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의 여름(1)
몽골이 자랑할 만한 몇 가지 가성비 뛰어난 물건 중 '타륵'이라고 하는 요거트가 있다. 1.35kg 우윳빛 플라스틱 통에 담긴 걸쭉한 유제품의 가격이 4500투그륵, 대략 2000원 수준이다. 나라 밖으로 쉽게 나갈 수 없는 물건인지라 아내를 포함한 '몽골 서부 탐방단'의 방문 시기에 맞춰 준비한, 몽골에서 '꼭 맛보고 가야 할 품목'으로 선정, 냉장고에 상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행은 끝이 나고 아내를 포함한 탐방단은 돌아갔다. 오늘 우연히 냉장고를 정리하다가 아직도 굳건히 상석을 지키고 있는 먹다 남은 요구르트를 보며 나도 이 타륵도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타륵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베스트 여행(유효) 기간 2019.7.7~2019.8.5 .... 소란스러운 계획과 왁자한 탐방으로 휘둘렸던 십 수일의 고단함은 아련하건만 아직도 그 여행의 미몽 속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나 역시 요구르트와 같은 신세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여행은 단칼에 베어버릴 수 없는 징글징글한 기억을 지니고 있고, 싫든 좋든 그것들은 보정을 거친 필름처럼 따뜻하게 그해 한 여름의 수첩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아주 오래된 미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