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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랑카 Oct 08. 2024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띄우는 편지

 2화  남해안 작은 도시 벨리아타 기술학교 전격 방문

        

2주가 후딱, 지나갔다. 9.20(금) 휴대전화 개통, 9.24(화) 현지병원 방문, 9.26(목)벨리아타 칼리지(이하 기술학교라 부른다) 부임 학교 방문, 9.27(금) ERD((Ministry of Economic Reforms and public Distribution)라 불리는 스리랑카의 원조예산 등을 배분 관리하는 국가기관 '수원총괄국'을 스리랑카사무소 부소장과 함께 예방을 하고, 공식신고절차를 마쳤다. 나머지는 현지어수업으로 꽉 채운 빡빡한 일정.



 위 일정 중 가장 관심 있고 액티브하게 진행된, 벨리아타 기술학교 방문에 대해, 썰을 늘어놔야겠다. 사실 OJT(직무현장훈련) 교육 중 부임지를 공식 방문해, 현지적응 교육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교육훈련 관행인데, 오랫동안 단원 파견이 없던 파견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한국어 강좌 개설 여부조차 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 몸의 강력한 주장을, 현지 사무소에서 전격 수용한 결과다. 그러나 그렇게, 방문이 빠르게 급속히 이뤄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학교 측에 방문의사를 피력하고, 곧바로 학교측로부터 회신이 도착해, 바로 방문 날짜를 확정한 공로는, 사무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성의 있는 징표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게 출발할 수 있었다.  



9.27일 새날이 밝았다. 스리랑카 고속도로 표지판에 공식 기록된 벨리아타까지의 거리는 170km 남짓이다. 콜롬보 숙소 출발 09:40분, 고속도로 톨게이트 진입, 목적지 벨리아타 톨게이트 도착 12:15분. 부임 학교 도착 12:30분 정도로, 총 소요 시간은 대략 2시간 반 정도이다. 학교 측의 대대적인 환영(?)은 없었지만, 벨리아타 기술학교 최고책임자 Principal(교장), 간호학과를 담당하는 코워커( 파견 단원을 케어해 주는 현지인 교수나 행정 요원) 선생, 부교장급의 관계자가 동석해 간단한 미팅을 가졌다. 주로 궁금한 점을 묻고, 학교 측에서 대답하는 형식의 미팅인데, 의욕이 넘쳐 호방함까지 두루 갖춘 교장 선생의 장황한 스피킹에 눌려, 겨우 몇 마디 궁금한 것에 한정해 질문을 던졌다. 한국어 수업 개설 여부, 수업 학기, 학점 반영 여부, 학습 지자재 상황, 학교 측의 특별한 요구 사항 등을 물었다. 물론 영어를 매개 언어로, 양측 모두 제3의 언어를 통해, 전달과 이해를 해야 하는 불충분한 상황을 감안해도, 솔직히 스리랑카식 영어발음의 히어링이, 도무지 들어오질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다시 되묻곤 했다. 그럼에도 믿는 구석이 있다면 이 상황을 잘 이해 한, 현지직원이 사무소에 충분하게 설명할 거라는 믿음 하나로, 회의를 마무리한다.



한국어교실을 둘러보면서, 코워커와 나눌 얘기를 상상했다. 은밀한 얘기가 뭐 있겠냐만, 친밀감을 충분히 표시해 주고, 향후 모든 학사 일정 등의 조정과 절차를 코워커를 통해 해야 하는 단원 처지에서, 그의 협조는 매우 의미가 큰데, 불행하게도 코워커는 한국어에 조예가 없으며, 성격 또한 내성적 차분한 범생 타입처럼 보여, 아무래도 이 몸이 날고 기어야 할 것 같은 예감마저 들었다. 모든 미팅 상황을 다시 정리하면서 아주 난해한 결론을 다시 상기해 본다. 거두절미하고, 학교 측 요구의 핵심은, 2025년도 학생 모집에 EPS -TOPIC 한국어강좌를 개설해 줄 것, 수업기간은 1학기(1.1~6.30) 2학기(7.1~12.31) 총 수업기간 1년 한정, 수강인원 30명 한정, 일일 수업 08:30~15:00 (5시간), 주중 풀타임(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방학 없음(단, 4월 말 경 새해맞이 일주일 휴무가 있음). 이 모든 것에 동의하기를 바라는 교장의 의욕을 꺾기에는, 이 몸의 의지가 역부족에 가까움을 느낀다.



일단 돌아와 학교 측의 요구사항과 상황을 사무소에 보고했다. 우선, 학기의 조정이 필요한 점은 이 몸의 부임기간 내 1,2학기를 마무리해야 함을 주지시켜야 하고, (사실 EPS토픽 1,2의 경우, 적정한 수업기간은 각각 4개월 정도가 일반적이다), 학생 모집의 방식이 직업학교의 전공을 가진 학생들의 필수 이수과목이 아닌, 새로운 직업을 구하기 위한 신설 학과라는 점에서, 소수의 선발된 인원만이 수혜를 받는다는 점이다. 코이카의 지속가능 발전목표 즉, SDGS의 큰 틀에서 보면, 분명 우려스러운 부분은 있다고 해도, 그럼에도 사무소장의 확고한 방침은, 이 모든 것의 주도권은 단원에게 있으며, 결정 또한 그러하며, 그 결정에 전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땡큐 리스펙 소장님! 



그렇게 쿨하게 마무릴 짓고, 하루 5시간씩 주둥이 중노동을 해야 할 이 몸의 보신을 위해, 더욱더 술은 멀리, 밥은 더 가까이. 그리고 한국어에 능통한 스마트한 학생이 수업 강좌에 들어와, 나의 충실한 조교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해서 은근히, 하늘님에게 떼를 쓰기로 마음을 결정. 새벽 3:25분, 고요한 랑카의 밤,가끔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을 청하며, 그의 품에 숨는다.







탕갈레 해변

탕갈레에 숙소를, 그것도 파도소리가 잔잔히 밀려오는 집을, 렌트하는 것 또한 나의 랑카에서의 유익하고 럭셔리한 단원 생활을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농담 한마디 나눌 동기 하나 없고, 철저하게 사고무탁 외톨 단원에게, 이 정도의 호사는 눈감아 줘도 무방하지 않은가. 벨리아타 기술학교와 8km 남짓한 거리에 위치해 있어, 냅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달려오면 10분 거리. 오자마자 책가방 내던지고, 바구니에 작은 물병, 맥주 한 캔, 바나나 한 송이 정도 싸들고, 잔잔한 파도에 몸을 담구고 한바탕 노래를 지르겠다.


이 세상에 기쁜 꿈 있으니, 가득한 사랑의 눈을 내리고, 우리 사랑의 노래 있다면 아름다운 생 찾으리라. 이 세상에 슬픈 꿈 있으니 외로운 마음의 비를 적시고, 우리 그리움의 날개 있다면 상념의 방.랑.자 되리라~(1979 김학래의 '내가' 가사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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