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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순간을 아끼는 마음의 진실

오늘의 인문학 글 낭송 (4분 13초)

by 김주영 작가

마음을 알면 마음을 다하게 된다.

김종원 작가님과의 대화

오늘 오전에는 지인이 운영하시는 병원에 다녀오려고 한다. 둘째를 낳기 이전부터 이곳에서 진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나이가 드는 중년의 길에서 가끔 치료할 일이 생기는 걸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와서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하니 나이 든다는 것과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우리의 몸속에서 매일 많은 일이 생겨나기 때문이라서 가장 편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병원행의 변화이며 마음의 감사인지 잠시나마 공간과 시간이 이동하면 되는 일이다. 토요일 진료는 늘 점심시간이 없이 계속되는 1시 30분 까지라서 대기 환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딸아이도 함께 가는 거라서 피부에 자리한 뾰루지 치료를 받는 시간대로 집으로 돌아오게 될 것 같다.


며칠 전 엄마 집 근처에 고인돌 공원을 간 적이 있고 오래전 언니네 가족 그리고 여동생 가족 모두 한 두 번쯤은 가본 적이 있는 고인돌이 있다고 해도 주변 조성이 잘 되어 있어 쾌적한 호수 공원처럼 느껴지는데 친정엄마는 문득 옛날식 무덤?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곳이 그리 와닿지가 않으신 저편에서 드는 마음이라서 삶과 죽음에 가까워지는 어른들이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느끼게 되는 당연한 부재들인 것 같아 마음으로 엄마의 생각을 그대로 존중하는 게 맞는 거니까.


아들이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게 되면 어떻게든 친정엄마는 성찬을 차리기를 좋아하신다. 양념부터 조리법까지 자연에 가까운 식사를 준비하시고 정작 엄마는 늘 주식인 고구마에 야채 토마토 비건에 가까운 식단을 유지하시는데 어제는 남동생이 외부 일정이 있어 친정 엄마께 넌지시 브런치를 여쭈었다. 가보지 않으면 알지 못했을 우리 동네에 있는 카페에서 신선한 야채가 가득한 샐러드 메뉴를 본 기억이 있어서 인데 초록 야채에 빨간 미니토마토 삶은 달걀에 아보카도를 넉넉하게 썰은 푸르르고 푸짐하기까지 한 접시의 모습이 따스한 카푸치노 커피잔과 함께 엄마께 상을 차려드리는 기분이었다. 언니는 누룽지 크림 파스타였고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분이 맛있게 드실 것 같아 마음과 눈으로 먹는 척 아닌 척 마늘 바게트 빵이 있어 자꾸 손이 그리 가는 게 나는 더 든든하고 좋았다.


늘 아니라고 하시던 친정 엄마께서 ‘카페 궁’이라는 이름에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시는지 풍성한 샐러드 접시를 보며 행복해하시는 게 진직 이런 브런치를 더 가까이서 즐길 걸 이라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생겨났다. 일단 햇빛이 드는 창가로 자리를 잡고 엄마를 의자에 앉게 해 드리고 언니랑 나랑 메뉴를 살핀 후 곁들일 음료까지 주문하니 엄마가 계산할 기회를 놓치셔서 더 좋았다고 할까. 주문할 때 선주문이라서 많이 반가웠고 무엇보다 그리스식 지중해 연안의 식단처럼 야채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포크를 드시는 엄마께 영양스러운 한 끼를 해드리는 요리사가 되는 마음까지 피어났다.


왜 어른들께서 그저 몸에 좋은 보양식? 만이 좋다고 내 생각을 옮기려 하지 않았을까 이 가격이 보통 한식 차림보다 조금 비쌀 수 있지만 늘 같은 분위기에서 벗어나 차분히 식사하고 커피까지 즐기다 오는 걸로 생각하면 엄마가 이 가격을 굳이 알지 않으면 좋겠다는 소망 하나를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할 만큼 어느 날에 또 모시고 싶은 귀한 풍경이었다.


“창가에 앉으신 고운 여사님을 위해

두 딸이 이렇게 신선한 식사를 준비했사오니

분위기와 마음과 정성과 함께 천천히 맛있게 드시지요”


어느 날 문득 믿고 갈만한 식당이나 카페가 있다는 것이 축복인 이유는 하나를 하더라도 싱싱한 재료를 쓰고 입에 느껴지는 향신료나 소스까지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그 맛을 전하기 때문이다. 글도 사람도 마음이 신선 해야 전하려는 좋은 것만을 정성으로 담아 보낼 수 있으므로 지성에게서 느껴지는 예쁜 숨결처럼 말이다. 엄마도 잠시 행복한 나라에 초대받은 공주가 되어 햇살처럼 환하게 웃으며 평안한 미소를 보여주셨다.


202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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