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어른이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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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던 루비의 목소리가 쇳소리가 되어 큰소리로 말하려 해도 개미 소리로 변해갔다. 그놈의 조그만 암덩어리 떼어 버렸건만 ‘3일째’ 되는 날부턴 목소리까지 나오질 않았다. 정신적인 울음에 자각증상까지 겹치게 되면서
루비의 일상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루비는 힘들다고 말하지 못했고 그 누구에게도 몸과 맘이 아프다는 표헌을 하지 않은 체 터져 나오는 눈물방울로만 시간을 대신하고 있었다. 가끔 아이들이 오는 시간이면 루비는 환자복을 입고 있고 링거 꽃은 자기의 모습에 더 신경이 쓰였다.
루비는 괜한 마음을 더 조렸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고 있었기에 "우리 딸, 우리 아들 안아보자" 하며 보드라운 볼에 루비의 얼굴을 비비며 '부비부비'로 사랑을 대신 표현하고는 했다. 빨아먹고 싶을 만큼 그리운 내 새끼들 태어나서 한 번도 남의 손에 맡긴 적이 없는데 하며 루비 자신보다는 아이들 걱정에 맘만 태우며 일주일이 어서 빨리 지나가는 수밖에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얘들아 불편해도 며칠만 더 참자" 라며 루비는 아이들을 다독거렸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물 한 모금 마시기에도 불편한 상태의 목이지만 살기 위해 또는 약을 먹기 위해 병원에서 나오는 식사를 겨우 마쳐야 하니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뭐냐고 '흑흑' 사는 게 이게 뭐냐고!''
누구라도 붙잡고 묻고 싶었지만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시아버님께서 오셨던 날 계속 우는 루비를 어쩌지 못해 말씀하셨었다.
"루비야 괜찮아 다 살 수 있다니까''
"왜 그렇게 우냐! 아무 일 없을 거야'''라고 아버님은 말씀하셨고 그 광경을 본 숙희 언니가 또 한마디 했다.
"어르신, 루비 씨는 매일 저렇게 운답니다, 식사가 나와도 울면서 눈물 밥을 먹고 누가 말만 걸어도 저렇게 울어요.
이제 그만 울 때 도 되었는데 말이죠.''하며 루비가 처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며 숙희 언니도 눈물을 훔쳤다.
그건 루비의 성격과 자존심이었다. 건강 앞에 약해진 육체와 정신 보이기 싫은 환자복을 입은 모습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것 같은 시선들 몸에 나쁜 바이러스 라도 퍼진 냥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하는 괜한 조바심 죽어도 가기 싫은 병원에 있어야 하는 자신의 모습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들이 아니지 않은가 하는 마음에 억울도 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암환자가 되어 '저 어린것들을 앞으로 잘 보살필 수는 있는 걸까?' 모든 모순들이 루비의 일상을 덮친 거라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이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으니 그래, 울 수밖에, 우는 수밖에 바다만 한 짜고 많은 양의 눈물은 과연 어디에서 샘솟는단 말인가,
한편 루비는 가족 누구도 오지 않을 빈 시간을 틈타 이길 수 없는 불편한 목을 이끌고 각각 세 개의 링거줄을 연결해둔 링거봉을 질질 끌면서 서커스단에서 난쟁이가 공 굴리는 연습을 하듯 슬픈 곡예를 하는 구슬픈 멘털을 부여잡고
서러운 맘을 담아 구슬피 울면서 자신의 현재라는 마음을 어렵게 이끌며 병원 복도를 왔다 갔다 걸어 다니곤 했다.
그런 자기의 모습이 참 우습게 보이진 않을까 자기만의 자존감이 바닥을 친 이유로 가까운 이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일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
병원에서 정한 정기 입원 날짜가 대략 최대 한 달이라던가
예정 날짜가 지나면 더 있고 싶어도 계속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정신적 육체적 치료를 더 원하면 같은 병원 산하에 있는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위치한 요양원으로 많이들 이동하는 모양이었다. 숙희 언니도 그곳으로 갈 거라고 했다. "아이들도 다 커서 멀리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고, 신랑도 알아서 더 잘 지낼 수 있으니 한 두어 달쯤 내 건강이나 좀 돌보려고 해 ''라며 요양원으로 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자연휴양림도 있고 유기농 야채와 음식부터 아픈 이들끼리 모여 미친 듯이 웃기도 하고 산행도 하며 놀면서 지내는 곳에서 치유 프로 그램도 병행한다니까, 나만의 휴양을 좀 해야겠어''
그렇게 뚝딱 갈 수 있는 그 숙희 갑과 선배가 한편으론
부럽기만 했다. 다행히 루비는 항암치료까지는 받질 않았었다. 그것도 운이 좋게 빨리 발견해서 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다른 환자들보다 고생은 덜했지만 어쨌거나 아이들이 어려서 보험적용이 된다는 그 요양원 조차도 루비에겐 그림의 떡 정도로 생각될 뿐이었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이 루비와 남편 앞에서 물었다.
''김 루비 씨! 성격이 섬세하시고 완벽주의 신가요"
대충 암환자들을 보면 그런 성격을 가지신 분이 많아서요.
내려놓고 맘 편하게 둥글하게 스트레스받지 말고 사세요.
인생 뭐 있나요.” 하며 반 미소로 인사해 주었다.
루비는 자기의 성격을 생각해 보았다. 정말 그런 것도 같았지만 지금 와서 안들 건강 앞에서 꼼짝을 못 하는 암환자가 되어 이미 추리한 환자복을 입고 살아 보겠다고 억울해서 울고만 있는 나약한 환자가 되어 있지 않은가, 루비는 몹시 씁쓸했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병원 생활이 끝나가고 있었다. 문득 루비는 수술실에서 있었던 그 세 시간 동안의 꿈길 생각이 났다. 그동안의 지친 육신과 정신을 달래기라도 하듯
"아 맞다, 꽃잠을 청할 때 꾸던 그 꿈''
"아, 바람''
그 시간 동안 인어 곁을 지켜주던 그 바람이 더욱 그리워졌다.
2018.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