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카페나 네이버 카페, 블로그를 이용하기 시작한 때는 2007년 20살이 되던 해였다. 스마트폰도 나오기 전이라 온라인 소통은 인터넷이 유일무이했기 때문에 컴퓨터 사용은 아무래도 일상생활의 필수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온라인 카페의 일원이 되기 위해선 회원가입은 필수. 가입 작성란에 언제나 닉네임을 채워야 하는 칸은 늘 존재해왔다.
매번 바뀌는 그런 닉네임이 아니라 나를 나타내는 공용 닉네임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단 헌트>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인 톰 크루즈의 극 중 이름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위험을 감수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멋진 비밀요원의 이름처럼 코드네임인 것처럼 지어내고 싶었나 보다. 한참 고민 끝에 [키노]라는 닉네임을 입력창에 써 올렸다. 그저 심플함이 전부인 닉네임. 특별한 의미부여 없이 [키노]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상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웹에서든 게임 속에서든 [키노]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0여 년 전 닉네임으로 불렸던 [키노]는 더 이상 닉네임에 머물러있지 않다. 현재의 [키노]는 글 쓰는 이름, 브런치 속 작가의 이름이 되었다. 아무 뜻도 없는 닉네임에 불과했던 두 글자가 한 자 한 자 적어가는 나의 글의 대표 이름이 된 것이다. 어느 날 저녁,글 쓰는 선배에게서[키노]라는 이름의 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이후로 [키노]라는 이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되었다.
영화 <레토>는 구소련의 전설의 록밴드 리더 빅토르 최(배우 유태오 주연)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빅토르 최의 록밴드 이름이 [키노]라고 하는 순간, 왠지 모를 전율 같은 것이 느껴졌다. 러시아어로 [키노]는 '영화'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서부터 [키노]라는 이름의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덧붙여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콩과 키노 나무의 동속식물...(중략)'이라는 검색 결과를 얻었다. 숲을 이루는 하나의 개체인 나무의 일종인 것을 알게 되니 막연하게는 튼튼한 나무가 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튼튼한 글을 쓰는 [키노]가 되고 싶었다. 숲 전체를 보는 시야는 아직 좁지만 튼튼하고 강한 나무로써 나만의 글 숲을 지탱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삶의 의미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생텍쥐페리-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의미를 보이는 것에 의미를 두다 만들어 가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이름에 대한 의미도 만들어보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글을 쓰기 위한 의미가 이름의 의미를 더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나무가 주연인 영화는 아직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쓰일 글들 속에서 주연으로 비추어져서 더욱 튼튼하고 더욱 강한 나무로써 누군가에게는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주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의미를 전달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영화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선과 선한 영향력을 발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