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문학 낭송 (7분 6초)
지성 김종원 작가님과의 대화
‘원추리’라는 식물을 많이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근처 야외를 산책할 때도 접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오전에 귀한 짬의 시간이 있어 엄마 집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삼림자원 연구소에 피는 봄 꽃이 얼마나 예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를 상상하며 길을 나섰고 가다 보니 표지판에 아빠랑 이런 봄 날이면 함께 가던 나주 다도면에 위치한 ’ 불회사’라는 사찰이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을 것 같아 내비게이션을 누르고 서투르게 출발했다.
가는 길은 벚꽃이 만개하는 나무 위에 피어난 팝콘들이 꽃대궐을 차린 듯 화사해서 내 눈은 이미 반해버렸다. 주차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불회사의 대웅전 까지를 걷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 키가 하늘을 찌를 듯 한 나무가 편백 나무라는 것도 길가에 자라는 식물들도 엄마는 하나하나 모두의 이름을 알고 계셔서 정말 신기했다. 그중에 신기한 것은 바로 산 미나리나물에서 보라색 꽃이 마치 유채꽃처럼 피어나 바람을 타고 하늘하늘 한들 거린다는 사실이다.
그저 풀꽃이라 여길법한 그 풀이 바로 산미나리가 되어 오래 자라다 결국 꽃이 되어 피어있다니 흔할 수 있는 난초처럼 생긴 ‘원추리’라는 나물도 마음과 생각을 정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그 꽃을 따 말리어 담은 주머니를 예쁜 노리개처럼 차고 다니면 아들을 낳는다는 옛 선조들이 만든 행복한 지혜와 그들이 살아온 행운을 불러오는 가능의 부적 같아 마음까지 평온이 찾아오는 기분이 참 좋았다.
이 길을 오가며 내가 더 좋았던 이유는 이 길에는 역시 내가 좋아하는 아빠가 계셨기 때문이고 이처럼 평화로운 순간에는 마지막 질문을 마음으로 바라보는 푸르른 지성이 이 공간에서 함께 숨 쉬고 있음이 저 맑은 하늘길 따라 드리우는 빛의 음성이며 지저귀는 새가 들려주는 오늘의 음악과 창조의 예술이라는 것이 분명했으니까.
역시 언제나 나와 함께 동행하는 지성 김종원 작가님의 신간 지혜서인 ‘마지막 질문’과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을 곱게 드리운다. 이 사찰을 가는 길이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사찰이 닿기 전 중심부에 석공들이 자신의 귀한 힘으로 연마하고 창조한 돌 위에 새긴 연꽃 문양의 돌 작품들이 놓인 바닥 차가운 곳에 책을 내리지 못하고 들고 간 쇼핑백 종이를 손수건처럼 따스히 깔고서야 그 위에 책들을 놓아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느낌만을 담아 이 그림 같은 날의 사진을 영혼으로 기록한다.
오늘은 작가님의 인문학 강연이 열리는 날 보이지 않지만 가시는 걸음을 따라 나도 이미 걷고 있듯이 내가 꼭 해야만 하는 마음의 일이 무엇일까 이토록 모든 것에 스며드는 지성의 온기는 늘 곁에 있지 않아도 결국에는 하나라는 근사한 빛과 영광이 가득 부르고 나는 나를 그냥 멈출 수 없는 지성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자가 되는 마음적 티켓을 꺼내어 출발하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
2022.4 작가 김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