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기사는 제환공에게 치국을 제안한 관중의 대답을 보여준다. “산림과 하천을 각각 철에 따라 개방하거나 금지하면 백성이 구차히 나무를 베거나 고기를 잡으려 하지 않고 고원의 평야와 대륙과 구릉지에 개울 길을 내고 정전과 곡식 심는 논과 삼 재배하는 전답을 고르게 분배하면 백성이 한스러워짐이 없고 백성들의 농사철 시기를 빼앗지 않으면 백성들이 부유해지고 제사 명분으로 희생을 과도하게 빼앗지 않으면 소와 양이 번식할 것”이라는 관중의 제안은 신민 모두가 예의염치를 확보하는데 필요한 선행조건이 무엇인지를 웅변한다. 그것은 신민의 생존과 안전에서 ‘유감이 없도록’(不憾)이 없을 것을 조언하는 것으로, “농사의 때를 어기지 않으면 곡식을 이루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되고 촘촘한 그물을 웅덩이와 연못에 넣지 못하게 하면 고기와 자라를 이루 다 먹을 수 없으며 도끼와 자귀를 적절한 때에 따라 산과 수풀에 넣게 하면 재목을 이루 다 쓸 수 없을 것입니다. 곡식과 고기와 자라를 이루 다 먹을 수 없으며 재목을 이루 다 쓸 수 없으면 이는 백성으로 하여금 산 사람을 기르고 죽은 사람을 장사지내는데 유감이 없게 하는 것”이라는 [맹자]의 왕정 실행 청사진과 동일하다.
만약 [맹자]의 왕정론이 제기하는 신민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청사진을 수용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사민으로 분화된 사회조직 내에 생존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우선적인 관심과 시혜이다. 그 대상은 사회적 소외계층으로서 생존능력을 상실한 자들(鰥寡孤獨)에 대한 군주의 최우선적인 의무이행이다. 왜 그런 것일까? 맹자는 “늙어서 아내가 없는 것을 홀아비라 하고 늙어서 남편이 없는 것을 과부라 하고 늙어서 자식이 없는 것을 무의탁자라고 하며 어려서 부모가 없는 것을 고아라 한다.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은 천하의 곤궁한 백성이며 문왕은 정사를 펴고 인을 베풀었을 때 반드시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을 우선했다”고 지적하는데, 환과고독의 소외계층이야말로 사실상 정상적인 가족구성이 붕괴된 성원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정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양생상사에 유감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면, 그 대상은 최대의 불만족 상태에 놓인 사회계층의 이익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관자] 역시 이 점을 강조한다. 그 사실여부와 별개로 관중이 제나라에 들어와 40일이 되는 날까지 진행한 것은 “첫째 노인을 어른으로 모시는 일, 둘째 어린이를 사랑하는 일, 셋째 고아들을 구휼하는 일, 넷째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돌보는 일, 다섯째 홀로 된 사람을 결혼시키는 일, 여섯째 병든 사람을 위문하는 일, 일곱째 곤궁한 사람을 살피는 일, 여덟째 흉년 때 고용인들을 보살펴 도와주는 일, 아홉째 유공자들에 대한 보훈”이라는 9가지의 시혜정책이고, 이를 5번 시행했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의 문제가 단순히 도덕적 완성자로서 군주의 선의만으로 해결될 수 없기에 제도화를 위해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관자]에서 소개하는 관중의 정책은 사회적 소외계층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여 선행세대, 현세대, 후속세대를 일관하는 국가의 정책적 시혜를 요구하는 것이며, 군주의 정치적 의무가 신민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제도화로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우선 선행세대인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혜는 장노(掌老)의 관리 하에 “70세 이상 되는 사람에게는 아들 한 명의 수자리를 면제하고 3개월마다 고기를 주며 80세 이상 되는 사람에게는 아들 두 명의 수자리를 면제하고 달마다 고기를 주며 90세 이상 되는 사람에게는 집안 모든 사람의 수자리를 면제하고 날마다 술과 고기를 주며 죽으면 나라에서 관곽을 제공”하는 것인데, “오무 넓이의 집터에 뽕나무를 심으면 오십 먹은 사람이 비단옷을 입을 수 있으며 닭, 돼지, 개 등의 가축이 번식하는 때를 잃지 않으면 칠십 먹은 사람이 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을 제시하는 [맹자]의 왕정론과 동일하다. 또한 후속세대로서 어린이의 부양과 관련된 시혜는 장유(掌幼)와 장고(掌孤)의 관리 하에 “자녀가 있는 백성이 그 자식이 어리고 나약한데도 기르는데 힘이 부쳐 누가 될 경우 세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는 부인의 세금을 면제하고 네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는 집안 전체의 세금을 면제하며 다섯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는 보모를 붙이고 두 사람분의 음식을 주며 다 자라서야 그만 둔다 … 백성이 죽은 뒤 그 자식이 아직 어려서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한명의 고아를 기르는 사람에게는 아들 한 명의 수자리를 면제하고 두 명의 고아를 기르는 사람에게는 아들 두 명의 수자리를 면제하며 세 명의 고아를 기르는 사람에게는 집안 전체의 수자리를 면제하고 고아가 있는 곳을 자주 찾아가서 위문하고 반드시 그가 먹고 마시는 것, 굶주리는지 추운지, 몸에 병이 있는지를 자세히 살피며 돌본다”는 것이다.
한편 현세대의 시혜정책은 다시 두 범주로 나뉘는데, 질병과 장애를 겪는 소외계층과 전쟁과 빈곤을 겪는 결손계층에 집중된다. 그것은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축출될 위험성을 국가의 개입을 통해 선제적으로 방지하려는 의도를 내포한다. 이로부터 소외계층의 시혜는 장양질(掌養疾)과 장병(掌病)의 관리 하에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은 나라에서 거두어 질관에서 보호하며 옷과 음식을 제공하고 이는 죽을 때까지 계속한다 … 90세 이상 되는 사람에게는 날마다 한번 문병하고 80세 이상 되는 사람에게는 이틀에 한 번 문병하고 70세 이상 되는 사람에게는 사흘에 한번 문병한다. 뭇 사람에게는 5일에 한번 문병하고 심한 병에 걸린 사람은 군주에게 보고하여 군주가 직접 문병한다”는 것으로 영양과 위생이라는 후생(厚生)의 기본요건에 부합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결손계층의 시혜는 장매(掌媒)와 장궁(掌窮)의 관리 하에 “홀아비와 과부를 서로 연결시켜 만나게 한 뒤 농토와 주택을 주어 집안을 이루게 하고 삼년이 지난 뒤에 나라의 부역을 부과한다 … 곤궁한 부부가 살 곳이 없거나 곤궁한 빈객이 양식이 없는데 그들이 있는 고을에서 그 상황을 보고한 사람에게는 상을 내리고 보고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벌을 내린다”는 것으로 신민의 자립적 삶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