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의 브런치 인문학 낭송 (3분 43초)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오늘 하루도 시간을 잴 수 없는 가득한 시간을 보낸다. 간병을 위해 아빠 집으로 가며 가족들의 저녁 식사를 챙겨두고 집안 정리 정돈을 마치고 아빠 집으로 향했고 오늘은 언니와 함께 아빠를 계속해서 케어해야 한다. 아빠 식사를 준비하는 일과 힘없어하시는 아빠 곁을 지키는 일이 점점 혼자보다는 둘이었을 때 박자를 맞추며 서로의 손과 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한적해 보이는 오늘의 주어진 여유 안에서 주변 마켓을 들러보아도 딱히 반찬거리가 생각나지 않지만 혼자서 낯선 마트와 거리를 오가며 내가 마치 모르는 도시에 휴가를 떠나온듯 알 수 없는 기분이 함께 밀려온다. 아빠를 드릴 생선을 굽고 가지로 나물을 만들고 여린 배추에 배와 사과를 잘게 썰어 싱거운 물김치를 만들었다. 어느새 이곳에서의 식단은 거의 내 손을 거치는 게 서로 정하지 않았으나 내가 할 일이 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창조와 음식이라는 마음과 정성이 닿아 만들어지는 예술을 펼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주말과 징검다리 연휴에 사람들은 모두가 어디론지 떠나고 가고 온다. 가을 들판의 울긋불긋한 코스모스 들녘도 공기 좋은 산책로도 천천히 지나가는 가을의 순간을 찾아 모두가 떠나지만 누구나 모두 그곳에서 계속해서 살 수는 없고 결국엔 자기가 지내던 공간과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건 누구라도 똑같다. 나의 중년 올해 6개월은 이미 모든 게 정지했다고 해도 맞지만 앉아서도 세상 구경이 무엇이든 가능하다.
향기에 듬뿍 취하고 분위기에 앉아 바라보는 유명한 커피숍도 그저 그곳에서 이어지는 고즈넉한 숲길도 인생 추천 맛집도 온라인 공간을 타고 한 바퀴를 돌면 가지 않아도 나는 이미 그곳을 다녀오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이 언제나 내게는 있는 것처럼 내가 가진 것이 결국 또 하나의 커다란 세상이며 깊은 우주다.
창밖으로 점점 어둠이 기웃거리고 낮의 분주함들이 이제
저녁 속으로 사라지는 밤과 낮이 교차한다. 오늘 하루도 잘 살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과 다양한 의미를 안고 가족이라서 찾을 수 있고 간직할 수 있는 진실 안에서 한 가득 머물 수 있는 오늘이 분명 지성과 함께 떠나는 우리의 산책이며 살아 숨 쉬는 인간의 언어라는 사실이 내일을 기다리고 기대하게 하는 내 삶의 길이 또다시 시작되는 감동의 순간이 언제나 바로 지금이 순간이다.
2021.10.9
아이와 함께 하는 지성 산책 브런치 북을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eebee08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