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메리 키노 Dec 14. 2021

스며든다

12월 8일, 날이면 날마다

너와 만나기 전까진 현실 속의 나뿐만 아니라

내 안의 나를 챙기기도 버거워서 늘 흔들리고만 있었다.

우왕좌왕 비틀비틀

순간의 즐거움만을 쫓아다니다 보면

늘 공허함은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곤 했다.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나 자신이 불쌍하고 초라해 보였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껍데기는 열심히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속 알맹이는 따라붙으려는 것보다 그저 그런 껍데기를 남일처럼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너와 함께하는 어느 순간부터는 너를 위해서 내 삶을 살아가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끝맺을 수 있는 힘을 내기 시작한 거야. 너를 위한 하루가 곧 나를 위한 하루로 변하기 시작한 거지. 일상이 송두리째 변하기 시작했고 너의 일상이 변하는 것을 느끼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지. 나 자신만을 생각했던 '나'에서 우리를 생각하고 있는 새로운 '나' '너'를 통해 발견한 거야.


혼자만의 일상이 익숙했던 내가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꿈도 못 꿨었는데...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나올 법한 기적이 나에게도 일어난 것 같아. 거리가 너무 멀어서 볼 수도 닿을 수도 없을 것 같았던 너와 계속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니...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일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만의 일상으로 스며들 수 있었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매일매일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웃고 울었던 지난날들이 떠오른다. 그땐 나의 마음에 공감해주고, 너의 마음에 같은 편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이 순간의 행복이 아니라 영원한 행복이 될 것 같더라. 할머니 댁에 켜켜이 쌓인 솜이불처럼 언제 어느 때나 서로의 마음을 따스하고 아늑하게 덮어줄 수 있는 마음의 솜이불 같았어.

솜이불이 아니어도 좋아. 너와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었던 간절한 바람이 내일도 모레도 스며들 수 있다면 여름이불을 덮어도 행복할 것 같아.

작가의 이전글 닮아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