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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Feb 14. 2022

국경을 넘어 인간이 향하는 진심은 단 하나다.

오늘의 좋은 글 낭송 (8분 20초)

김주영 작가의 인문도서 큐레이

김종원 작가님의 글 낭송

김재환 님 노래 별의 목소리

몇 해전 지금 중2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아이들과 함께 간 교토시 아라시야마를 사색하는 여행지에서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뜨거운 여름날 야외 상점과 휴식 공간에 있는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연세가 여든 정도 되어 보이는 일본인 할머니께서 둘째 아이를 보며

 100엔짜리 우리 돈으로 100원짜리 동전처럼 보이는 동전을 하나를 선물? 해 주셨다. 그 100엔이면 편의점에서 시원한 생수 한 병은 사 마실 수 있는 1.000원의 가치가 있는 거라서 전혀 알지 못하는 그것도 국적을 넘어서 아이를 예쁘게 느끼신다는 좋은 마음이 되는 거니까. 우리에게는 그날 그 할머니의 행동이 모두에게 그대로 살아남아 있는 낯선 곳에서 전해받은 감사한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지하철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내가 타는 정거장을 지나고 역을 경유하는 곳에서 부부와 함께 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 숙녀가 맞은편 좌석에 앉았고 휴대폰으로 글을 쓰다 올려본 곳에 귀여운 아이가 아빠와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조그만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두 눈과 보드라운 피부와 검은 패딩 속에 입은 쫄바지의 다리를 왔다 갔다 그네처럼 살살 움직이는 게 왜 그렇게 예뻐 보이는지 한 번 보고 또 보고 그냥 자꾸 보고 싶었으나 제 아무리 귀엽다고 해서 생소한 남의 집 아이를 계속해서 쳐다보는 것도 섣부른 오해를 살 수 있는 예의가 아닐 것이라는 것쯤은 지키며 살아가는 요즘의 일상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지방에서 도착한 그들처럼 염마와 아이를 사이에 두고 앉아있는 아빠는 졸린 눈을 잠시 감고 쉬는 듯했고 나는 계속해서 그 아이가 눈에 아른거렸다.


“아빠, 나 다리가 뜨거워요”


전철 안에서 가동되는 후끈한 히터가 정말 뜨겁다는 건 누구나 아는 느낌일 것이다. 점점 내가 내릴 역이 다가오고 나는 외출 준비를 할 때 포개어 넣은 신권 만원 짜리 한 장이 떠올랐다. 조심히 가방에서 뺀 후 주머니에 살짝 넣었다. 내리며 나는 맨 끝에 앉은 아이의 손에 살짝 포개었고 이게 무슨 일인지 생각할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조심스러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아가가 왜 그렇게 귀여운 거야.

지금 더우니까 내려서 시원하거라도

꼭 사 먹었으면 좋겠구나 “


놀란 두 눈으로 인사하는 엄마와의 눈을 보며 지 허철을 내려 기쁜 마음이 생겨났다. 지켜본 딸아이도 함께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 엄마! 어떻게 그렇게 같은 생각을 안 그래도 먼 데서 온듯한 아이가 귀여워서 집에서 나올 때 텐텐이라도 주머니에 넣어 올 걸이라고 저도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아도 이 길에서 할 수 있는 깊은 마음을 나누며 지하에서 지상을 오르는 환한 마음의 계단을 향해 한 걸음씩 올라선다.

몇 해전 그 할머니께서 아이를 눈과 마음으로 안으셨듯 나도 이제는 그런 아이들의 영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이 묻어나는 중년의 길을 걷고 있는가.


아이들은 이 나라의 새로운 주인공이다. 새싹처럼 순수하게 피어나야 하는 그 어린 꽃들에게 늘 희망과 소망과 사랑을 가득 실은 지성의 진실과 함께 내가 바라는 가장 좋은 모든 것을 간절히 전하고 싶다.


202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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