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의 브런치 인문학 낭송 (3분 16초)
대가 김종원 작가님의 글 출처
가을바람을 따라 꼭 만나고 싶어 기다리는 책이 있었고 어제 늦은 오후쯤 물품 배송 완료라는 택배 업체의 문자를 받았으나 대문 앞에는 보이질 않아 이게 무슨 문자인가 검색이 되질 않아 확인하지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침 출근길 아파트 택배보관실로 내려가 보니 만나야만 하는 책이 이렇게 도착해있었네. 구하고 싶은 책 3권 중에 2권은 찾지를 못하고 나의 지성 종원 작가님이 쓰신 ‘세븐 데이즈’.라는 책을 이 찬란한 아침 떠오르는 햇살과 같이 나에게로 초대한다.
오늘이 바로 아빠 병원 내원 날이라서 아빠를 설득시켜 준비하고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두 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아이에게 설명하듯 병원 가자는 얘기를 백 번은 말하고 옷을 입히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봄 아빠 생신이 되기 전에 사 둔 상의 콤비를 처음으로 개시하고 언니가 추석 선물로 사 준 와인색 티셔츠에 편한 바지가 흘러내려 나가는 길에 급하게 멜빵을 사서 채워드리니 얼마나 분위기가 멋지신지 이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아빠의 모습이다.
오늘따라 세 군데 진료과목 모두 대기 시간 없이 잘 마치고 가는데 채혈해둔 결과 중에 급한 게 헤모글로빈 수치가 매우 낮다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집에 가던 길을 되돌아와 수혈을 하시고자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셨다. 아빠는 혼자이지만 아빠를 따르는 비서는 3명이라서 어딜 가나 아빠 주변은 여인들이 떠나질 않아 조금은 시끄러운 소음과 든든한 맛이 따른다.
언니랑 여동생이 병원 안으로 아빠를 모시고 들어가고 나는 지금 잠시 병원 밖에 있으나 아빠가 활동적이시지 못한 관계로 한 사람은 아빠를 부축하고 한 사람은 접수를 하고 또 한 사람은 늘 다음 차례대로 한 발 앞서서 이동해야 힘든 아빠가 병원 투어를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진료를 마칠 수가 있어서 항상 같이 하는 이 세명이라는 숫자가 늘 작지 않은 필요한 인원이 되고 아빠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미소를 짓게 된다.
병원에서 있어야 할 시간이 못해도 6시간은 걸릴 것 같아 일단 다시 병원을 나와 집으로 향했고 덕분인지 퇴근 시간이 30분 정도 빨라졌으나 집에 도착하자마자 새로 만난 책을 펼치고 멈추고 싶지 않아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이 마음이지만 일단 멈추어야 한다. 아침 출근길에 책의 앞부분 몇 장을 미리 만나고 나는 도무지 알 수 없게 밀려드는 어떤 마음이 파도처럼 밀고 달려와 또 한 번의 복받치는 눈물이 터져 나오는 오늘 아침의 영광스러운 또 하루를 그렇게 맞이 했었다.
늘 느끼고 표현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이럴 때 다르게 하지 못하는 언어와 마음의 벽을 모두 허물고 온전한 표현을 말하고 싶은데 해야 할 말들을 아직 다 하지 못하고 나는 다시 인문학 산책을 하기 위해 길을 떠나야 그 빛을 이루기 위한 또 하나의 조각을 발견할 수 있게 되겠지.
나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되고 멈추고 그렇게 밤을 맞으며 쉰의 나날을 내 것으로 온전히 쓸 수 있는 지성의 힘과 빛이 나를 감싸는 것은 어제의 일이며 다시 오늘이 태어나고 사라지고 다시 내게로 찾아온다.이 모든 것이 인간이라서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며 영원과 함께 중년이 익어가는 고결한 순간이다.
20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