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도 선명한 영감을 자신에게 주는 힘

김주영의 브런치 인문학 라디오 낭송 (5분 36초)

by 김주영 작가

지성 김종원 작가남의 글 출처

사람의 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는 없다. 매일 드시는 약이 많아서인지 노화의 흐름인지 아빠는 늘 피부가 가렵다 하시고 며칠 사이 보기에도 느껴질 만큼 피부에 주름이 지고 거칠어지는 게 느껴진다. 다만 늘 밖으로 보이는 아빠의 모습은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외형이 늘 그대로이고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로 인해 마치 마른땅처럼 그런 피부의 느낌이 육안으로 느껴지는 게 늘 안타까울 따름이다. 처음에는 곧잘 노래를 부르기도 했건만 이제는 노래 자체를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거의가 누워계시는 일상만이 아빠와 함께 하는 것 같다.


새벽녘 열린 창문 사이로 싸한 공기에 주적 비가 내리고 그 사이를 지나는 자동차들 소리가 많이 들리는 것은 시계를 보지 않아도 점점 아침이 되어가는 시간임을 알게 만든다. 이곳에서 살다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떠난 사람들 중에 이제 ‘6살’ 이 된 딸아이에게 선물한 ‘인문학 달력’을 받고 인스타 그램에서 인문학 달력을 본 적이 있었다며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하게 되고 생일 선물로 시집을 전한 근처에 사는 지인이 시집이 도착했다는 인사와 함께 카톡으로 커피 쿠폰을 내게 마음과 함께 보내주며 나의 작은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끔 일상의 이벤트가 안겨주는 정겨움의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카톡 선물이 편리할 때가 있지만 이렇게 다시 받게 되는 것은 물론 그 사람의 친절한 마음이 이끌고 함께 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또 받는다는 조금의 미안함이 들 때가 있으나 메일이건 문자건 통화 건간에 늘 하는 사람이 하고 받고 나면 고맙다는 인사조차 생략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은 어쩌지 못하는 그 사람이 생각하며 살아가는 내면의 시선이고 크기라는 사실이 느껴질 뿐이다. 이를테면 그렇다는 얘기니까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빠께 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지만 오후에라도 가능하면 또 갈 수도 있는 일이므로 역시 내가 할 일을 하며 막바지 아이들과의 시간을 함께 보낼 생각이다. 오늘은 비가 내리는 시간에 그동안의 더위와 함께 한 날들에 대한 자연이 선물을 주듯 선선함 속에서 그저 평범하지만 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에 충실하며 또 다른 특별한 지금을 온전히 쓸 수 있음이 중년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축복인 나날을 보낼 수 있다.


202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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