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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장 좋은 마음만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의 인문학 낭송 (6분 49초)

by 김주영 작가

좋은 마음을 느끼며 산다는 행복

30년 18시간 공복의 기쁨

흔들리지 않고 자존감을 유지하는 3가지 태도

지성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아빠는 ‘78세’가 되기 전부터 올해 ‘79세’가 되기까지

벌써 1년째 병원에서 지내신다. 어제 면회가 취소되고 오늘 한 명 있는 남동생의 처 며느리 내게는 올케가 미역국과 케이크를 병원에다 전해드렸고 휴대폰 기종이 영상통화가 가능한 게 구분되어 있어 오후쯤 전화로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점심 무렵 며느리의 전화가 등록되지 않아 간호사는 내게로 친절하게 전화를 걸어주었다. 끊고 다시 다른 전화가로 연결해 친정 아빠 얼굴을 오랜만에 뵈었다.


생각해보면 아빠가 쓰러지기 전 어쩌면 몸으로 변화하는 전조증상이 있었을 거고 어쨌든 장롱에 걸친 다른 옷을 찾는 일도 힘겨우셨는지 가끔 추리한 옷을 입고 출근하실 때가 있어 큰 시간을 내어 시내 쇼핑몰에 나가 필요한 잠바 2개와 구입한 콤비 상의가 수선까지 되어 집으로 도착하기 전 어쩌면 다시 입지 못할 옷이 뒤늦게 도착하고 우리의 시간이 이처럼 다른 공간 속으로 점점 멀어져 갔다.


아빠는 그렇게 말도 하지 못하고 사라져 가고 우리들은 이게 이별인 건지 아닌지도 설명할 수 없는 긴 여행을 떠난 걸까. 홀로 마치 백일상 앞에 앉은 아이처럼 이동식 침대의 상판을 세우고서야 허리를 세우고 앉아 79세를 밝히는 케이크를 바라보는 아빠가 체구는 어른인데 마치 아이처럼 순수하다. 아빠가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감기가 나으시면 다음 금요일에 뵙자는 그저 말만 남길 뿐 드릴 게 없어 무거운 손으로 아닌 척 전화기의 종료 버튼을 누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될 줄이야.


사람이 언제 세상으로 와 언제 하늘로 가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언젠가는 이별이 오지만 그날이 언제일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늘 아빠를 인간과 사람으로서 안아주고 사랑하고 싶었던 내 마음만을 꼭 안겨드리고 싶다. 삶의 방황 속에 미워하고 표현하고 예쁜 모습만을 전하지 못했어도 시간이 흐르며 나는 아빠를 언제나 지지하고 사랑했노라고.

이곳에서 못다 한 것들 세상에서 남은 못된 감정들이 하나씩 지워져 가고 아빠가 가지고 떠나고 싶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순간의 기억만을 꼭 간직하시기를 가장 편한 잠을 주무실 때까지 그것만을 사랑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싶다.


202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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