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4.4일 금요일 오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피. 청. 구. 인. 대. 통. 령. 윤. 석. 열. 을. 파. 면. 한. 다" 헤아려보니 열다섯 자 이 말을 듣기 위해, 장장 탄핵 소추 후 111일을 기다렸다. 더러는 애간장이 녹아 발병을 하고, 핏대를 올린 날은 밤을 지새기도 했을 벗들을 생각하며, 이 몸 역시 안타깝게 이국의 땅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지냈다. 다시 이곳 벨리아타에서의 허접한 일상으로 벗들을 초대하겠다. 마음껏 유치하게, 마음껏 구라도 치면서 왁자지껄 소주가 미치도록 그리운 밤.
어느 날아침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순간, 주인집 안주인은 넌지시 오늘이 국경일이라고 알려준다. 달력에 붉은 숫자로‘오늘은 국가 경축일을 맞아 그 기념으로 집에서 경건하게 쉬십시오’란 표지를 눈여겨보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자, 나선 김에 학교에 출근을 강행한다. 학교 정문은 굳세게 닫혀 있지만 아파트 현관 규모의 쪽문은 열려있어, 누군가는 이곳에 출근했음에 안도하며 학교 행정실에 들른다. 아니 오늘‘노 스쿨 몰라요?' 하며 히잡을 쓴 행정직원이 짧은 영어로 의아함을 나타낼 때 ‘프레페어 클래스’하며 서둘러 민망함을 감추고 교실 키를 요청한다.
그렇게 해서 생각지도 못한 휴일 근무를 시작한다. 이곳의 생활이 벗들이 상상하는 만큼 단조롭고 굳이 휴일 하루쯤 까먹었다 해도, 규정된 휴식에 흠집을 낼 정도의 대미지도 없어, 차라리 학생 한 명 없는 교실에 오롯이 앉아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것도 수업의 ‘자가 검열’ 측면에서 의미가 있음을 애써 다짐한다. 좋은 시절 다시 찾아뵙겠다는 약속에 따라 이 척박한 남부의 작은 소도시, 벨리아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행 희망호'에 승선한 스물다섯 명(25명) 학생들의 수장으로 때로는 겁박과, 또 때로는 얼르고 달래며, 노를 저어 가는 이곳의 수업일기를 각색, 벗들에게 들려드리겠다.
가끔 선장인 이 몸도 한국행 희망호가 제대로 항로를 따라가고 있는지, 속도는 적정한지, 예상치 못한 장애물은 없는지 노심초사하면서 키를 붙잡고 있다. 그럼에도 솔직히 엄습하는 불안감 또한 감출 수 없다. 이 이유의 주된 동기는 우선, 선장이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과 길고도 험한 항로에 필수적 덕목인 '깡다구'가 있어야 하는데 악착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작은 섬나라의 순박한 청년들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한 학기의 절반 정도를 소화하다 보니 학생들의 이름 90%, 학업 성취도 파악 80%, 품행의 방자함을 나타내는 출결, 학습태도 역시 80%는 이 몸의 소프트웨어에 저장된 상태로, 누구 하면 그 이미지와 함께 가능성을 점쳐보기 일쑤이다. 여기서 가능성은 당연히 EPS토픽 시험 합격권에 근접함을 말한다. 아직 빈약한 어휘력, 일천한 문법습득의 한계로 판단은 유보하고 있지만, 두 학기 중 첫 학기가 종료되는 시점, 즉, 4월 중반 정도면 속된 말로 싹수가 노란 녀석들과 그렇지 않은 녀석들의 실체가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점점 학생들의 실태를 알아가면서 마음 한편에는 '현명한 선장은 이 대목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대하고 지침을 주어야 하는가'에 머물고 있다. 더불어 학생들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고착될 수도 있으며, 선입견에 함몰되면 그들의 간절한 염원마저 닫아 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 또한 선장의 몫이다. 벗들의 격려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