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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 키노 Jan 03. 2022

나에게 보내는 편지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너에게

13살, 너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는 걸 아무도 몰라도 유일하게 20년이 지난 지금도 떠올릴 정도로 잘 알고 있어.


안녕!

지금은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주제로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 가장 먼저 떠올린 과거가 바로 21년 전인 2000년 초등학교 6학년 때. 더 다양하고 재밌었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도 있는데 굳이 왜 그때 일까? 머리가 기억하고 몸이 기억하는 정신적 고통이 가장 극심했을 때가 바로 이때인 것 같은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지금도 괴로울 텐데 일부러 생각나게 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의 네가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꺼내게 됐어. 듣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너에게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싶었어.


많이 힘들었잖아. 30명이 넘는 교실에서 혼자 보내기가.

같은 분단에 있는 친구들마저 관심을 주지 않는 그 공간에서 하루를 산다는 게 너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지. 짓궂은 친구들이 벌이는 따돌림에 상처를 받을 대로 받아버린 너는 얼마나 답답해하고 자존감을 잃어갔었는지 다시 되돌아 생각해보니까 정말 가슴 아프다. 짓궂은 녀석들이 돋보기로 가장 아끼는 필통을 태운다던지, 점심때 먹을 흰 우유를 뿌린다던지 아직도 그 장면은 어느 장면보다도 생생하게 기억나. 넌 가까스로 꾹꾹 눌러 참았지만 마음으로는 수십 번이고 폭발하고 또 폭발했던 것 같아.


위로의 말들 참 많은데 이거 하나만큼은 꼭 이야기하고 싶어.

너 진짜 잘했어.

고 말이야. 잘한 게 없는 것 같다고? 나도 커가면서 이해하게 된 건데 다른 친구들처럼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았던 거. 많이 힘들고 아팠는데도 넌 다른 누구에게도 악의적인 사람이 되지 않았던 거. 그게 어른이 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 위로라고 생각해. 물론 내 선에서 생각한 거지만. 2022년은 복수심에 불타서 무슨 일이든 벌어지는 세상인데 지금도 나는 그때의 너처럼 그런 사람이 안되려고 안간힘을 내면서 살아가고 있거든. 더 힘들고 괴롭기도 하지만 난 너에게 잘했다고 하고 싶어. 힘겨웠어도 참아내주었고, 괴로웠지만 살 아내 줘서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네 덕분에 버티고 이겨내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


누군가에게 해악이 되지도 않았는데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는 거 자체가 성인이 돼서 겪는 것도 힘들고 모든 걸 포기하게 되기 쉬운데... 고작 13살밖에 안된 어린 친구가 얼마나 감당하기 버거웠을까... 한 번씩 그때를 떠올리면 한 생각들이었는데 편지로 이렇게 남기고 너에게 위로까지 하고 나니 뭔가 다시 새로 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점이 되어버린 자존감에 늘 숨고 싶었던 그때의 너는 결코 작은 점이 아니라 인생의 가장 큰 방점을 찍은 게 아니었을까?


나에게 쓰는 편지다 보니 두서없는 느낌이 들기도 하네. 그래도 너에게 지금이라도 위로를 할 수 있어서, 격려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언제 이런 편지를 다시 쓸 수 있을까? 언제 다시 너를 글로 만날 수 있을까? 13살의 너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다음엔 답장도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 고마워... 나의 13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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