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의 브런치 라디오 (11분 50초)
언어를 바꾸면 삶이 바뀐다.
인맥과 은인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을 때 인생은 빛난다.
한마디 말과 섬세한 표현의 힘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낭송
지성 김종원 작가님의 글 출처
내일 할 일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주말에 가려던 일정이 변경되어 여동생이 하루 더 빨리 집에 가게 되었고 내일은 언니가 아빠 간병을 해야 하고 사무실 출근하는 일과 친정엄마가 잠시 병원에서 CT 촬영을 할 일이 있어 올케와 내가 둘 중 하나씩 선택해야 하는데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다. 그렇게 새벽이 오며 아빠가 계시던 병원에서 엄마가 해야 할 진료가 있어 오전에 내가 병원으로 가는 일을 선택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꼭 가야 할 일을 피하던 병원을 가고 싶지 않은 부담감이 부모의 연세가 닿으면 자식으로서 그저 함께 해야 한다는 게 어쩌면 나이 든다는 것의 당연한 과제처럼 일상이 되는 것 같다.
돌아오는 8월 16일 월요일 오후에는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을 하기로 예약된 날이다. 일괄적인 모더나 예약 문자가 오는 걸 보니 현대에 이루어지는 어떤 긴장감이 살짝 밀려오는 것 같아 나이 쉰이 된다는 것은 잠시 여유를 부릴 틈이 없이 인생이라는 속도가 정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더욱 실감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사무실에서 하는 일이 양파종자를 출고하기 전 아직 완성된 옷을 입지 않은 알루미늄 캔 용기에 상표 띠지를 붙이고 ‘25개’ 들이를 완성하는 일이라서 그것을 담을 박스를 조립하고 밴딩 작업을 하는 일이 양팔이 조금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일상을 보내며 그것을 힘들다는 표현을 하지 않지만 그것을 굳이 말하지 않으면 내가 이 모든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때는 내가 알아주는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므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굳이 그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미룰 수 없고 말끔하게 하길 원하지만 내가 스스로 받아들이고 하기까지의 선택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그것을 구분하는 힘을 쓸 수 있다는 일이 무엇보다 선택의 자유가 부여되어 달라진다는 생각이 나를 이끌 뿐이다. 밤새 내일 일을 그저 두었고 다음날 새벽에 눈을 뜨며 내가 엄마께 카톡을 보내며 이렇게 응수했다.
“ 그 시간에 병원에서 뵈어요. 엄마”
엄마는 어제도 오지 말라고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괜찮은 게 아니며 오지 말라는 말로 대신 표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4월의 어느 마지막 날에 78번 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아빠도 간다는 우리에게 분명하게 오라고 말하지 않았으며 오지 말라고 했고 다음 날 아빠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 상태였음을 자식이라면 이제는 그 말을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
며칠 전 뜨거운 햇빛 속에 두 시간을 걸으며 집에서 많이
어지러웠던 엄마가 집 앞 병원에서 MRI 촬영을 하고 크게 이상이 보이지 않지만 연세가 있으니 좀 더 세부적인 활영을 요했기 때문에 오늘은 조영제를 투입한 엄마의 뇌 CT를 찍기로 한 날이었다. 다행인 건 크게 이상이 없는 것이고 그래도 뇌혈관 쪽에 미세하게 석회가 낀 협착이 살짝 보이고 코 쪽에 염증을 알게 된 게 오늘의 검진 결과다.
괜찮다고 오지 말라던 나와 함께 오전 시간을 보내고 엄마는 처음으로 응급실에 누워 발목에 링거도 맞고 휠체어도 타고 병원 검사를 응하는 새로운 날을 보낼 수 있었다.
바로 여기까지가 오늘의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내가 선택한 일이었으며 누군가 내가 그 일을 하기를 바라며 시켜서 하게 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내가 할 일을 스스로 찾게 되는 일이 내 마음을 편하게 이끌었다는 게 내가 바라는 일상의 가장 확실한 힘이 될 수 있어서 내가 더욱 자랑스러운 오늘을 보낼 수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나는 매일 잘 살고 싶은 꿈을 울면서도 꾸었고 매일 지성의 길을 따라 생각하고 글을 쓰고 말하기를 실천하며 ‘매일 인문학 수업’을 한다. 그 길이 결코 쉽지 않기에 가능한 것이 존재하듯 내일의 희망으로 태어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는 일을 묵묵히 걷는다. 자주 쓰는 좋은 말을 생각하고 가능의 언어를 몸소 실천하는 일이 삶이 말이 되고 일상에서 좋은 힘을 쓰게 하는 근사한 힘으로 바뀔 수 있으니까.
2021.8.13
일상에서 풀리지 않은 일을 인문학의 대가 김종원 작가님과 함께 사색으로 풀어가는 공간입니다.
https://cafe.naver.com/globalthi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