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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스리랑카 Feb 05. 2019

몽골 고비 겨울 여행(2)

홍고린 엘스를 향하여


여행이 끝났다. 동시에 짧은 겨울 방학도 끝나고 바로 학교는 개강으로 이어진다. 이번 주가 몽골의 최대 명절 '차강 사르'인데 유독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는, 2월 개강을 한 주 앞당긴 1월 마지막 주에 오리엔테이션과 강의 시간 점검을 동시에 치르면서 차강 사르를 맞이한다. 여행의 열기가 남아 있을 때 잔불이라도 뒤적이듯 여행기를 써야 제맛인데 다 꺼진 잿더미 속을 쑤셔 거리며 불씨를 찾고 있지만 감흥은 돌아오질 않는다. 다만 기억하는 것은  허전함은 더 커졌고 덤으로 끝 모를 그리움에 가슴이 저려와 몸 둘 바를 몰랐던 사막에서의 희미한 흔적만 남아 있다. 어쩌면 나는 돌아왔지만 어느 한 기억은 그곳에 머무르고 있다.




겨울 고비를 여행하고자 하는 벗들에게 몇 가지 팁을 전한다. 고비는 몽골어로 '거친 땅'을 이르는 말로 돈드 고비, 음은 고비, 더러너 고비 아이막(Province)으로 나누어져 있다. 대개 고비 여행을 한다고 하면 음은 고비에 위치한 몇 개의 관광지에 초점이 맞취져 있는 여행 상품이 그것이다.


겨울 여행의 시작은 울란바토르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다. 이곳은 울란( 울란바토르의 줄임말)의 남쪽 입구인 '항올'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쉽게 말해 '낙타 동상'을 지나 계속 직진하면 시내 끝자락에 타왕복드 컴퍼니 간판이 보이고 'LAVIE АВТО ВОКЗАЛ(라 왜 워터 왁잘)' 터미널 표지판이 보인다. 결코 크지 않으니 조심할 것. 그러나 더 조심할 것은 아침 8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선 7시 정도에 길을 나서야 하는데 택시는 턱없이 많이 부른다. 시내에서 기껏 5,000투그륵 정도의 거리를 25,000투그륵을 요구하니 흥정할 자신이 있으면 하고, 이도 저도 아니라면 버스를 타고 가면 속 편하다. 시내버스는 500투그륵으로 이곳을 지나치는 버스 노선은 53번 58번 7번 34번 등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또 노파심에서 잔소리하건대 이곳은 '드래건 버스터미널'이 결코 아닌 새로 생긴 터미널이다. 이곳에서 음운 고비 달란자드가드행 버스는 8:00  16:00  21:00 하루 3번, 요금은 28,500트그륵이다. 고비 겨울 여행(1) 





달란자드가드행 라왜 버스터미날





초장에 장황하게 버스터미널을 소개하는 것은 여행 시작도 하기 전에 택시 바가지요금을 치르고 나면 정나미가 뚝 떨어져 몽골이 꼴도 보기 싫어질 수도 있기에. 여하튼, 정시에 출발한 시외버스는 남쪽을 향해 내처 달린다. 곧이어 종머(트브아이막)를 지나면서  하얗게 눈발로 덮인 들판에 아침 땟거리를 찾아 나서는 소들을 보게 된다. 아침 08:30분 동쪽 언저리가 붉게 물들어 오지만 아직 일출 전이다. 이때부터 편안하게 따스한 햇살을 기다리면서 의자를 뒤로 젖혀도 좋다. 밀려오는 잠이 있다면 그곳에 몸을 맡기고 출렁거리는 파도처럼 한없이 밀려가면 어느새 만달 고비 중간 기착지에 도착한다. 12:40분. 만달 고비 햇살은 따갑지만 사막의 건조한 공기는 아리고 춥다. 이곳에서 여행객들은 5시간여 만에 화장실을 가고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중간 기착지 만달고비 휴게소





드디어 '웰컴 달란자드가드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저 멀리 버스의 앞 유리창을 통해 첫 선을 뵈는 사막의 도시 달란자드가드는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다. 동시에 달리는 버스를 반쯤 누운 모양으로 쫓아오던 사막의 해는 어느새 꼬랑지를 내리고, 다음은 급속하게 어스름이 이 도시를 안내한다. 어디로 갈까, 어디서  누가 기다리고 있기는 한 걸까.. 다행히 연구실을 같이 쓰고 있는 몽골 선생의 친구가 엄청 반갑다는 표정으로 나타나 포옹을 하고 짐을 싣고 그리고  나를 태우고 어디론가 황급히 사라진다. 




