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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비추는 이유를 내 삶에 초대한다는 것

오늘의 인문학 낭송 (7분 18초)

by 김주영 작가

김주영의 마음과 생각이 자라는 인문학 산책

김종원 작가님의 글 출처

~21일 까지 진행 되는 ‘하루 3줄 초등 문해력의 기적’

도서 이벤트 안내입니다.

오늘은 10시 30분쯤 아빠 병원 앞에서 가족들을 만나기로 했고 다녀와서 안과를 다녀올 생각이다. 한쪽 눈이 괜찮다가 다시 조금 불편한 느낌이 반복되는 것이 병원 진찰을 받는 게 수월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조금 일찍 나와 병원에 도착하고 창구에서 직원과의 문의를 통해 오늘 아빠 면회가 가능할 것 같아 아빠를 드릴 전복죽을 사러 나왔다. 초행은 늘 잘 모르기 때문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하고 왔다가 생각하게 되는 거라서 오전에 목욕까지 받으신 아빠는 햇살이 내리는 창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 듯 눈을 깜빡이고 계셨다.


아빠는 생각보다 모습이 활발했고 손 장갑을 끼워 묶이신 것 외에 신장 투석으로 강하게 느끼던 온갖 몸의 통증이 없으신 탓인지 내가 사 온 전복죽을 맛있게 드셔서 보는 내 마음이 더욱 포근해졌다. 병실 안에서 케어해 주시는 선생님들이 아빠에게는 아는 사람과 연결이 돼서 평상시 지인들이 그곳에 계신 것처럼 단발머리 스타일은 거래처 김 양이고 식사를 배식해 주시는 분은 가까이 지내시는 지인이듯 아빠는 병원에 계시는 분들 모두를 비슷하게 기억에서 꺼내어 연상해 평상시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니 역시 아빠다운 병원 놀이가 즐거워 보였다. 더 중요한 사실은 건너편 침상에는 전두환 님도 입원해계시다고 해서 돌아보니 흡사 그 분과 많이 닮은 모습을 하고 누워계시는 걸 확인하고 언니랑 나에게 한가득 웃음을 보여주신 아빠를 오랜만에 그렇게 눈으로 안고 마음으로 보고 손 길에 담아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하늘은 맑고 기온은 적당하게 차갑고 햇살은 우리들의 온기처럼 곱다. 그래, 살아있으므로 가능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펼쳐지는 것 오늘이 살아있어 가능한 나의 바람이며 지성의 거리에서 가능한 것이 언제나 가득하구나.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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