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의 인문학 브런치 라디오 낭송 (3분 30초)
지성 김종원 작가님의 글 출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목적지까지 오가는 자동차 안에서의 시간 동안 수 십 년의 세월이 오고 간다. 정년까지 교직에 계셨던 고숙의 성품 또한 칼과 같아서 가진 게 많지 않은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나 누구보다 일찍 홀 어머님을 모시고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 했고 그런 집안으로 시집 온 내게 단 한분인 친 고모께서는 마흔의 중반 이후에 암 판정을 받고 친정과 시댁을 오가며 어른 노릇을 해야 했던 고모의 삶이었으나 겉으로는 늘 여유 있어 보이고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 부러운 사모님의 모습은 지금도 역시 마찬 가지다. 슬하에 4남매의 우애와 부모님께 전하는 효심 또한 지극 하나 최근 4년이라는 시간을 뇌경색으로 갑자기 환자가 되신 고숙을 보필한다는 게 고모의 손길과 마음이 있기에 고숙은 그 또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주 교차하는 것은 내가 마주하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명절을 보내고 어느 때 보다 수척해지신 고모가 고숙의 강한 성질로 인해 최근 정신적인 고통을 보내셨음을 겉으로 보이는 사실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자식들에게는 말하기 어렵거나 싫은 삶에서 함께 보낸 어떤 그늘이 평생을 지배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결혼 전 지금 내가 모시러 간 고모집 앞 공터에서 울며 나눈 2시간의 시간이 20년이 지나가고 이제 더 나이가 흐른 인생의 뒤안길에 서 이렇게 조카와 나누는 아니 나는 그저 들어드릴 수 있는 하나가 있어 친정 아빠가 온전하셨다면 아마도 아빠가 들어드릴 일이었을까를 질문해보는 고결한 시간의 여운이 그러므로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아 앞으로 되도록이면 고모님을 내가 모시러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제부보다는 가능하다면 내가 가는 게 좋을 것 같은 새로운 일 하나를 어제의 짧은 단상 중에 인간이라서 나눌 수 있는 가장 값진 시간임을 찾아볼 수 있으니까.
언젠가 아니 가끔 친정 엄마는 나에게 이런 말씀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주영아, 넌 무슨 글을 쓰는지 모르지만 내가 살아온 세월 얘기를 책으로 내면 분명히 베스트셀러가 될 것인 게 내 얘기를 네가 글로 좀 써봐라.”
엄마들은 늘 소설 같은 책을 보통 10권 이상은 저마다의 마음속에 안고 산다. 모두가 그만큼의 힘든 고통의 과정들을 살아 냈다는 증거가 되는 거니까 물론 그 시대의 어른 그리고 엄마의 자리라는 것이 분명 신 여성들과는 다른 여자라서 더 인정받지 못하고 주권마저도? 상실하는 인간이 아닌 그저 참고 견디어야만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한 사람의 인생을 성장하지 못하도록 묵살했다는 느낌을 어떻게 견뎌 낼 수 있었을까. 가족을 위한 시간보다 일찍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길을 살아가야 할 분명한 이유가 거기에 존재한다.
세상이 제 아무리 바뀌고 변하여도 인간 세상에서 불변하는 진리와 진실과 모습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것은 분명한 절망이 아닌 희망이라는 말로서 꼭 대신하고 싶다. 나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말씀하시는 안타까운 삶을 내가 고쳐줄 수도 내가 글로 쓸 수는 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위대한 상담가나 대가라고 해도 좋은 길을 인도할 수는 있으나 결국 자기 삶을 대신 써주고 인생을 살아줄 사람은 없다는 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하는 지극히 당연한 질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인문학 독서와 글쓰기 낭송의 시간이 자기 삶을 치유하게 하고 지켜줄 거라는 나의 믿음과 지성이 강조하는 소망과 외침이 그러므로 자기 삶을 주도하는 데 가장 큰 중심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더욱 강력해진다.
젊다고 해서 인생이 편한 것만은 아니고 나이가 들어가며 보다 자기 삶을 찾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 그 안타까운 마음을 보다 일찍 자기의 내면과 생각여행의 길을 찾는 방법은 나만의 글쓰기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분야의 대가가 쓴 좋은 책을 읽고 치유하고자 하는 간절한 만큼 나를 위해 철저한 시간을 보내겠다는 다짐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공간과 실천의 루틴을 정하고 그것이 가능한 것들이 존재하는 곳으로 이동하고 적극 활용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시작할 용기를 내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보낸 후에야 어떻게든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
202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