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라닥에 이르는 길

by 노마드 파미르


'실크로드'라 일컬어지는 고대 무역로 중 하나로 인디아의 북부 노선은 두 개의 하이웨이를 가지고 있었다. 즉, 스리나가르 레 루트 (Srinagar- Leh route)와 마날리 레 루트(Manali- Leh route)가 그것이다. 그 모양새는 두 변이 같은 삼각형의 형태로 대략의 거리가 450km 정도로 비슷하다. 그 노선 중 마날리 루트는 스리나가르 루트에 비해 인기가 적었는데, 그 이유로 너무 높고, 너무 길고, 너무 건조하다고, 1920년대 발행한 여행기에 기록하고 있다.




그 험난한 마날리 루트가 오늘날 라닥 '레'에 이르는 길의 대세가 된 것은, 고대 이래로 계속 건설과 정비를 반복하면서 길이 다듬어지고 작금에는 현대적 장비의 도움이 크게 작용한 덕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출중한 장비가 구비되어도 결국 마무리를 짓는 것은 노동자들의 수고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오늘도 곳곳에서 빈약한 차림의 노동자들이 돌망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 어쨌든 고원지대에 펼쳐지는 마날리 하이웨이를 상상하면서, 마날리를 출발해 라닥 레까지 가는 470km 여정을 하루 만에 주파하는 만용을 벗들과 함께 부려본다. 대상들은 보통 보름정도 걸리는 길이며, 2020년 로탕 터널이 개통 전까지 꼬박 이틀이 걸릴 만큼 험난한 구간을, 요즘은 12시간 만에 해치우는 하이웨이를 달려보자. 단, 격하게 토할 준비도 해야 한다.


마날리에서 출발한 버스는 곧이어 10km 정도 길이의 '로탕터널'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하이웨이로 들어선다. 이 터널로 인해 레까지의 도착시간이 3~4시간이 단축되었다고 하는데, 이때 고도는 3~4000m 정도로 크게 위협이 되진 않지만 고도계는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점차 산맥 내륙으로 빠져들어간다. 간간히 유실된 도로를 만나기도 하지만 작은 마을도 만나고, 수목한계선을 벗어난 황량한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하이웨이는 이어진다. 가끔 어째서 저들은 저 위태로운 산허리에 집을 짓고 사는 걸까 하는 우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평화롭게 이어지던 하이웨이는 얼추 4시간여 만에 '사추'라 불리는 중간 기착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하룻밤을 간이식당과 숙소를 겸업하는 휴게소에 묵는 것이 관례인데, 요즘은 그냥 빠르게 지나치고 만다. 그러나 경험 있는 운전자라면, 이곳에 들러 휴식과 함께 앞으로의 고도에 대해 준비를 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왜냐하면 이곳부터 급격하게 고도가 높아지는 험한 구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평균고도 4~5,000m를 넘나드는 구간으로 옛 문헌에도 급격한 고도 상승으로 산소가 부족해 여행자, 짐말, 야크가 쓰러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기록된 걸 보면, 이곳에 대한 준비로 '사추'에서의 일박은 매우 현명한 고산병 예방 대책이 될 터인데, 요즘은 그것을 무시하고 달리다 보니 고산병에 취약한 체질을 가진 여행자는, 매우 힘든 상황을 맞게 된다.


그리고 마의 구간 '팡(Pang)'에서 '타그랑라(Tanglang La)'의 5,328m의 고개를 오를 때쯤, 고산에서 장시간 이동후 맞닥뜨리는 최고 고도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구간'이라고 근대초 유럽의 여행가들은 기록하고 있다. 이곳에서 안타깝게도 이 몸과 동행한 아내는 심한 고산병에 시달림을 받았다. 고산병을 경험해 본 벗들은 알겠지만 한마디로 불쾌한 메스꺼움과 무직한 두통,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며,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태를 고산병의 대표적 증상으로 일컫는다. 그리고 그 메스꺼움이 심하면 뱃속에 들어있는 어떤 물질이라도 토를 해 내보내는 위력을 가진다.


그 와중,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고도를 낮추며 라닥 지역의 드넓은 협곡 아래로 루트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얼추 어스름이 몰려오는 시각에 마을들이 보이며 고도계의 바늘이 3,~4000m를 가리키는 것으로 안도의 숨을 돌린다. 그리고 드디어, '레'의 이정표를 알리는 표지판 '이제 여러분은 살았습니다. 레까지 9km 남았습니다'라는 희망의 사인보드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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