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사람이 마주하는 마음의 계절 그리고 가을

김주영의 브런치 인문학 낭송 (3분 6초)

by 김주영 작가

지성 김종원 작가님의 글 출처

밤새 백신 접종 후유증인지 몸 어딘가 느껴지는 곳이 있지만 진통제를 먹지 않으려 하다보니 잠이 편하게 들지 않아 많은 시간을 보내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잠이.들었던 것 같다. 딸아이와 등교 출근 시간이 다를 것 같아 조금 여유롭게 집에서 출발하고 먼저 언니와 조카들이 이틀째 케어하고 있는 아빠 집으로 가기로 했다.


친정 아빠는 점점 하시는 말씀도 다양하지는 않고 그저 그러시지만 밤새 본인이 힘드시는지 간병하는 사람도 아빠 컨디션의 영향을 받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때면 아픈 사람도 보는 사람도 안타까운 현실인 것만 같다. 겉은 늘 아빠의 모습 그대로인데다 보이지 않은 안에서의 통증이나 어떤 변화라서 어찌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변화하는 생생한 장면들을 삶과 현실 그리고 산다는 것에 숙연함이 느껴지는 것이 늘 그렇다.


밤새 수고한 언니를 주려고 아이스커피를 샀다. 이것이 특별한 이유는 아침 8시에 사러 갈 커피숍이 있다는 거다. 어젯밤 보낸 그 길이 의미가 깊은 만큼 얼마나 고단한 시간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향긋한 커피 한 쟌의 손길이 얼마나 시원한지 해 본 사람은 느낄 수 있는 일이라서 그렇다. 이렇게 이른 아침 커피를 사들고 그러나 10분 정도라도 시간을 더 보내다 가려니 촉촉한 아이스커피가 식을 것 같은 기분이 가을의 길목에서 열리는 아침과 마주하는 온전한 것들과의 만남이 하나씩 이루어진다.


오늘은 제부가 고모를 모시러 가지 못하는데 오시려고 전화하신 고모님이 편할 수 있도록 나로서는 초행길을 모시러 가고 또 모셔다 드리는 일까지 해야 한다. 고모도 나이가 여든이 넘고 고숙이 연세가 있는 데다 벌써 4년째 병환이 있으셔서 요양사가 댁에 있는 시간에 고모가 다니러 오시기 때문에 나로서는 점심시간이 따로 없이 오늘은 그 시간과 일이 나의 특별한 임무가 되어야 한다. 열 두시 반까지 약속했는데 아빠 집에서 이곳까지 오는 시간이 30분이 소요된다는 것을 확인했고 나는 악속한 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고모집에 도착해서 이렇게 브런치에서 작가의 서랍을 꺼내어 기다림의 여유를 내 시간으로 데리고 와 만들어 쓸 수 있다.


이럴 수 있는 일상의 순간 하나 하나를 나와 우리는 이렇듯 지성과 함께하는 인문학 수업 그리고 글과 책을 들고 생각으로 떠나는 산책을 하는 동안에 조금씩 무르익어가는 가을날의 단풍잎처럼 자신의 언어를 발견하고 창조해가는 오늘이라는 우리의 계절을 만나게 된다.


202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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