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의 브런치 인문학 낭송 (7분 17초)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밤이 길었다. 여동생이 신경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밤 10시쯤 드시면 아침까지 주무실 거라고 했는데 정 반대가 되었고 몸을 가누시지 못하는 아빠는 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화장실을 가고자 나오는 반응 같아 거의 날을 함께 보냈다. 아침이 되고 낮이 되고 거의가 그 상황 같아 오늘 밤까지 있어보고 밤에 집으로 갈지 생각했으나 어차피 내일 아침에 집으로 가는 방향이 맞을 것 같다.
드셔야 할 오전 약이 있어 조금씩 드시는 식사를 챙겨야 하고 지난번 맛있게 드시는 낙지전골을 잘 드실 것 같아 자주 가시던 식당에서 포장을 해왔으나 이번에는 엄청 매운맛에 싱겁기까지 한 간이 왠지 입맛에 와닿지 않았으나 아빠는 그 국물이 매운지 싱거운지를 느끼지 못하고 몇 숟갈 뜨셨다.
늘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인생의 일이라 여겼었는데 이렇게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신 한 분이 준비하는 황혼의 시간마저 전자에 말한 것보다 백배는 더 힘이 든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는 일이 어른 한 분에게 쥐어지는 각 각의 가족이 맡아야 할 인생의 숙제이며 운명에서 피어나는 끈이라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힘들다고 여겼던 어떤 것들이 그래도 행복한 일상이었구나.
자유롭게 일상을 나다니는 일들의 무게가 이처럼 다른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는 인간들이 배워야 하고 숙연해지는 삶의 현실임을 그동안에 부모가 자식에게 베푼 사랑이 이토록 질긴 우리에게 남겨주는 강한 의미 었다는 사실을 그저 뼛속 깊이 새기며 아빠의 크신 사랑을 우리들의 몸과 생각에 남겨 주고 계시는구나. 삶이라는 경계에서 그저 마음을 놓고 다시 그 마음의 고개를 숙여 겸허한 시간을 바라보는 일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가 있음을 무엇이든 가진 게 모두가 아니고 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 또한 전부가 아님을 인생이란 늘 말이 없지만 침묵을 지키는 풍랑 앞에서 멈추는 짙은 고독의 바다와 같은 모습이 인생이며 무상이라는 것이 결국 가장 선한 희망이며 낮은 곳으로 흘라가는 사람들의 언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2021.10.10
아이들과 함께 걷는 인문학 길을 브런치 북으로 출간했습니다.함께 읽고 꼭 필요한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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