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의 여름(2) 테를지 숲속 오두막집
몽골에서 너무 흔해빠진 이름 중 하나 '테를지 국립공원'이다. 대개 몽골 물 좀 먹었다고 하는 양반치고 '테를지'에 질리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이유인즉 어디를 가나 비슷한 패턴의 게르에서 잠자고, 유람선에 몸을 싣듯 말안장에 올라타 초원 한 바퀴 도는 것이 고작인 빈약한 관광 상품. 한 번쯤은 봐줄 수 있어도 두 번 세 번 이어지면 사실 좀 지겹긴 하다. 그러나 그곳에도 잘 찾아보면 전혀 몽골답지 않은 제법 우람한 아름드리 숲속에 오두막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뻔뻔하지만 오늘은 맘먹고 벗들에게 그럴듯한 힐링 장소를 소개해 올릴까 한다. 사실 이곳은 수개월 전 귀국 단원으로부터 귀국 선물(?)로 안겨준 몽골의 '괜찮은 집 또는 사람들'명단에 오른 일명 '뱜바 아저씨'집이다. 전혀 장사에 어울리지 않는 어눌한 말투와 그저 아름아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밥을 만들어주다 보니 식당이 되었고, 풍광이 기똥차다고 자고 가겠다는 사람들이 있어 게르가 몇 채 늘었다고 하는데(아들 말에 의하면) 사실 완 헌드레드 퍼센트 믿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안 믿을 이유 또한 전혀 없다고 가정하면 이 집의 매력은 배가 된다.
우선 오기 전 전화를 한 통 넣으면 아들이든 딸이든 어떻게든 연결이 된다. 출가한 아들딸들이 한국어에 능통해 사전에 원하는 바를 예약해 놓으면 야크 소가 끄는 달구지로 모시러 온다. 안쓰럽다고 너무 측은하게 야크를 보기는 금물. 이 녀석이야말로 좋은 보직을 받았다. 예약 객만 운반해주면 만사 오케이. 도착과 동시 멍에를 벗고 푸른 초장에 마음껏 뒹굴 수 있으니 일당치고는 고임금 노동 가축이다. 여하튼 게르에 짐을 풀고 아직도 긴긴 여름날의 오후 햇살이 따가운 초원에 나서면 지천에서 반겨주는 에델바이스의 향기에 몸 둘 바를 모를 것이다. 더없이 걱정 없는 저녁과 함께 게르 옆을 흐르는 실개천을 벗 삼아 몇 잔의 보드카를 곁들인다면 그 밤은 실망하지 않으리라.
다음날 아침 지천에 지져 귀는 새소리와 함께 밤새 소복이 내려앉은 초원의 이슬을 보고 있자면 왠지 슬퍼질 수도 있다. 거기다 주인집 굴뚝의 밥 짓는 연기는 잃어버린 유년의 아련한 데자뷔를 보는 듯한 착시를 경험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또한 감성의 봇물이 터져 너무 많이 세상을 온 것이 죄가 되는 것처럼,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절망에 가슴이 미어져온다 해도 이 집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니 부디 귀한 옥체를 잘 간수하시도록. 가는 길도 원한다면 야크 소가 운반을 해 줄 수도 있지만 짐이 많지 않다면 슬슬 걸어서 개울 건너고 초원을 가로지르면 버스 정류장까지 와도 30분이면 족하다. 일단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벗어나야만 그리움의 포로에서 또 다른 해방을 맞을 수 있다.
참고로 이 집을 이용하는 요금을 알려드리면 다음과 같다. 게르 1동( 5인용) 50,000투그륵 .승마 (말 한 필) 시간당 7,000투그륵. 식사 (1인당)7,000~5,000투그륵. 유용한 전화번호 뱜바(아저씨 ) 9576-3724, 터러(뱜바 아들) 8898-9748, 뱜바 딸 9801-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