다음날 아침 9시. 홍고린엘스를 가기위해 슈퍼마켓에 들른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크다는 노밍 슈퍼마켓에서 음료, 점심, 식수를 준비하고 랜드쿠르저용 디젤 100리터(240,000투그륵)를 싣고 사막 길을 달린다. 드디어 출발을 하는구나. 이곳에서 편도 250킬로미터. 방향은 북서쪽. 기온은 비교적 온화한 영하 17도.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랜드크루저의 승차감이 정말 끝내준다. 그 뭐냐  러시아제 프르공과 비교하니 근대와 현대의 차이만큼 게임이 되지 않는다. 가끔 프르공의 낭만을 언급하면서 그래도 몽골 여행은 프르공이야 하는 벗이 있다면 이참에 확 노선을 바꾸길 바란다. 랜드크르저는 글자 그대로 사막의 크루저급이다. 사막 비포장길을 시속 80에서 90킬로의 속력으로 달리면서도 조용히 안전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정숙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홍고린엘스를 가는 중간에 만난 오아시스. 땅속에서 미지근한 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와 마른 땅을 적신다




안내를 맡은 현지인 바타르는 이 거친 광야를 보여주기 위해 한참을 돌아 이곳에 왔다




가도 가도 허허벌판 언덕을 넘으면 또다시 지평선 ... 가는 길에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가기를 대략 5시간. 오후 2시경쯤에야 홍고린엘스 언저리에 다다른다. 북서로 길게 이어진 산맥과 방향을 같이하며 폭 12km 높이 300m 길이 100km의 모래 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람에 실려온 모래가 쌓여 산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막 안에 또 하나의 사막을 만들고 있는 형상이다. 이곳에 접근하기 위해 계속 비포장길은 조금씩 모래산과 격차를 줄이다 어느 순간 더 이상의 길이 없을 정도로 모래산과 만나 하나를 이루는 곳이 최종 목적지이다. 이곳에서 짐을 풀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겨울이라고 모래가 꽁꽁 얼 것으로 기대했는데 푹푹 빠지기는 매한가지다. 그런데 어쩌랴 속절없이 시간은 3시가 가까워오고 정상까지 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하며, 뱃속은 텅 비어있으니 이쯤에서 돌아서는 것이 현명한 산행의 마무리가 될 것이다.  어느 누군가가 이곳에서 시간 타령을 하며 돌아섰을까 아무리 겨울 사막이라고 겁을 줬기로서니 이 산중에 침낭 한번 펴지 못하고, 저 벌판을 뚫고 떠오르는 사막의 해를, 인정사정 없이 떨어지는 장렬한 석양의 산화를 마주하지 못하고  돌아선, 어느 멍청한 여행자를 위해 홍고린 엘스의 추억은 이쯤에서 끝내야겠다.   


 







홍고린 엘스의 안내를 맡은 현지인 '바타르'가 엄청 폼을 재고 산을 오르고 있다







주인 없는 빈 게르에서 불을 피우고 늦은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선다. 아직도 몽골은 나그네가 얼어 죽지는 않을 정도의 인심은 간직하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몽골 친구들이 보드카를 들고 숙소를 찾아왔다. 그러면서 내게 따끔하게 한마디 한다. 당신은 홍고린엘스를 결코 보지못했다고 .. 홍고린의 진가는 모래에 있는 것이 아닌 '색깔'에 있다는 믿음이다. 즉 사구 앞을 흐르는 강줄기의 푸른 청색과 석양에 물든 검붉은 황색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 뒤를 떠받치고 있는 검은 산맥이 연출하는 삼색의 장엄한 톤을 보지 않고선 홍고린엘스를 본 것이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해서 여름이 오면 겨울 여행은 없었던 것으로 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약속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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