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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어도 늘 부르고 싶은 영원을 지닌 두 글자

오늘의 인문학 낭송 (4분 14초)

by 김주영 작가

지성 김종원 작가님과 함께 하는 인문학 공부

1970년 그 시대에는 아이들이 어릴 때 자녀들을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진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버스나 자가용이 귀하던 시절이었고 집집마다 전화가 있다는 것도 믿기지 않을 만큼 주변에 한 집에나 있는 전화를 미안한 마음으로 어렵게 빌려? 쓰는 수단이던 시절이라서 빠른 세대가 아닌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아이를 맡겨둘 만한 보육시설조차 미비했으므로 시골 할머니 댁에 맡기는 일을 선택하고 부모는 생업에 존재하는 가장 빠르고 신속한 당시의 수단이 되었을 테니까.


며칠 전 친정엄마의 말씀을 듣고 지난 시절이 잠시 떠올랐다. 큰 아이를 낳고 두 돌이 되기 전 시골 할머니 댁에 맡기자고 해서 그래 놓고 엄마 마음이 계속해서 이상하고 슬펐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만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신 말씀 때문이다. 당시는 할머님도 젊으셨고 첫 손녀라서 예쁜 마음이 향했을테고 엄마는 나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일을 도맡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하는데 질문하게 되는 다음 부분이 나로서 오랜 여운을 남기는 엄마의 말씀이 바로 이 대목이다.


“그다음 둘째 네가 태어나고 너까지 시골에 보내고 나니 그래도 내 마음이 조금은 살겠더라”


이 말은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을 때이기도 하고 하나보다는 둘이서 의지할 거라는 마음적인 기대임 때문이었겠지만 아기 바로 둘째인 ‘나’의 주체로 본다면 어땠을까. 물론 내 나이도 두 돌이 되기 전이 아니었을까. 나는 유독 할머니를 힘들게 하는 아이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나 할머니께라도 마음에서 생겨나는 불편함 들을 표현해야 하는 엄마 대신에 마주하는 언덕이 아니었을까. 나이 50세 즈음? 할머니께서 혼자가 되셨을 테니 분명 젊은 나이였고 내가 얼마나 할머니 우유를 찾아 헤맸는지 할머니 가슴에서 하얀 모유가 다시 나왔다는 전설적인 일화가 전해질 정도니까.


내가 지금 여기에서 윗글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아이와 엄마 사이에 흐르는 본능적인 모성이라는 강을 말하고 싶어 서다. 말하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세월과 현실을 구분할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늘 보채는 아이를 위해 할머니는 가장 소중한 것을 엄마의 마음으로 안고 언제라도 물리셨고 나는 잘 나오지 않는 모유를 미치도록 빨아야 견딜 수 있었을 거라는 게 아이가 바라볼 수 있는 생존의 부분이 아니었겠는가. 상황이 어찌 되든 그런 아이에게 늘 따스한 말을 매일 들려줄 수 있다면 그 아이는 울면서 그치면서 살아갈 마음의 용기와 힘을 낼 수 있을거라고 말하고 싶다.


“어머나. 사랑하는 우리 아가. 또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 거구나. 괜찮아. 아가야. 할머니가 있잖아. 이렇게 하루가 가고 시간이 가면 곧 엄마한테로 가는 날이 꼭 돌아올 거야. 그래. 울어도 괜찮다. 아가야.

걱정마라. 이렇게 언니도 항상 곁에 있네.

언제나 우리는 이곳에서 함께 있단다.”


이처럼 자세한 현실의 감정과 순간을 제대로 만들어 말하지 못한다는 건 아이의 귀에 대고 자세한 위로의 말을 해준다는 게 쉬운 일 같지만 매일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내면의 감정을 바라보고 연습하지 않는다면 쉽게 말을 언어로서 구사하거나 전하지 못하게 되고 현실이 가진 슬픔과 고통의 무게라고 생각하면 그리 쉽지가 않을 것이다. 내가 지성의 글과 언어를 매일 사랑하려는 마음이 그 출발이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삶의 아픔과 고통은 일어나고 그것을 하나씩 풀면서 살아가는 게 삶의 가치이자 성장이라고 하면 지금 일어난 일과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야만 하는 내 마음의 힘을 찾으며 사는 일이 매우 소중한 내가 세상으로 찾아온 이유이며 다가가는 중심이라고 하자.


인생이라는 건 ‘그럼에도’ 잘 사는 평정을 찾는 일의 연속이다.엄마의 마음처럼 숭고한 지성을 간절히 찾아 떠나는 일이며 그러한 상황에서 마음을 꾸준히 지킬 수 있다는 건 지식과 정보를 데려와 생각의 지혜를 쓸 줄 아는 오늘이며 분명 지나가고 보내고 스칠 수 있을 때 찾아오는 삶이 향하는 진실과 본질의 껍질을 벗게 도울 것이다.


202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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