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 스리랑카 Aug 08. 2019

몽골에서 띄우는 편지

몽골에서의 여름(3)      타왕복드 가는 길..  점프를 날리다







타왕복드 탐방단은 사실 대표적인 노땅 그룹이다. 그럼에도 다들 왕년에 한 가닥씩 하던 가락은 있어 여행 내내 멋진 점프를 연마한다고 주책을 부렸다. 일단 하나 둘 셋 구령과 함께 지면을 뛰어올라 높이를 확보한 다음, 가랑이를 사정없이 벌리고 다리를 굽힌다. 그리고  팔을 쭈악~ 뻗어 기러기라도 되는 양 날아가는 폼을 잡고 아싸~가오리 하며 표정을 연출한다. 그러나 이 일련의 동작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찍힌 사진을 돌려보며 다시 다시~ 다시 한번  아이고~~하면서도 싫지가 않다. 이럴 때아니면 언제 주책을 부려보나 점프샷을 핑계로 한바탕 웃고 떠들고 지랄을 쳤더니만 좁은 차 안에서 이리 둥글 저리 둥글 흔들리는 비포장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날려버린다.



 몽골 서부 헙드까지는 뱅기를 탔고 헙드에서 울기(바양울기주 수도)는 프르공으로,다시 타왕복드 산을 가기 위해 이 같은 크고 작은  산 고개를 십수  개는 넘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아직 설산의 모습은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이렇게 낡은 몸을 솟구쳐  환호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인즉,  처음으로 타왕복드를 알리는 표지판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표지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곳 허흐허틀(хөх хөтөл )솜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기에서 타왕복드산 베이스캠프까지는 85km 남았습니다'



그 뒤 타왕복드 탐방단은 머지않아 저 멀리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알타이산맥의 연봉들을 만났다. 그리고 유유히 서부의 서쪽을 넘어가는 해를 쫓아 프르공은 부지런히 고개를 오르고 내린다. 어쩌다 몽골 여행 기획자를 잘 못 만나 지도의 끝점까지 오게 되었다. 아직은 점프 샷의 약발이 남아있어 불평의 원성은 없다 해도 밀려오는 비구름에 가린 타왕복드의 모습이 아득하기만 하다.   






  집에 돌아와 점프 샷의 고수들 사진을 검색해 보니 완전히 헛수고를 하고 다닌 셈이었다. 물론 씽씽한 젊은 분들이야 점프력이 좋아 어떻게 해도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겠지만, 배를 쭉 깔고 엎드려 카메라의 앵글을 잡으면 실제보다 배는 높이 뛴 것으로 나타난다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시도는 해보지 못했다. 또한 구령은 하나 둘 셋에 맞추는 것보다는 하나, 둘, 셋, 점프에 맞춰 뛰어올라야 찍기가 수월하다고 한다. 역시 고수들은 달리 고수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몽골에서 띄우는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