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의 브런치 인문학 (3분 5초)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1. 밤에 잠을 편하게 이루시지 못하는 아빠께 보호자가 요청한 게 아니지만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 받은 적이 있다 처음 의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낮에 그렇게 잠만 자는 아빠의 모습이 옳지 않은 것 같아 우리 가족이 내린 결론은 수면제는 빼고 다른 약만을 드리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모아 둔 수면제만큼은 모두 버린 것 같기도 하지만 최근 야간에 고생하는 간병인들을 위해 지인께서 수면제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가 잊고 지내던 그 약이 떠올랐다. 보통 한 알 정도로 알고 있지만 4분의 1쪽이라도 심할 때는 드려도 되는 것인지 가족이 그 기억을 거슬러 오르며 함께 의논했다.
2. 아빠께서 가끔 용변을 자주 보실 때가 있다. 혼자서 화장실을 가시지만 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나라면 번거로울 까 음식을 제한하거나 피해서 드리고 싶다고 생각할 텐데 음식이나 과일을 찾는 아빠께 제부는 아무렇지 않게 그걸 드릴 때 제부의 반응이 놀랍고 많이 감사했다.
“지금 과일 드리면 화장실 또 가실 텐데 나중에 드리지 그래”
“어쩌겠어요. 또 가면 되죠. 아버님이 지금 드시고 싶어 하시는데 드려야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또다시 지나가고 또다시 반복하고 어쩌면 아빠가 아프시지만 그동안에 바람 없이 각각의 가족들에게 선의를 베푸신 아빠의 마음이 모여 이렇게 가족들에게 사랑받으실 일을 하셨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 다리 건넌 남의? 손길이지만 이제는 나보다 더 고마운 손길과 마음을 보여주는 제부가 참 근사했다. 아빠 곁에는 간병사가 보통 서너 명이 상주한다. 이제 성인이 된 예쁜 조카들이 내려와 있을 때면 2인이 각 각 조를 짜서 교대로 외할아버지의 다리나 팔을 안마 해드리거나 잔 심부름을 하며 아빠 곁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위대한 사람들이 배우고 창조하여 세상과 사람들에게 필요한 의학 기술과 연구한 의료기기의 발달이 앞선만큼 안타까울 수 있었던 운명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아빠는 이렇게 우리와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을 기억과 마음속에 남겨주는 일을 매일 하고 계신다. 사람이 살아가는 날 서로를 많이 아끼고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란 날들 오늘 하루가 주는 고마운 순간들을 진정으로 귀하게 여기며 살아갈 자신의 하루가 이토록 소중한 이유다.
만날 수 있고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을 죽도록 간직하는 진실한 마음들을 매일 저마다의 가슴속에 묻고 절대 아끼지 말고 모두 쓰며 살자.
202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