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동완아. 너 지금 뉴스에 나온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외삼촌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터져 나왔다. MBC 뉴스데스크에 나의 얼굴과 이름이 등장한 날이었다. 나는 순간 얼어붙은 채 전화기를 쥔 손만 꼭 잡고 있었다.
"공부만 하던 애가 어떻게 그렇게 살고 있냐?"
외삼촌의 말에 대답을 준비하기도 전에 머릿속엔 잊고 지냈던 과거의 조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통신표에 '수'가 즐비했던 아이. 큰놈이 잘 돼야 집안이 잘 된다는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친가와 외가 모두의 희망으로 불렸던 아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희망은 균열을 겪었다.
중학교에서는 우등생이었지만, 고등학교에선 방황의 연속이었다. 허울 좋은 대학생 시절을 지나, 살아내기 위해 몸부림쳤던 이삼십대. 그리고 사십이라는 나이에 갑작스레 덮친 열병 같은 사건들. 건설회사 관리직에서 사회복지사로, 마을활동가로, 놀이를 업(業)으로 삼은 지금의 나에 이르기까지.
외삼촌의 기억은 초등학교 시절에 멈춰 있었지만, 나의 삶은 그 이후로 파도처럼 휘몰아치며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삼촌, 드릴 말씀이 많네요. 그동안 연락 못 드려 죄송해요. 조만간 찾아뵐게요."
놀이가 업(業)이 된 지금, 나는 놀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날 외삼촌의 전화는, 내가 지나온 이야기를 되짚고 기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린이날 밤, 나는 다시 잠 못 이루며 과거의 기억들과 함께했다.
https://youtu.be/9J1S5egzvnc?si=c1m8VIrdotBERMEC
mbc 뉴스데스크 현장 36.5(202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