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연재일을 지키지 못하고 두 주를 건너뛰었습니다. 여행 중 글창고 적재함에 있어야 할 발행할 글 목록이, 발행 도중 순간의 실수로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기억을 되살려 그날의 발행분을 다시 복구하는 글쓰기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고역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글이었다면,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해서 써야 할 의무가 있는 글이었다면, 오히려 다행스럽게 분실 사고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위로를 하는 중입니다. 그 와중, 투병 중에도 이 몸의 거친 역마살을 비난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안부를 묻곤 하던, 오랜 벗의 부음을 전해 듣기도 했지요. 멀리서나마 벗의 영혼의 안식을 기원하면서, 이제는 누구도 가꿀 수 없는 그 벗의 브런치 계정에 마지막 진혼곡으로 마날리 여정을 바칩니다. 인도 북부 무역로의 거점지역이었던 마날리까지 만이라도, 세상을 달리 한 벗과 함께 달려보겠습니다.
(그 후 고백하건대, 이 몸의 파미르행 계획의 차질을 가져올 변수가 생겨 더 이상 여행의 동력을 상실하고 사실상 파미르 여정의 철수를 단행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카슈미르 지역의 정세불안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보다 라닥은 심각한 상태를 겪고 있는 중입니다)
마날리행 버스는 주로 저녁 7시, 8시 출발해 다음날 오전 7시 정도 뉴마날리 터미널에 도착하는 세미 침대 버스로 예약 확인서에는 기록되어 있지만, 결코 럭셔리하다고는 할 수 없는 버스입니다. 그리고 뉴델리에서 마날리까지 논스톱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아닌, 일반 완행버스라는 사실입니다. 즉 서야 할 곳과 중간중간 내리는 승객들로 인해 애당초 완전한 숙면을 보장해 주지를 못하고 버스 안은 시종일관 어수선하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긴 합니다. 혹시라도 마날리 노선을 여행하고자 하는 벗들이 있다면, 이글이 약간의 참고가 될 수도 있기에 이점을 언급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노선의 결함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는 일을 겪게 됩니다. 대략 500여 km 정도의 노선 중 곡창지대의 편잡주를 벗어나 산악 지역인 히마찰 프라데시(Himachal Pradesh) 주의 주요 거점 도시들을 거치면서 새벽녘 마날리라고 생각해 내리고 보니, 최종 종착점이 산악도로의 유실로 인해 100여 km 전인 '만디(Mandi)'라는 임시 정류장에서 하차를 당하고 맙니다. 그 이유로 대형버스는 복구된 임시 도로를 지날 수 없는 상황 이라고 통보를 받습니다.황당하지만, 이곳에서 각자 재주껏 교통수단을 찾아 택시든, 작은 로칼 버스를 타고 비아스강(Beas River) 계곡을 깎아 만든 아찔한 도로를 따라 마날리로 향하는 모험을 단행합니다. 이처럼 인도 북부 산악지역은 생각보다 많이 서스펜스 합니다.
그리고 7시 예정 도착지였던 마날리에 입성한 시각은, 11시 정도쯤으로, 많이 늦었지요. 마날리 방향 저 멀리 보이는 설산이 보이면서 승객들은 안심을 하고, 다시 뉴델리로 돌아가지 않은 것만으로 또 한 번 기뻐하는 형국을 맞습니다. 저역시도 그랬고요. 그처럼 마날리까지의 여정도 만만한 구간이 아님을 새삼 기억합니다. 즉, 평상시의 평범함이 결코 일상이 아닌 특별함으로 기억되어야 할 사례를 입증한 하루였습니다. 마닐리의 명성은 소문대로 휴양지답게 아름다운 산골 마을이랍니다. 설산에서 내려오는 맑고 투명한 계곡을 따라 무성하게 성장한 히말라야 삼나무 숲은 이곳이 고급 목재의 산지임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이 몸도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는 해발 고도 2000m의 삼나무 숲에서 빈둥거리며 하루를 허송하는 호사를 누려봤습니다. 그러나 마날리를 떠나며, 그 옛날 무역상들이 닦아놓은 뉴델리- 마날리- 레로 이어지는 북부 노선의 중간 기착지로 밖에 대우해 주지 못함을 곧 후회하는 사달이 나게 됩니다. 내일은 이 마날리에서 레에 이르는 470km ' 마의 구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