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일은 산더미처럼 불어나
혼자서 많은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전 내내 이어졌다. 몸은 몇 개라도 부족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그럴 여유마저도 생기지 않은 그런 날이었다.
고단했던 오늘 하루는 퇴근하고 집에서 멍하니 쉬며 이렇게 몇 줄 쓰는 동안 지나가고 있다. 왠지 공허해지는 느낌이 순간 들었지만 오늘은 가족들과 짝꿍, 지인 몇몇만 아는 생일이었다. 귀 빠진 날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서글퍼지는 오묘한 감정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물품 정리를 하던 오후 시간에 문득 지쳐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이 힘듦에 절대로 지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여봤다. 더 힘들었던 날의 기억도 더듬거리며 지금의 순간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긍정의 힘을 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의 무게가 서서히 덜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환경에 지지 않으려 했던 나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해 보았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순간에 있는 힘을 쥐어짜며 움직여냈던 몇 시간 전의 내 모습은 지나갔다.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셀 수 없을 만큼 다가오는 힘든 시간들을 이렇게 어물쩡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어도 괜찮은 걸까.
힘들 때마다 떠올리거나 남몰래 플레이했던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가장 와닿았던 가삿말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