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파파 Jan 14. 2021

#1  감동의 쓰나미

아빠 일기



아기의 울음소리가 병원 깊게 울려 퍼졌다.


"축하한다~ 내 딸"

아빠의 멋진 중저음으로 아기에게 축하말을 건네주고 싶지만... 간호사가 건넨 탯줄용 가위를 잡는 내 손은 이미 사시나무 떨듯 바들거리고 있었다.

아내가 탯줄을 잘 자르라고 전부터 신신당부했다. 그래야 애기 배꼽이 이쁘게 나온다고..

이후 안 사실이지만 탯줄은 조금 길게 잘라 2주 정도면 자연적으로 똑~ 떨어지는 거래...

아빠는 딸내미 인생 개업기념으로 축하 끈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거다.


아무튼 좋다. 아기가 건강하게 나왔으니까.

감성 필이 충만한 스타일이지만 아직 내 딸 아닌 내 딸 같은 맘이 들어 눈물보단 신기함이 더 와 닿더라. 꼬물꼬물 거리는 손가락이 귀엽다고 느꼈다.


오히려 감동은 아이에게 이름표를 달아 줄 때였다.

이름.. "이가연"

오~ 이름이 붙으니 진짜 내 새끼라는 느낌이 들면서 눈물이 나려 하더라.

척추에서부터 쭉~ 돋아나는 닭살들이 감동의 쓰나미처럼

머리 끝까지 밀려왔다. 옆에 간호사가 병아리처럼 지금 아빠 각인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해서 열심히~ 이름도 많이 불러주고 횡설수설 말을 이어갔다.  "안녕.  가연아. 만나서 반가워. 우리 잘해보자"

이후 말은 기억이 없다.


딸아이에게 자신만만하게 떠들고 나왔으나

뇌가 이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깊은 내면에 한마디를 던졌다.


"나.. 진짜 잘할 수 있을까??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