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도착, 3일이 지났다. 도착 다음날부터 공식적인, 스리랑카에서의 현지 적응 훈련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훈련생이 여러 명 되어 담당하는 코디네이터도 바쁘게 돌아치고, 한숨 돌릴만하면 또 다른 일거리가 줄을 대고 있었을 지난날의 훈련과는 다르게, 오직 단 한 명을 위해, 현지 스리랑카 사무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수고가 혹여, 그런 상황이 나의 불찰처럼 느껴져 미안하기도 한 첫날의 모습. 그래도 할 건 다 해야 한다고 소장님 격려사에 이어 부소장, 담당 코디가 참석한 입소식장에서, 교육 일정 검토 시간을 가진 후 환영 오찬까지, 줄줄이 첫날을 무사, 그러나 긴장 속에 소화했다.
2024년 163기 코이카 스리랑카 봉사단 현지적응교육 세부일정을 잠시 언급해야겠다. 왜냐하면 사실 하나부터 열까지 자의적인 교육 진행은 1도 없으며, 오직 철저한 교육과 계획된 훈련만이 이곳에 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준다는 믿음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교육일정은 9.18~11.10까지 장장 8주에 걸친 길고도 긴 일정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현지어 학습이 80%를 상회하고, 단원복무 교육, 은행계좌개설, 스리랑카 수원 총괄국 방문, 대사관 방문, 스리랑카의 문화 이해등이 현지어 교육 중에 틈틈이 박혀있는 형상이다. 그리고 마지막 교육이 종료되는 7~8주 차는 이 훈련 교육의 대미를 장식하는 하이라이트로, 최종 평가 시험이 실시되며, 그 시험을 끝으로 2박 3일의 고원지대로의 문화 탐방으로 심신을 위로하고, 돌아와 수료식과 함께 콜롬보를 떠나, 임지 파견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이어진다. 즉, 파견 임지 코워커(파견된 코이카 단원을 케어 해주는 파견기관의 현지인 교수나 행정 요원)와 함께 수업 학사 일정을 조율하고, 주거지 선정과 계약을 마치면, 그때부터 훈련생의 신분을 벗어나 정식 단원생활이 시작된다.
구구절절 교육일정을 들먹이며 지루함을 남발하는 저의가 있다면, 코이카 파견단원들이 뺑뺑이 돌려 합격한 재수가 옴팡지게 뛰어난 친구들이 아니라, 나름 타고난 재주(?)와 함께 강인한 전사의 성질과 고독과 두려움도 부드럽게 감쌀 수 있는 천사의 성정까지, 두루두루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일견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말하고자 함을, 벗들 만이라도 알아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동안 숙소 밖을 거의 한 발짝도 내딛지못하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축냈다. 그러나 오늘,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가 있는특별한 날. 점심을해결한 다음, 숙소를나섰다. 우선구글 지도를 펼쳐놓고, 나침판방위에 맞춰 가고자 하는 지역의 방향과 방위각을 파악해 본다. 스리랑카 민정의 탐방이랄까.. 가급적 정해진 방위각에 따라 때로는 꼬질꼬질 때가 낀 골목길을 따라, 또 때로는 부티가 철철 넘쳐나는 고급 주택지를 따라, 신나게 걸어 봤다. 오늘의 목적지는 콜롬보항에 인접한 콜루피타야 시장. 그곳에서 수박한덩이와 망고스틴 1킬로를 사들고, 전리품처럼 양손을 흔들며, 툭툭이를 부른다. 그리고, 순식간에 숙소로 돌아온다. 드디어 랑카(스리랑카를 그들은 이렇게 부른다)에서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추신: 카톡이 딸꾹거리길래, 살펴보니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섬 전역에 통금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통금시간은 9.21(토) 오후 10:00부터 9.22(일) 오전 06:00으로 통금령 발표. 이후 통금령은 오전 12:00까지 연장되었고, 무사히 대통령 선거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후 9.23일 월요일은 모든 관공서가 문을 닫고, 새 대통령을 축하하는 임시공휴일이 되었다.
콜롬보 웰라와트 비치 가는 길
숙소에서 한가한 산책길을 찾아 나섰다. 구글 지도와 순도 나침판의 방위를 일치시키고, 그 방향을 따라 걷고 또 걸은 결과, 혼자서 마구 떠들고, 중얼중얼 미친놈처럼 지껄여도, 누구 하나 관심 가져주질 않는 길. 웰라와트 비치 가는 길이 그렇다. 이 산책길에선, 남부 해안으로 떠나는 기차역이 틈틈이 보이고, 걷다가 슬쩍, 철길을 넘어 바다로 향하면, 방파제용 검은 돌들에 부서지는 래카다이브 해의 거친 파도를 만질 수도 있다. 이 길을 따라 숙소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웰라와트 비치에 도달한다. 비치는 소박하기 이를 데 없으며, 파도의 도움으로겨우 뭍에 상륙한 생활 쓰레기들이, 고운 소금처럼, 또는 비단처럼 너울거리는 백사장에서 호화로운 휴식을 취하는 곳. 혹자는 쓰레기가 거슬린다고 하지만, 그들도 쉬어야 할 권리가 있다. 야자나무 아래 턱 걸쳐 앉아, 한 손엔 필수적 생존을 위한 싱할라어 외우기 단어장을 움켜쥐고, 눈길은 파도에 묻고, 오늘의 암기 과제를 주둥이에서 밀어낸다. 우더,야터, 애뚤러, 엘리여, 잇써러하, 피티팟세,다쿠너,워머( 위,아래, 안, 밖, 앞, 뒤, 오른쪽, 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