언제가 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된다.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글 쓰는 일상이 1년 뒤, 2년 뒤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조금씩 기대가 된다. 꾸준한 훈련이, 자유로운 표현이, 함께하는 즐거움이 더욱더 삶 속에 스며듦을 느끼는 요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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