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문학 낭송 (8분 25초)
김주영의 마음과 생각이 자라는 인문학 산책
지성 김종원 작가님의 글 출처
섬집 아기 기타연주와 함께 듣습니다 ~
친정 아빠가 편찮으신지 벌써 8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가족 모두가 마음을 편하게 놓은 적이 없었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들을 마주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물론 병원을 선택하고 드는 간병과 병원비 그리고 간병하는 일까지 접해보지 않은 생소한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되었으니까.
물론 연세가 있다 하여도 늘어난 수명에 비하면 젊을 수 있는 나이이고 늘 건강한 편이셨기에 이게 정말 진짜인지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 자세하게 아빠의 병환과 차도를 가족이 아닌 외부의 궁금해하는 분들께 차마 그대로 설명하기도 애달픈 일이라서 그저 궁금해하고 또 염려해주시는 마음들이 감사할 따름이지만 몇 번 통화로 안부를 드렸고 최근에는 그런 마음의 안부조차 굳이 내 입으로 말로서 하나하나 설명하기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그저 그렇게 계시는 아빠에 대한 우리의 희망이며 존중해야 할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마 말로서? 말하고 전하고 싶지 않은 어떤 마음이라서 가끔 그런 전화를 받지 않게 될 때가 있다. 아빠를 걱정하시는 지인분께서 두어 번 받지 않는 내게 서운한듯한 문자를 보내오셔서 통화를 시도하고 오해는 없게 했으나 나는 다시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빠를 위해 좋은 기도를 해주시는 덕분입니다.
그저 제가 연락이 없거든 선생님께 제가 서운한 게 있다거나 불편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지내는 저희의 마음이라 여겨 주시고 아빠가 병원에서 잘 계실 거라 생각하시고 늘 더 좋아지시기를 기도로서 많이 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가끔은 자기의 감정과 기분에 빠지다 보면 깊숙한 느낌에 드리워 상대의 진심이나 처지를 벗어나 오해하거나 짐작으로 서운함을 스스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게 진실이 아닌 오류가 될 수 있다. 항상 마음의 시선을 내게 향하도록 내가 나로서 잘 사는 날들이 관계에서 불필요한 감정이 아닌 필요한 생각을 찾게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살다 보면 말로는 차마 다 하지 못하는 어떤 순간과 현실이 있다. 그럴 땐 그대로 바라보고 힘든 누군가의 순간들을 믿어주고 지켜주는 일 그저 고요하거나 좋은 마음으로 그에게 지탱할 근거를 보여주는 게 인격이며 품격이 되는 세상이 그러므로 소중한 이유가 될 것이다.
202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